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평 지음 / 다즐링 / 19,800원고령화와 저출생이 극단적으로 진행되면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맞이하게 될까? 노인 대다수, 청년 소수의 뒤집힌 인구 구조 속에서 청춘은 어떻게 자신의 존엄과 꿈을 지킬 수 있을까? 기계와 이주민, 계급화된 노인복지와 '선택사'가 제도화된 사회의 풍경은 우리에게 어떤 윤리적 질문을 남기는가?
다즐링에서《아몬드》《서른의 반격》작가 손원평이 쓴《젊음의 나라》를 펴냈다. 작가는 다가오는 미래 현실을 짚으며 지금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인간성과 연대, 그리고 희망의 실마리를 묻는다.
일기 '한겨울에도 한여름처럼 지내기로 결심했다'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근미래의 한국을 살아가는 스물아홉 배우지망생 '유나라'를 통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 '고령화, 저출생, AI의 일상화, 급격한 기술 발전, 극단적 혐오와 차별, 늘어나는 외국인 이민자, 존엄사'를 일기를 통해 보여준다.
세상은 현 세대가 감각하는 모든 두려움과 갈등, 고립과 불안을 더 짙게 담아낸다. 도서관 AI 영상, 선택사 제도, 노인만을 위한 복지시설, 그리고 계급으로 분화된 유닛까지. 미래 사회의 풍경은 더 이상 상상이 아니다. "유닛의 등급이 곧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의 증명"(p162)이다. 자본이 곧 존엄을 결정하는 현실은 작품 속 인물들에게 날 선 질문과 상처를 남긴다.
먼 미래의 우화가 아니다. 나라가 그 현실에 매일 부딪히는 조건에서 독자에게 '청춘이란 무엇인가', '존엄과 죽음의 기준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남긴다.
그럼에도 나라에게는 꿈이 있다. 시카모어섬에 들어가 배우가 되는 것이다. 카밀리아 레드너라는 묘한 인물이 만든 남태평양 어딘가에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시카모어.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수퍼리치 시니어들이 호화로운 서비스를 누리며 노후를 보내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젊은이들도 만족스러운 삶을 즐기는, 유토피아다.
그러다 우연히 기회가 찾아온다. 국내 최대의 노인복지시설 유카시엘에 입사한 것. 시카모어와 협약 하고 있어 그곳에서 일하면 시카모어에서 일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라는 유카시엘에서 다양한 시니어를 상담하게 된다. 그녀는 남루한 현실을 벗어나 시카모어에서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소설은 나라의 말을 통해 디스토피아적 색채가 짙은 미래일지라도 관점에 따라 다른 결말에 이를 수 있다는 희망을 말한다. "저는 노인이라는 존재를 그저 '늙어있는 상태의 사람'으로 인지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차츰 깨닫게 되었어요. 그들도 한때의 나였다는 사실을요."
'일기는 시대를 증언하는 기록이다.' 나라의 고단한 현실이 피로감이나 환멸의 정서에서 그치지 않고 세상을 향한 간절한 희망으로 전환된다. 청년 세대가 감내하는 노동의 불안정, 기계에 대체되는 인간, 가족이나 세대 갈등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각성은 물론,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공감하고 유대해야 한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진정한 예언자는 미래를 점치는 사람이 아니라 현재를 통찰하고 비판하는 사람이다. 파국을 외치는 자신의 목소리가 받아들여져서 현재가 바뀌고 미래에 대한 자신의 예언이 틀린 것으로 판명되기를 진정으로 바라는 사람이다. 그런 면에서 내게 이 소설은 예언서로 다가온다"고 추천했다.
손원평은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대에서 사회학과 철학을,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했다.《아몬드》로 창비청소년문학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장편《서른의 반격》《프리즘》《튜브》, 소설집《타인의 집》, 어린이책《위풍당당 여우꼬리》시리즈 등 장르를 넘나들며 쓰고 있다. 장편영화 <침입자> 각본·감독을 맡았고, 씨네21 영화평론상, 제주4·3평화문학상, 일본서점대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