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늘고 긴 다리는 망설이고 있었다
향기가 더듬이를 떠날 때까지
아무도 보지 않는데 가끔은
양면을 펴서 평평하게 엎드렸다가
꽃빛에 반해서 얼굴을 대는 동안
바람은 날개를 붙잡고 꽃대는 휘청거려
어디선가 물방울도 듣고 있는
펴졌다 구부러지는 입의 모양
모았다가 벌어지는 어깨가 넓어진다
꽃가루가 묻으면서 공중에서 깊게 무늬들이 박히고
날개끼리 빠르게 부딪치면 앞으로 뒤로 숨막히게 반짝이고
앞으로 뒤로 떠 있는 동안 고요하게 부서지는 살갗의 비늘
양 날개 위에 마주 보는 몸의 문양은
마른 공기 속에 펄럭이는 두 장의 꽃잎
후드득
떨어질 것 같다가
구불거리며 솟구치다가
따사롭게 앉아 있다가
날아갈까
날아갈까
날아가는 나비
-김밀아 시인의 시 '나비' 전문
올해 202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작이다.
이 시는 꽃잎에 앉은 "나비"를 관찰하는 시선을 따라 섬세하게 표현했다. 그 나비는 "꽃빛에 반해서" 망설이다가 "향기가 더듬이를 떠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얼굴을 대어본다. 그 과정들이 아주 감각적으로 그려져 내가 나비가 되어 바람, 꽃대 등 주변과 같이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읽다보면 점점 인식의 경계가 허물어져 감각의 주체가 나비인지, 꽃인지, 세계인지 구별이 안 된다. 아니 나누는 것이 무의미하다. 장자의 '호접지몽胡蝶之夢'이 떠오른다. 우리가 "나비"라는 시를 읽고 있는지, 나비가 우리를 꿈꾸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결국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고요하게 부서지는 살갗의 비늘"처럼 만물의 변화 속에 그저 한 순간 머물렀던 흔적을 남기는 것이 아닐까.
마지막의 '날아갈까 / 날아갈까 / 날아가는 나비"는 망설이면서도 안주하지 않고 날아가는 것을 선택한다. 이것이 우리가 삶을 겪어내는 방식이지 싶다. 새해 모두 훨훨 날으시길 바란다.
어향숙 시인은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나 '김유정 신인문학상'(2016)을 받았다. 시집으로 《낯선 위로가 눈물을 닦아주네》가 있다.
[아이즈앨범] 길고 긴 터널의 끝
길고 긴 겨울의 북풍 한설 끝에 봄이, 아주 벅찬 그리하여 완전한 봄이 왔습니다. 너무나 간절하게 간절하게 기다리고 기다리며 애태우던 절망의 그 절망이 사라지고 매화, 그 희망의 봄이 왔습니다.
'아이즈 앨범' 1999년 어느 겨울 새벽
아주 추운 어느 새벽 나의 밤의 미행은 계속되었고 갑자기 친구가 나타났다 외투를 벗어주고 싶었지만 야박하게도 렌즈 노출이 3분을 넘어가고 있었다.파르르 떠는 몸의 파동과 온기를 나눌 연민의 차이처럼 찰라가 만든 결과 뒤 밀려드는 타자들의 고통이 어두웠다. 오늘처럼 쇄골이 시리면 생각나는 그 겨울 그 시간... *2001년 사진전, ...
얼어 붙은 땅에 노란 납매 그리고 동백
꽁꽁 얼어 붙은 날씨였으면 더 신기하고 감격으로 채워졌을 텐데...대한민국이 얼어붙고 혼란스러운 계절납매와 동백이가 핀 1월 따뜻한 봄을 기다려 본다
[아이즈앨범] 첫눈이 말하는 폭설 이야기
큰눈이 내려주었다차는 차대로 엉거주춤사람은 사람대로 조심조심건물들도 내리는 눈에 모서리를 잃어간다모두가 흐려지는 날인데눈 녹은 자리에 다시 큰눈 내리고내리는 만큼 길이 질퍽해져도입가에 번지는 웃음이 있다첫눈이 많이 왔다는 말과 첫눈이 빨리 왔다는 말이 있다오늘 몇 시에 나왔냐는 물음과 퇴근길은 괜찮겠냐는 물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