수전 손택 지음 / 김하현 옮김 / 월북 / 16,800원
21세기를 살아가는 여성들이 여전히 나이듦에 부끄러움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름다움에 대한 강박이 권력의 원천일까? 페미니즘과 파시즘은 어떤 연관성을 갖는가?
윌북에서 '수전 손택 더 텍스트' 시리즈 첫 권으로 《여자에 관하여》를 펴냈다. 국내 초역 에세이로 저자 수전 손택은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지성이다.
작가는 "여성은 '내가 평생을 따라다닌 주제"라 말했다. 이 책에서는 '여성'에 관한 에세이와 인터뷰 「나이 듦에 관한 이중 잣대」, 「여성이라는 제3세계」, 「여성의 아름다움: 모욕인가, 권력의 원천인가?」등 7편을 엄선해 담았다.
작가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던 1970년대에 쓴 이 글들은 손택 특유의 물 샐 틈 없는 사유와 매혹적인 문체의 정점을 보여준다.
손택은 여성이 나이 들며 느끼는 수치심부터 아름다움에 대한 강요된 강박, 욕망과 섹슈얼리티까지 '이 세계에서 여자로 산다는 것'의 진실을 명료한 언어로 풀어낸다.
'여성은 자신의 나이를 말하지 못한다'며 사회적 순응이며 자기 억압이라고 지적한다. 아름다움의 의미에 대해서는 "여성의 아름다움은 권력의 한 형태이자 동시에 압박이고 모욕"이라고 역설한다.
정희진 서평가는 서문에서 "1970년대 미국 사회에서 쓰인 손택의 글이 지금 한국 사회와 너무나 잘 들어맞는다"며 "손택 특유의 지적이고 정확한 글쓰기는 페미니즘 사유와 맞물려 정교한 조각, 명문이 됐다"고 평했다.
작가 비비언 고닉은 "손택은 생각하는 일 자체의 흥미진진함을 알려준다"며 "그의 탁월한 재능은 독자에게 곧 선물"이라고 추천했다.
이 책은 단순한 페미니즘 에세이를 넘어 현대 사회의 복합적 문제를 사유하는 지성의 스펙터클을 보여준다. 손택은 '우리는 순수의 시대를 지나왔다'며 복잡한 현실을 복합적으로 바라볼 것을 요구한다.
마지막에 수록된 《샐머건디》은 '손택 전작의 숨은 보물'로 평가받는다. 현대적 감각의 정확한 번역과 견고하면서도 아름다운 디자인, 깊이 있는 전문가 해제까지 완성도 높은 만듦새로 독자들을 만난다.
50년 전 수전 손택이 던진 질문들이 왜 지금도 우리를 관통하는지 살펴보길 바란다.
수전 손택은 소설가이자 에세이스트, 영화감독이다. '지성계의 여왕', '텍스트힙의 원조'로 불리며 새로운 감수성과 사유의 시대를 열었다. 1963년 첫 소설 《은인》을 냈고 이듬해 《파르티잔 리뷰》에 「'캠프'에 관한 단상」을 발표하며 문단과 학계에 주목을 받았다. 1966년 '해석은 지식인이 예술에 가하는 복수'라는 문제를 제기한《해석에 반대한다》로 돌풍을 일으켰다. 이후 사진의 힘과 윤리를 날카롭게 해부한 《사진에 관하여》, 질병의 문화사를 관통하는《은유로서의 질병》등 현대사에 남을 걸작을 출간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다.
김하현은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고 편집자를 거쳐 번역일을 하고 있다.《도둑맞은 집중력》《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식사에 대한 생각》《디컨슈머》《한 번 더 피아노 앞으로》《지구를 구할 여자들》《결혼 시장》《팩트의 감각》《미루기의 천재들》《분노와 애정》《한낮의 어둠》《비바레리뇽 고원》등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