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에게 "국회는 국민으로부터 직접 권력을 위임받은 기관이다. 국회에 가면 선출 권력에 대해 존중감을 가져주면 좋겠다"며 "아무리 우리가 외형적으로 높은 자리, 높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할지라도, 임명된 권력은 선출 권력을 존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게 개인적으로 좋든, 나쁘든 그런 것은 중요치 않다. "국가의 기본적 질서에 관한 문제”라고도 말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임기 보장 요구가 치열하다. 국무회의마다 불만을 토로하며 '방통위 독임제'나 '임기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해 합의제인 방통위에 대해 '독임제가 낫겠다'는 취지로 말하며 '1인 체제'에서도 자신의 결정권을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8월까지인데 "여당이 방통위법을 개정해 자신을 끌어내리려 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을 하며 '자리지키기'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게다가 방통위가 '1인 체제'가 됐다며 "대통령몫을 방통위원을 임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급기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위원장은 극단으로 치달았다. 질문 하지 않았는데도 끼어들었고 정작 묻는 말에는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다. 황정아 의원의 발언에서 사달이 났다. "국민혈세로 녹봉을 받으며 그 자리를 본인 정치하는 자리로 착각하고 있다"고 하자 "착각하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황 의원이 "질문이 아니"라고 했는데도 계속 끼어들었다. 이에 최민희 위원장이 일곱 번이나 "끼어들지 말라"고 했는데도 "저도 할 말이 있다, 권리가 있다"고 했다.
여당에서는 '요구도 무리하지만 방통위 운영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로 비판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정권 교체기마다 방통위 및 공영방송 관련 갈등이 발생한다. 방송개혁안을 마련해 달라"고 한 것에 이 위원장은 "대통령과 방송위원장 임기를 동일하게 맞추는 게 먼저"라고 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확인하고자 했다. "그게 소신이라면 새 정부가 탄생했으니 그만두는 게 맞다. 어떤가"라는 물음에 "저는 제 임기에 대해서만 말한다"고 말했다. 제도 적용과 임기 보장을 유리한 대로 해석하는 것이다.
"2인 체제에서 1대 1 구조가 되면 '길항작용'이 강화돼 아무런 의결이 되지 못한다. 대안이 있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잘 해보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대안은커녕 문제가 커질 방안을 요구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국무회의에서 이 위원장은 표결권이 없고 발언권만 있는 배석자다. 어찌되든 '한 마디' 하겠다는 의지로밖에 보여지지 않는다.
게다가 당시는 김태규 방통위 부위원장이 업무에 복귀하면서 '1인 체제'도 아니었다. 김 부위원장은 5월 사표를 내고 휴가에 들어갔으나 당시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이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 이 위원장이 내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요구를 하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얼마 전 방통위가 컴퓨터, 노트북, 모니터 하드디스크 등 컴퓨터 부품 130여 개를 법적 절차 없이 폐기하는 일도 벌어졌다. 계약서, 공문, 과업지지서 등 서류 없이 구두로 이루어졌다. 이진숙 위원장은 "절차가 잘못됐다"면서도 "과장 전결"이라고 했다.
이쯤이면 태도가 문제다. "일은 안 하면서 자신의 정치를 한다" 같은 말을 듣지 않으려면 태도라도 좋아야 하는데 보여지는 모습은 '독불장군'을 연상케 한다. 아니 보수에서 말하는 바 '보수 여전사' 캐릭터를 적확하게 소화하는 태도다.
이진숙 위원장이 끈질기게 '임기 보장’을 요구하는 이유로 보인다. 캐릭터에 몰두해야 끊임없이 관심 받을 수 있고, 끝없이 추락하는 국민의힘에서 '어떤 자리'라도 보장 받으려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직이 선출직을 존중해야 한다"는 발언은 '국가의 질서'를 바로 잡으려는 의지다. 개인의 태도가 '국가가 질서를 지키는 데' 혼란을 주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