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새책] 1920년대 신여성·모던걸 탐구한 《근대라는 외장》···일제강점기 근대가 추구한 외적·내적 변화와 미용 담론
  • 정해든 기자
  • 등록 2025-08-08 18:58:15
  • 수정 2025-08-09 09:24:30

기사수정

"유튜버나 틱톡커 같은 인플루언서들은 연예인만큼 유명하다. 아주 최근의 일이다. 1927년 문을 연 경성라디오방송국에서는 당시 최첨단 방송을 이끌 상징적인 존재로 여성 아나운서를 내세웠다. 이들은 '보브컷'이라 불리는 단발을 하며 패션과 유행을 주도한 셀러브리티였다." 


- 류수연 작가



류수연 지음 / 소명출판 / 19,000원

1920년대 경성은 식민지 근대화의 물결에 편입됐다. 그곳에서 '신여성' 혹은 '모던걸'이라 불리는 여성들은 전 시대에서는 볼 수 없던 서구적 외양으로 거리를 활보하며 사람들 시선을 끌었다. 그들의 가장 두드러진 표지는 단연 '단발'이었다.


소명출판에서 일제강점기 근대가 추구한 외적·내적 변화와 미용 담론을 분석한 류수연 문화평론가의 《근대라는 외장》을 펴냈다.


우리 문학사에서 근대는 일제강점기 전체를 관통하는 시대적 목표이자 망국의 비극에서 벗어날 유일한 동아줄처럼 여겨졌다. 


근대적 외장(外裝)에 대한 집중은 여기서 시작한다. 단순한 치장이 아닌, 살아가는 방식의 변화다. 근대인의 일상을 이끈 실질적인 동력은 무엇인가. 


이 책은 크게 3개의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저자는 근대 여성교양으로서의 미용과 패션을 살피고 있다. 근대 미용담론은 사실상 부녀를 교양의 대상으로 삼아 의식적으로 기획하고 확산됐다. 그들은 문학작품 속에서 사회적 조건을 반영하는 인물로 묘사됐다.


다음은 근대 신체와 근대적 장소라는 가시적인 근대성에 주목한다. 근대 미용담론은 결국 신체에 대한 관심에서 촉발됐다. 작가는 근대적 신체를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진다. 그리고 신체담론의 '양가성'을 확인한다. 우생학, 운동회, 응접실, 보건교양 그리고 대동아전쟁까지. 근대성의 가시화는 신체뿐 아니라 장소의 의미를 분석하며 구체화된다. 


세 번째 항목은 근대과학과 소설이다. 미용에서 신체로, 다시 전쟁으로 이어진 끝에서 발견되는 또 다른 욕망은 바로 근대과학이었다. 


명실상부한 기계의 전투였던 2차대전은 식민지 조선 작가들에게 새로운 꿈을 품게 만들었다. 이광수의 《개척자》에서 지식인들은 과학을 어떻게 상상했는지 보여주며, 김남천의 《사랑의 수족관》에서는 근대적 테크노크라트의 탄생이라는 측면에서 작품을 재해석했다.


작가는 근대미용의 여러 담론을 연구하며 근대문화의 중심지 '경성'의 소설지형도를 감각적으로 사유하고, '첨단'의 이름 아래 등장한 모든 유행이 동시대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고찰한다.


류 작가는 "오늘날 한국문화는 동아시아 전체 문화를 이끌고 있다. 이러한 문화적 확산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근대 초기의 담론들을 되짚어보고, 이를 오늘의 한국문학연구 안에서 현재화하고 싶었다. 오랫동안 한국문학 안에서 소외된 '미용의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려놓고 싶었다"고 말한다.


문학·문화평론가 류수연은 2013년 계간 《창작과비평》 신인평론상으로 등단했다. 인천문화재단 이사를 지냈고, 현재는 인하대 프런티어창의대학 교수다. 《문학으로 다문화 사회 읽기》《함께 내딛는 찬찬한 걸음》을 썼다.


류수연 문화평론가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포토/영상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모과의 귀지를 파내다 모과에 핀 얼룩을 손으로 쓱쓱 문지르니점액질이 끈끈하게 배어 나온다얼굴에 핀 검버섯처럼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반짝거린다 모과의 귀에 면봉을 깊숙이 넣으니갈색의 가루가 묻어 나온다너는 그것이 벌레의 똥이라고 우기고나는 달빛을 밟던 고양이들의 발소리라 하고천둥소리에 놀라 날아들던 새의 날갯짓 소리라 하고새벽바람에 잔..
  2. [새책] 번아웃 겪는 2040세대를 위한 제안 《셀프 콤마》···하루 5분 '일상돌봄 코칭' 끝없는 경쟁과 정보 과잉 속에서 번아웃과 무기력을 호소하는 2040세대가 늘고 있다. '더 애써야만 살아남는다'는 압박감은 우리도 모르는 새에 소중한 자신을 갉아먹는다. 열심히 달려왔는데 왜 마음은 늘 허탈하고 공허한 것일까?새로운제안에서 15년 차 HRD(인적자원개발) 교육전문가 이종미의 첫 책 《셀프 콤마》를 펴냈다. 과부하...
  3. 11월 '코리아세일페스타' 가전 라이벌전···삼성 'AI·상생' vs LG '할인·구독' 정면승부 대한민국 최대 쇼핑 축제 '2025 코리아세일페스타'가 11월 1일 시작되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10년 연속 행사에 참여하며 대대적인 할인 경쟁에 돌입한다. 삼성전자는 AI 가전 패키지와 소상공인 상생 혜택을 전면에 내세웠고, LG전자는 높은 할인율과 구독 서비스를 무기로 맞불을 놓으며 11월 소비자들의 지갑 공략에 나선다.삼성...
  4.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접히다 "지금 화장 중입니다"승화원 전광판에는 뜨거운 불길이 일고한곳에 모인 우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말이 없었다전광판이 바뀌고눈물이 마르기 전 냉각을 마친 어머니를 모시러 갔다육중한 철문이 열리고철제 침대가 끌려 나왔다붉은 장미로 채운 관과 황금빛 수의는 간 곳 없고주검을 눕힌 그 자리타다만 뼈 몇 개와 재만 놓여 있...
  5. [새책] 20대 청년이 쓴 《마르크스주의 입문》···세계 바꿀 가장 날카로운 무기 자본주의의 모순이 심화되는 지금, 왜 다시 마르크스주의를 읽어야 할까? 1%의 부자가 전 세계 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불평등이 지속되고 있다. 오늘날과 같은 자본주의가 계속되면 마르크스주의는 다시 부활할까?오월의봄에서 20대 청년 이찬용이 쓴 《마르크스주의 입문》을 펴냈다. 그동안 나온 마르크스주의 책들은 대부분 오래됐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