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이 삶의 방향을 제시하고 그것의 정치적 힘을 과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문학은 인간에 대한 존재론적인 질문을 통해 과거의 시간 속에서 부유하는 존재를 ‘단 한 사람’의 기억이라는 빛으로 호위하며 지켜낼 수 있다고 말한다."(본문_p87)
걷는사람에서《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펴냈다. 시인이자 평론가 이병국의 첫 평론집이다. 2016년부터 2024년까지 발표한 작품을 묶었다.
이번 신작은 작가의 치열한 사유와 문학적 열정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사회의 구성원들이 서로의 자리를 인정하고 내어주는 행위는 한 개인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 없다. 표제작이 이야기하듯, 일상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각을 예민하게 포착하고, 섬세하고 예리한 시선으로 연대와 공감의 자리를 탐구했다. 선함의 고단함을 감내하며,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환대의 의미를 성찰하고자 하는 문학적 주제 의식이 평론집 전반을 아우른다.
1부에서는 문학의 기록성에 천착한 작품들, 즉 일종의 ‘회색문헌’으로서 사회적 모순에 대해 질문하고, 그것을 우리 삶과 나란히 놓으며 평범한 미래를 기억하기 위해 어제와 오늘을 기록하는 문학의 수행성에 대해 더듬어 본다.
2부에서는 한국 문학장을 둘러싼 갈등과 변화 양상을 톺아본다. 플랫폼으로서 문학의 전환 가능성을 모색하며, 제도 바깥을 상상하고 비장소로서의 장소라는 새로운 문학장 형성을 꿈꿔본다.
3부에서는 정상성이라는 담론을 비롯해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체제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존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작품을 함께 살핀다. 나아가 코로나팬데믹을 전후해 활발히 개진된 포스트휴먼 주체와 동물권 및 돌봄 노동 문제를 돌아보며 우리가 타자와 맺는 관계 속에서 간과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한다.
이병국 평론가는 1980년 인천 강화에서 태어나 2013년 <동아일보>에서 시로 등단했고 2017년 중앙신인문학상에서 평론으로 당선됐다. 한국 현대문학의 흐름을 진단하고 그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독보적이다. 작품 속 인물들의 내면세계와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면밀하게 짚어내며 작품이 지닌 시대적·사회적 함의까지도 탁월하게 분석한다.
[아이즈앨범] 길고 긴 터널의 끝
길고 긴 겨울의 북풍 한설 끝에 봄이, 아주 벅찬 그리하여 완전한 봄이 왔습니다. 너무나 간절하게 간절하게 기다리고 기다리며 애태우던 절망의 그 절망이 사라지고 매화, 그 희망의 봄이 왔습니다.
'아이즈 앨범' 1999년 어느 겨울 새벽
아주 추운 어느 새벽 나의 밤의 미행은 계속되었고 갑자기 친구가 나타났다 외투를 벗어주고 싶었지만 야박하게도 렌즈 노출이 3분을 넘어가고 있었다.파르르 떠는 몸의 파동과 온기를 나눌 연민의 차이처럼 찰라가 만든 결과 뒤 밀려드는 타자들의 고통이 어두웠다. 오늘처럼 쇄골이 시리면 생각나는 그 겨울 그 시간... *2001년 사진전, ...
얼어 붙은 땅에 노란 납매 그리고 동백
꽁꽁 얼어 붙은 날씨였으면 더 신기하고 감격으로 채워졌을 텐데...대한민국이 얼어붙고 혼란스러운 계절납매와 동백이가 핀 1월 따뜻한 봄을 기다려 본다
[아이즈앨범] 첫눈이 말하는 폭설 이야기
큰눈이 내려주었다차는 차대로 엉거주춤사람은 사람대로 조심조심건물들도 내리는 눈에 모서리를 잃어간다모두가 흐려지는 날인데눈 녹은 자리에 다시 큰눈 내리고내리는 만큼 길이 질퍽해져도입가에 번지는 웃음이 있다첫눈이 많이 왔다는 말과 첫눈이 빨리 왔다는 말이 있다오늘 몇 시에 나왔냐는 물음과 퇴근길은 괜찮겠냐는 물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