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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으면 사지 마라" 구자은의 마이웨이…LS, 에식스솔루션즈 상장 강행
  • 김광일 기자
  • 등록 2026-01-13 17:39:05
  • 수정 2026-01-13 22:5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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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슈퍼사이클' 기회인가 '쪼개기' 꼼수인가
  • - 이재명정부 '주주 충실 의무' 정면 도전
  • - 오너가 지배력 강화 속 소외된 소액주주
  • - '코리아 디스카운트' 사례로 남을까?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식스솔루션즈는 지난해 11월 7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를 청구했다.  


"예전에는 중복상장이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요즘 들어 논란이 되더라. 중복상장이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상장 후 주식을 사지 않으면 된다."


2025년 3월 5일, 서울 코엑스 '인터배터리 2025' 현장.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거침없이 답했다. 


LS그룹 계열사의 잇따른 기업공개(IPO)가 중복상장 아니냐는 우려에 대한 오너의 직접적인 반응이었다. 시장은 즉각 요동쳤다. 


발언 직후 LS일렉트릭은 12% 급락했고 지주사 LS도 10% 넘게 주저앉았다. 투자자들의 불안을 잠재워야 할 오너가 오히려 논란을 부추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구 회장에게 주주는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따라오거나 떠나거나'를 선택하는 존재에 불과했다. 말실수가 아니다. LS그룹이 추진하는 성장 전략과 시장이 우려하는 주주가치 훼손 사이의 깊은 괴리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2일 구자은 LS 회장이 안양 LS타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슈퍼사이클의 유혹, 에식스솔루션즈 상장의 명분


에식스솔루션즈는 지난해 11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한국거래소에 청구했다. 구자은 회장이 비난을 감수하며 에식스솔루션즈 상장을 밀어붙이는 명분은 골든타임이다. 


전 세계 전력망 시장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급증과 전기차 인프라 확대로 수십 년 만의 호황, 이른바 '슈퍼사이클'을 맞았다. 


LS의 미국 자회사 에식스솔루션즈가 이 기회의 최전선에 있다. 변압기용 특수 권선과 전기차 구동모터용 권선 분야에서 세계 1위 경쟁력을 가졌다.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테슬라, GM 같은 고객사를 경쟁사(미국의 리아마그넷와이어·독일의 엘렉트리솔라 등)에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구 회장을 압박한다.


LS그룹은 에식스솔루션즈 상장을 통해 5000억 원을 조달하려 한다. 이 돈은 고스란히 미국 공장 증설에 투입된다. 구 회장은 왜 굳이 상장을 택했을까. 


핵심은 재무 건전성이다. LS의 부채비율은 200%(2024년 말 기준)에 달한다. 빚을 더 내서 투자하면 200%를 넘기고,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제조업 특성상 영업이익률은 2% 안팎. 자체 현금 창출만으로는 수천억 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설비투자를 감당하기 어렵다. 구 회장 입장에서 자회사 상장은 남의 돈(외부 투자금)으로 내 회사(LS) 덩치를 키울 수 있는 가장 손쉽고 효율적인 카드다.


LS 경영철학(홈페이지)


왜 개미들은 중복상장에 분노하는가


문제는 방식이다. LS의 지배구조는 LS(상장) → LS아이앤디 → 슈페리어에식스(SEI) → 에식스솔루션즈'로 이어지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에식스솔루션즈가 상장하면 모회사 LS와 증손자회사 에식스솔루션즈가 나란히 시장에 존재하게 되는 전형적인 '더블 카운팅(이중 계산)' 구조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알짜 자회사 에식스솔루션즈의 가치가 별도로 평가받는 순간 LS의 가치는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들은 "핵심 사업을 발라내 따로 상장하면 LS 주주는 빈 깡통만 쥐게 된다"며 거세게 반발한다. 이들에게는 2022년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떼어내 상장시켰을 때 LG화학 주가가 폭락했던 트라우마가 남아있다. 



'재상장' 논리 vs '쪼개기' 현실


LS는 "LG화학처럼 회사를 쪼개는 게 아니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2008년 인수한 나스닥 상장사 슈페리어에식스를 키워 한국 증시에 다시 데려오는 '인바운드 상장'이라는 논리다. 쪼개기 상장(물적분할 후 상장)이 아니라 해외 자산의 재평가라는 주장이다. 


시장의 평가는 냉정하다. 형식이 어떻든 결과적으로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되어 가치가 희석되는 본질은 같다. 


에식스솔루션즈는 지난해 11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한국거래소에 청구했지만 한국거래소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LS는 '형식이 다르니 결과도 다를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을 하지만, 투자자들은 '내 주식 가치가 떨어지는 현실은 같다'며 냉담하다.


구자은 LS 회장

구자은 회장만 웃는 게임? 탈출구 없는 개미들


이번 상장이 끝나면 구자은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가장 큰 이득을 볼 것이다. 자회사를 상장시켜 외부 자금을 수혈하면 오너는 자기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그룹 전체의 자산 규모와 지배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에식스솔루션즈가 성장해 기업가치가 오르면 그룹 전체의 외형이 커지지만 주가 하락의 피해는 고스란히 LS 소액주주들 몫이 된다. 


구 회장은 "주식을 안 사면 그만"이라지만 LS 주주들은 상장 철회 외에는 탈출구가 없다. 성장 과실은 오너와 자회사가 누리고 가치 하락의 고통은 모회사 주주가 떠안는 비대칭적 구조다.


LS

이재명 정부의 '주주 충실 의무'와 정면충돌


LS의 행보는 이재명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와도 엇박자를 낸다.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전반적으로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해 물적분할이나 중복상장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일반 주주의 피해를 막겠다는 의지다. 


대통령이 직접 "최소한 기업의 지배구조만큼은 선진국 수준으로 반드시 바꾸겠다. 우량주가 하루아침에 껍데기가 되는 일이 반복돼 왔다"고 비판한 상황에서 구자은 회장은 대규모 중복상장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에식스솔루션즈 상장이 허용되면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시작부터 빛이 바랠 수 있다. LS는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등 당근책을 내놨지만 시장의 비판을 덮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에식스솔루션즈


구자은 회장의 '마이웨이 성장'


LS는 에식스솔루션즈 외에도 LS MnM, LS이링크 등 줄줄이 상장을 대기시켜 놓고 있다. 구 회장의 '성장 로드맵'에는 주주와의 동행이 빠져 있다. 


기업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정당한 경제 활동이다. 그러나 기존 주주들의 희생을 담보로 한 성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주식을 사지 말라"는 오너의 말은 시장의 신뢰를 스스로 걷어차는 행위였다. LS에 필요한 것은 막대한 투자금보다 무너진 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다. 


자본시장은 냉정하다. 투자자를 존중하지 않는 기업에게 시장은 결코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 구자은 회장의 '마이웨이'가 LS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시킬지 아니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대표 사례를 남길지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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