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새책] 차학경 '컬트 클래식'...《딕테》20년 만의 귀환
  • 김광일 기자
  • 등록 2024-12-03 00:00:01

기사수정

차학경 지음 / 김경년 옮김 / 문학사상 / 18,000원


절판 20년 만에 선보이는 《딕테》가 원작의 디테일을 고스란히 살려 출간됐다. 1982년 미국에서 첫선을 보인 이 작품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 차학경의 유작으로, 탈식민주의문학과 페미니즘문학, 소수자문학을 아우르는 '컬트 클래식'으로 평가받는다.


그간 《딕테》는 미술관을 찾아가거나 수십만 원대 중고본을 구해야만 읽을 수 있었다. 아시아계 미국문학 연구자들과 페미니즘 연구자들 사이에서 필독서로 자리 잡은 이 작품은 도입부와 9개의 장으로 구성된 실험적 텍스트다.


작품은 한국의 유관순, 프랑스의 잔 다르크, 그리스신화의 뮤즈들, 저자의 어머니 허형순 등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차학경은 이들을 영웅적 존재가 아닌 '우리 주변의 사람들'로 그려내며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UC버클리에서 미술과 비교문학을, 파리에서 영화 이론을 공부한 작가의 이력은 작품 전반에 녹아있다. 자서전, 소설, 역사, 시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영화의 점프컷기법까지 차용한 독특한 구성이 돋보인다.


라틴어, 한국어, 한문, 프랑스어, 영어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언어 실험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1970-80년대 영어 중심 미국사회에 대한 도전이자, 독자들에게 새로운 해석의 자유를 선사하는 장치다.


시인 캐시 박 홍과 김승희는 "《딕테》는 당시 시대상을 아득히 뛰어넘은 걸작"이라며 "미국에서처럼 한국에서도 고전이 되길 바란다"고 평했다.


차학경이 "예술가의 길은 연금술사의 길과 같다"고 했듯 『딕테』는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디아스포라, 여성주의, 다문화주의, 탈식민주의 담론의 선구적 작품으로 읽히고 있다.

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포토/영상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이슈픽] 강선우 의원 '보좌관 갑질' 논란···야당 "사퇴해야" vs 여당 "충실히 소명"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보좌관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문제를 제기한 보좌진들은 "자택 쓰레기 분리수거, 변기 수리 등 사적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5년간 46명이 의원실을 떠났다"며 이례적인 인사 교체가 갑질의 방증이라는 목소리도 높다."변기 수리·쓰레기 분리수거까지"…...
  2. [이슈픽] '외국인 부동산 투기 방지법'···이언주의 허가제 vs 주진우의 신고제 외국인 부동산 투기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여야 의원들이 잇따라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특히 중국인의 국내 주택 소유 비율이 절반을 넘어서면서 규제 강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이언주·주진우 의원, 외국인 부동산 투기 방지법 경쟁 발의7월 9일 이언주 민주당 의원이 '외국인 부동산 투기 방지법'을 발의했다. 법안의 핵심은 ...
  3.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가족 집에 들어서면 대문 옆에 헛간이 서고처럼 서 있는데 처마 끝에 도서 대여목록 카드처럼 여섯 자루의 호미가 꽂혀 있다. 아버지 호미는 장시간 반납하지 않은 책처럼 한번 들고 나가면 며칠씩 밤새고 돌아온다. 산비탈을 다듬는지 자갈밭을 일구는지 듬성듬성 이가 빠져 자루만 조금 길면 삽에 가까운 호미, 그 옆에 어머니 호미는 가장 많...
  4.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바이킹 선장은 낡은 군복을 입고 담배를 문 채로그냥 대충 타면 된다고 했다두려운 게 없으면 함부로 대한다망해가는 유원지는 이제 될 대로 되라고배를 하늘 끝까지 밀어 올렸다모터 소리와 함께 턱이 산에 걸렸다쏠린 피가 뒤통수로 터져 나올 것 같았다원래는 저기 저쪽 해 좀 보라고 여유 있는 척좋아한다고 외치려 했는데으어어억 하는 사이 .
  5. [이슈픽] 국무회의 첫 생중계에 쏠린 시선···"투명성 강화" vs "긍적적 평가할 뻔" "국민이 정책 논의 과정을 볼 권리가 있다."2025년 7월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국무회의 전 과정을 국민 앞에 생중계했다. 대통령의 모두발언만 공개되던 관행을 깨고, 1시간 20분 동안 주요 현안에 대한 장관들과의 실시간 토론까지 국민에게 여과 없이 공개했다.정치권의 엇갈린 반응: "투명성 강화" vs...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