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CJ건설·시뮬라인 등 계열사를 TRS계약 방식으로 부당지원한 CJ 등에 과징금 65억 원과 함께 시정명령을 내렸다.
| 지난해 9월 이재명정부 첫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주병기 서울대 교수가 발탁됐다. 주 위원장은 길항권력(countervailing power, 소수에게 집중된 경제력 견제)을 천명했다.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기술 탈취 및 부당 대금 지급 관행을 근절, 가맹점주 등 경제적 약자의 협상력 강화, 대기업집단의 사익편취와 부당지원 감시, 온라인플랫폼시장의 불공정 행위 방지 등이다. 12월 30일 공정위는 2025년 일감몰아주기 주요 사례 4건(과징금 935억 원 부과)을 발표하고 3개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
2015년 당시 CJ그룹 내부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계열사인 CJ건설과 시뮬라인의 재무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CJ건설은 2010년부터 5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누적 손실액만 980억 원이나 됐다. 2013~2014년은 자본잠식 상태였다.
이 사건 TRS계약을 이용한 지원행위 거래구조
시뮬라인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3년 연속 적자에 2014년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독자 생존이 불가능했다.
시장의 신뢰는 바닥을 쳤다. 금융권의 자금 조달 창구는 닫혔다. 돈을 빌려줄 곳은 없었다. 그룹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다.
TRS계약과 보증계약의 계약구조 비교
'신용보강'이라는 이름의 지원
부실 계열사를 살리기 위한 자금 수혈이 시급했다. CJ건설은 500억 원, 시뮬라인은 150억 원이 필요했다.(당시 CJ건설 자본총액의 52%, 시뮬라인 자본총액의 417%에 해당하는 금액)
일반적인 방식으로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이들은 '영구전환사채' 발행을 꾀했다. 상환 의무를 영구히 미룰 수 있어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는 수단이다.
투자자를 찾기는 어려웠다. 부실기업의 영구채를 사줄 금융사는 없었다. 지주사 CJ와 주력 계열사 CGV는 '총수익스와프(TRS)'라는 파생상품을 꺼내 들었다. 금융상품 투자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빚보증이었다.
CJ건설 내부문건
CJ의 CJ건설 구하기는 TRS계약
CJ그룹은 CJ건설이 발행한 500억 원 규모의 영구전환사채를 인수할 금융회사를 섭외했다. 금융회사는 CJ가 위험을 떠안아야 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양측은 영구전환사채에서 손실이 나면 CJ가 물어주고, 이익이 나면 가져가는 TRS계약을 맺었다. 사실상 CJ건설의 신용 위험을 CJ가 전부 떠안은 셈이다.
그룹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당시 이사회에서는 "실적 나쁜 계열사에 대한 보증은 배임"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돼 안건이 부결되기도 했다.
시뮬라인 내부문건
CGV 내부문건
전환권 없는 전환사채? CJ 수익 가능성 0%
우여곡절 끝에 2015년 12월 계약은 성사됐다. 구조는 교묘했다. 형식상으로는 CJ가 영구전환사채의 가치 상승 이익을 기대하는 투자처럼 보였지만 아니었다.
계약 기간 동안 주식으로 바꾸는 '전환권' 행사는 원천 봉쇄됐다. 전환권 없는 전환사채로 CJ가 수익을 낼 가능성은 0%였다. 만기에 원금 상환을 받겠다는 계획만 존재했다.
CJ건설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CJ는 대가도 없이 위험만 떠안았다.(통상 전환사채는 전환가격보다 주가가 높은 시점에 전환권을 행사해 이익을 실현할 수 있음)
CJ 이사회 논의 경과
CGV의 시뮬라인 심폐소생술
CGV도 같은 수법을 썼다. 자회사 시뮬라인이 발행한 150억 원의 영구전환사채 발행을 도왔다. 방식은 CJ건설 건과 판박이였다. CGV가 TRS계약을 통해 금융회사의 손실을 보전해 주기로 했다.
시뮬라인은 당시 신용등급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CGV의 신용보강이 없었다면 자금 조달은 불가능했다. 시뮬라인은 이 지원 덕분에 시장 퇴출 위기를 모면했다.
부당지원의 효과는 강력했다. CJ건설은 31억 원, 시뮬라인은 21억 원 넘는 이자비용을 아꼈다. 죽어가던 기업들이 되살아났다. CJ건설은 자본잠식을 탈피하고 신용등급을 방어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수직 상승했다.
기업집단 CJ 소유지분도
공정위, CJ·CJ대한통운 등에 과징금 65억
시뮬라인은 4D 영화관 장비 시장에서 유력 사업자 지위를 굳건히 했다. 경쟁력 없는 계열사가 그룹의 지원으로 시장에서 살아남았다. 그러는 사이 중소기업들의 경쟁 기회는 박탈당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행위를 부당지원행위로 판단했다. 파생상품이라는 외피를 썼지만 실질은 계열사 채무보증이라 본 것이다.
공정위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65억 원을 부과했다.(CJ그룹 15억7700만 원·CJ대한통운(옛 CJ건설) 28억4000만 원 등)
C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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