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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홍익인간부터 계엄의 밤까지 《한국이란 무엇인가》···김영민 서울대 교수가 묻는 한국의 정체성
  • 정해든 기자
  • 등록 2025-04-08 0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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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답이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물어야 한다"
  • - "과거, 현재, 미래로 해부한 ‘한국’이라는 공동체"
  • - "고정된 언어를 넘어 새로운 한국을 상상하다"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18,800원


우리는 지금 왜 이 모습의 한국을 살고 있는가? 한국이라는 공동체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익숙한 관점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오늘날의 위기 속에서, 새로운 질문과 사유는 어떤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을까?


어크로스에서 한국 사회의 정체성을 다시 질문한 《한국이란 무엇인가》를 펴냈다.


저자 김영민 교수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개념들을 해체하고, 새로운 서사를 제안하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통합적으로 사유한다. 단순히 역사적 사실이나 정치적 사건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이라는 공동체를 근본적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다.


김 교수는 "답이 보이지 않을 때, 우리는 물어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 한국이란 무엇인가"라며 "정체성에 대한 질문은 위기의 순간에 더욱 절실해진다"고 강조한다. 그는 2024년 12월 3일 대통령의 불법 계엄령 사건을 사례로 들며, 한국 사회의 취약한 정치적 기반과 허약한 질서를 고발한다.


1부 ‘한국의 과거’에서는 홍익인간, 단군신화, 삼국시대 등 익숙한 개념들을 새롭게 해석한다. 예컨대 단군신화는 외부 문명에 정복당한 민족의 기억일 수도 있고, 반대로 자존감을 지키기 위한 정치적 서사일 수도 있다고 한다. 

삼국시대라는 개념 역시 고려 시대 엘리트의 관점에서 구성된 서사임을 지적하며, 과거는 단순히 지나간 일이 아니라 현재의 욕망과 권력이 재구성한 기억임을 일깨운다.


2부 ‘한국의 현재’에서는 민주주의의 위기와 제도의 취약함을 분석한다. 김 교수는 '개혁', '민주주의', '정의' 같은 단어들이 점점 기존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하며, 무너지는 언어와 제도 속에서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되돌아볼 것을 요청한다.


3부 ‘한국의 미래’에서는 희망적 전망 대신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진보와 보수라는 이분법을 넘어 함께 새로운 언어와 사유를 만들어갈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일상과 정치를 다시 연결하고 고통과 공동체를 재해석할 수 있는 감수성이다."


이 책은 고정된 언어와 박제된 개념을 넘어 새로운 한국을 상상하자는 제안이다. 김 교수는 "다음 대통령이 누구냐"라는 근시안적 질문보다 "우리는 왜 지금 이 모습의 한국을 살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집중한다. 


김영민은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브린모어대 교수를 지냈고 동아시아 정치사상사, 비교정치사상사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 연구서로 중국 정치사상사 연구를 폭넓게 정리한 《A History of Chinese Political Thought》와 《중국정치사상사》를 썼다. 산문집으로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우리가 간신히 희망할 수 있는 것》 《공부란 무엇인가》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가벼운 고백》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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