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서울대 조규진 교수 연구팀, 여러 물체를 사람처럼 잡아 올리는 로봇 '그리퍼' 세계 최초 개발
  • 김광일 기자
  • 등록 2024-12-12 10:27:28

기사수정

조규진 교수, 엄재민 박사과정생, 유성렬 박사과정생


서울대 기계공학부 조규진 교수(인간중심 소프트 로봇기술 연구센터장) 연구팀이 효율적인 픽 앤 플레이스(pick-and-place) 작업을 위해 사람처럼 여러 물체를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로봇 그리퍼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물체를 동시에 옮길 뿐 아니라 원하는 위치에 정렬할 수 있는 기능까지 구현해 비정형 환경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크다. 사람의 손동작 원리를 분석해 로봇 그리퍼에 성공적으로 적용한 사례다.


이번 연구 성과는 12월 12일 로봇 분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Science Robotics)’에 게재됐다.


연구의 출발점은 '다물체 파지(multi-object grasping)'로 불리는 사람의 파지 방법이었다. 연구팀은 2019년 작업자들이 물체를 하나씩 옮기지 않고 동시에 여러 개를 옮기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조규진 교수는 "기존 그리퍼 연구들은 대부분 로봇이 '한 번에 하나의 물체를 옮긴다'는 가정 하에 발전해 왔다"며 "한 번에 여러 물체를 옮기는 다물체 파지 그리퍼도 개발되긴 했는데 여러 개의 작은 그리퍼들을 로봇팔 끝단에 배치한 형태라 정형화된 환경에서만 사용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사람의 다물체 파지 전략을 분석, 연구해 비정형 환경에서도 그리퍼 활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세계 최초다. 


핵심 동작은 '손가락-손바닥 이동 동작(finger-to-palm translation)'과 '손바닥-손가락 이동 동작(palm-to-finger translation)'이다. 


책상 위 물체들을 손가락으로 짚어 손바닥에 올린 후 다른 곳으로 이동해 원하는 곳에 하나씩 다시 재배치하는 사람의 동작원리를 도입한 것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그리퍼의 손가락에 디커플링 링크(decoupling link)를 설치해 물체를 파지하고 손바닥으로 전달하는 동작을 기구학적으로 분리해 제어를 간단히 했다.


그리퍼의 손바닥은 유연한 털이 배열된 벨트형 구조로, 물체를 안정적으로 저장하며 다양한 크기의 물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3개의 모터만으로 모든 움직임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독특한 하드웨어 설계로 연구진은 사람의 복잡한 움직임을 로봇에 맞게 간단하게 만들었다. 


검증도 했다. 물류 환경에서 그리퍼가 선반 위 8개의 물체를 2번의 왕복 운동으로 옮겼다. 단일 물체 파지 방식보다 공정 시간 34% 절감, 로봇팔 이동 거리 71%를 단축했다. 가정 환경에서는 책상 위 물체들을 모두 저장한 뒤, 원하는 위치에 하나씩 놓았다.


물류, 가정 환경뿐 아니라 대표적인 비정형 환경으로 꼽히는 빈-피킹(bin picking, 여러 물건이 컨테이너, 수납함 등에 어지럽게 쌓여 있는 공정) 공정에도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책임자 조규진 교수는 "자연의 원리는 로봇 동작 설계에 영감을 준다"며 "동작의 모방뿐 아니라 핵심 원리를 로봇에 맞게 재구성하는 것이 로봇공학자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다품종 소량생산, 빈 피킹, 물류 공정 등 자동화가 이뤄지지 않은 공정들에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 1저자인 엄재민 연구원(박사과정)은 오는 2월 졸업 후 박사 후 연구원으로서 다물체 파지 그리퍼의 경로 계획(path planning)과 벨트형 손바닥의 디자인 최적화 연구를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다.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포토/영상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이슈픽] 강선우 의원 '보좌관 갑질' 논란···야당 "사퇴해야" vs 여당 "충실히 소명"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보좌관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문제를 제기한 보좌진들은 "자택 쓰레기 분리수거, 변기 수리 등 사적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5년간 46명이 의원실을 떠났다"며 이례적인 인사 교체가 갑질의 방증이라는 목소리도 높다."변기 수리·쓰레기 분리수거까지"…...
  2.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가족 집에 들어서면 대문 옆에 헛간이 서고처럼 서 있는데 처마 끝에 도서 대여목록 카드처럼 여섯 자루의 호미가 꽂혀 있다. 아버지 호미는 장시간 반납하지 않은 책처럼 한번 들고 나가면 며칠씩 밤새고 돌아온다. 산비탈을 다듬는지 자갈밭을 일구는지 듬성듬성 이가 빠져 자루만 조금 길면 삽에 가까운 호미, 그 옆에 어머니 호미는 가장 많...
  3.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바이킹 선장은 낡은 군복을 입고 담배를 문 채로그냥 대충 타면 된다고 했다두려운 게 없으면 함부로 대한다망해가는 유원지는 이제 될 대로 되라고배를 하늘 끝까지 밀어 올렸다모터 소리와 함께 턱이 산에 걸렸다쏠린 피가 뒤통수로 터져 나올 것 같았다원래는 저기 저쪽 해 좀 보라고 여유 있는 척좋아한다고 외치려 했는데으어어억 하는 사이 .
  4. [이슈픽] 국무회의 첫 생중계에 쏠린 시선···"투명성 강화" vs "긍적적 평가할 뻔" "국민이 정책 논의 과정을 볼 권리가 있다."2025년 7월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국무회의 전 과정을 국민 앞에 생중계했다. 대통령의 모두발언만 공개되던 관행을 깨고, 1시간 20분 동안 주요 현안에 대한 장관들과의 실시간 토론까지 국민에게 여과 없이 공개했다.정치권의 엇갈린 반응: "투명성 강화" vs...
  5. [새책] 일과 자유, 삶의 품위를 묻는《나는 북경의 택배기사입니다》···현재를 희생하며 꿈꾸는 노동자들의 삶 택배기사, 물류센터 상하차, 패스트푸드 배달, 주유소 직원, 쇼핑몰 경비원, 온라인 쇼핑몰 창업 등 현장에서 일하며 인간의 품위와 자유를 고민한 한 청년의 기록이 있다. 고된 노동 속에서 마법 같은 순간을 발견하고 글쓰기를 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다. 월북에서 일하는 이들의 기쁨과 슬픔을 기록한 《나는 북경의 택배기사입니다》를 펴.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