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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조작' 해 20억 챙긴 NH투자증권 '내부자들'···공개매수 정보 이용한 '2호 패가망신'
  • 김광일 기자
  • 등록 2025-10-28 12:43:58
  • 수정 2025-10-28 23:3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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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 28일 임원실 등 압수수색
  • - 임원, 11개 종목 공개매수 및 정보 유출
  • - 지인들 20억 부당이득 혐의

NH증권 임원 A씨가 기업의 '공개매수' 정보를 지인들과 공유해 20억 원을 챙겼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차명계좌까지 동원했다.


28일 '주가조작 근절 합동대응단'이 국내 공개매수 시장 1위 증권사인 NH투자증권 본사에 들이닥쳤다. 목적지는 한 고위 임원 A씨의 집무실과 공개매수 관련 부서였다. 


자본시장의 가장 민감한 정보 중 하나인 '공개매수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 거래를 밝혀내기 위해서다. 


NH투자증권이 2호 '주가조작 패가망신' 타깃이 됐다. 1호 사건은 대형 병원·학원 소유주와 금융회사 전·현직 임원은 1,000억 원 규모 자금을 동원해 주가조작 했다가 적발된 건이었다.


NH투자증권 임원 A씨는 지난 2년여간 11개 종목의 미공개 정보를 지인들에게 흘려 20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기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땅 짚고 헤엄치기'…차명계좌로 감시망 피했다


공개매수는 주가에 '특급 호재'로 통한다. 경영권 확보 등을 위해 현재 주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주식을 사들이겠다고 공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정보만 미리 알면 '땅 짚고 헤엄치기'식 수익이 가능하다. 합동대응단에 따르면, A씨가 바로 이 정보를 이용했다. 그는 자사가 주관한 11개 종목의 정보가 공표되기 전 직장동료와 지인 등에게 전달한 것이다.


정보를 넘겨받은 이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공개매수 사실이 시장에 발표되기 전 해당 주식들을 헐값에 사들였다. 


이윽고 공시가 뜨고 주가가 폭등하자, 전량 매도해 2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차익을 실현했다. 이 과정은 치밀했다.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친인척 명의 등 다수의 차명계좌를 동원했고, 그 계좌들마저 수시로 바꿔가며 추적을 따돌렸다. 합동대응단은 이들 사이에서 부당이득을 공유한 것으로 의심되는 거액의 자금 흐름까지 포착했다.


'업계 1위' 지위 악용···'정보 저수지'에서 빼돌려


이들의 범죄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NH투자증권의 독보적 시장 지위가 있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 출현, M&A 등으로 공개매수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NH투자증권은 2023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전체 55건 중 절반이 넘는 28건(약 51%)을 주관한 '업계 1위'다. 정보가 모이는 '저수지'에서 고위 임원이 직접 정보를 빼돌린 셈이다.


꼬리는 결국 잡혔다. 지난 몇 년간 공개매수 발표 전 주가가 이상 급등하고 거래량이 폭증하는 현상이 반복되자, 한국거래소 시장감시팀이 정황을 포착해 금융당국에 통보했다. 


금감원은 개미 투자자가 아나라, 주관사(NH투자증권) 고위 임원의 연루 정황을 확인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사건은 합동대응단으로 이관됐고 이날 강제수사로 이어졌다.


실무진 이어 임원까지…뚫릴 대로 뚫린 내부통제


NH투자증권의 '정보 유출'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석 달 전인 7월, 금융위는 NH투자증권의 '실무 직원'이 연루된 또 다른 공개매수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로 압수수색을 벌인 바 있다. 


실무진에 이어 임원까지, 회사 전체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시장의 부패도 심각해, 지난해 한 해에만 전체 공개매수(26건) 절반에 달하는 12건이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로 당국에 적발됐다.


합동대응단은 "미공개정보를 이용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투자자들이 입는다"고 경고했다. 


정보의 우위에 있는 자가 규제 없이 이득을 본다면, 성실하게 기업을 분석하는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나고 결국 시장 전체가 침체된다. 


합동대응단은 이번 사건을 주가조작과 동일한 중대 범죄로 규정하고, 금융회사 전반으로 조사를 확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히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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