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훈 지음 / 시와에세이
사랑하는 네가 있기에 나는 추울 때 춥다고 말할 수 있다 '사랑하는 네가 있기에' 전문(표제 시) |
불합리한 현실에 대한 분노와 슬픔 속에서 어떻게 사랑을 말할 수 있을까? 기교나 수사 대신, 시류에 영합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것을 시로 표현하면 어떨까. '목적이 분명한 시'를 애틋한 시선으로 던지면 어떤 시가 나올까.
시와에세이에서 시집 정세훈 시인이 쓴 《사랑하는 네가 있기에》를 펴냈다. 세계 최초로 노동문학관을 운영하는 시인이 '이웃은 물론 천지간 만물에 대한 사랑법'을 담았다. '시에시선' 100번째 시집이다.
표제 시에서 보듯, 언어가 현란한 수사 없이 진솔하고 담백하다. 오랜 시간 노동현장에 몸담으며 실천적 문학가로 활동해 온 시인의 이력이 시편 곳곳에 녹아 있다. 세상의 불합리에 대한 분노와 슬픔, 연대의 시선이다.
시인은 내면에 쌓인 감정들을 다양한 사유로 풀어내며, 노동현장의 목소리를 담는 것을 넘어 '천지간 만물에 대한 사랑법'이라는 보편적 주제로 시선을 확장한다. 분노와 연민은 결국 세상을 향한 따뜻한 사랑과 희망의 언어로 승화된다.
"어쨌든, 나의 시편들엔 나의 진한 눈물이 배어 있다. 나의 진한 눈물로 지었기 때문이다"라고 고백하는 시인은 "이는 나를, 시 짓는 길로 인도하신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가르침 받은, 이웃은 물론 천지간 만물에 대한 사랑법에 따르기 위한 것"(시인의 말)이라고 덧붙인다.
박진희 문학평론가는 "정세훈 시인의 시는 대체로 쉽게 잘 읽힌다. 특별한 기교나 현란한 수사도 없다. '목적이 분명한 시', '시류에 영합하지 않는 시'를 쓰겠다는 시인의 창작 철학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단순할지언정 단조롭지는 않다. 익숙한 듯 하지만 어김없이 그 익숙함에 균열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 다양한 정서와 사유는 결국 '세상에 대한 사랑'으로 수렴된다"고 말한다.
정 시인은 11월 15일 오후 4시 노동문학관(광천읍)에서 출간기념 북콘서트를 한다.
정세훈 시인은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1989년 《노동해방문학》과 1990년 《창작과비평》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손 하나로 아름다운 당신》《맑은 하늘을 보면》《부평4공단 여공》《몸의 중심》《고요한 노동》 등과 동시집 《공단마을 아이들》, 장편소설 《훈이 엉아》, 산문집 《파지에 시를 쓰다》 등 장르를 넘나들며 활발히 펴냈다. 제32회 기독교문화대상, 제1회 충청남도올해의예술인상 등을 받았다. 인천작가회의 회장, 한국민예총 이사장 대행 등을 지냈으며, 현재 노동문학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세훈 시인
[아이즈앨범] 길고 긴 터널의 끝
길고 긴 겨울의 북풍 한설 끝에 봄이, 아주 벅찬 그리하여 완전한 봄이 왔습니다. 너무나 간절하게 간절하게 기다리고 기다리며 애태우던 절망의 그 절망이 사라지고 매화, 그 희망의 봄이 왔습니다.
'아이즈 앨범' 1999년 어느 겨울 새벽
아주 추운 어느 새벽 나의 밤의 미행은 계속되었고 갑자기 친구가 나타났다 외투를 벗어주고 싶었지만 야박하게도 렌즈 노출이 3분을 넘어가고 있었다.파르르 떠는 몸의 파동과 온기를 나눌 연민의 차이처럼 찰라가 만든 결과 뒤 밀려드는 타자들의 고통이 어두웠다. 오늘처럼 쇄골이 시리면 생각나는 그 겨울 그 시간... *2001년 사진전, ...
얼어 붙은 땅에 노란 납매 그리고 동백
꽁꽁 얼어 붙은 날씨였으면 더 신기하고 감격으로 채워졌을 텐데...대한민국이 얼어붙고 혼란스러운 계절납매와 동백이가 핀 1월 따뜻한 봄을 기다려 본다
[아이즈앨범] 첫눈이 말하는 폭설 이야기
큰눈이 내려주었다차는 차대로 엉거주춤사람은 사람대로 조심조심건물들도 내리는 눈에 모서리를 잃어간다모두가 흐려지는 날인데눈 녹은 자리에 다시 큰눈 내리고내리는 만큼 길이 질퍽해져도입가에 번지는 웃음이 있다첫눈이 많이 왔다는 말과 첫눈이 빨리 왔다는 말이 있다오늘 몇 시에 나왔냐는 물음과 퇴근길은 괜찮겠냐는 물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