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8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 및 제3조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다. 산업현장의 요구에서 출발해 2020년 첫 법안이 상정된 지 5년 만이다.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통과됨에 따라 정리해고, 구조조정, 단체협약 위반 등 사업경영상 결정들에 맞서는 쟁의행위가 더는 '불법'이 아니게 됐다. 해고를 막고 사측의 약속 위반에 정당하게 투쟁하게 된 것이다.
법안 통과를 두고 정부는 '권한과 책임이 일치'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노동계는'원청이 실질적 사용자'라 환영했고, 경제계는 '기업활동 옥죄는 규제 입법'이라고 반발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장관
김영훈 장관, "개정안은 대화촉진법"···'권한과 책임의 일치'가 핵심
정부는 "이번 개정이 참여와 협력의 새로운 노사관계를 구축하고 지속가능한 진짜 성장으로 가는 초석이 되도록 하겠다"며 "하청 노동자는 원청의 사업장에서 원청을 위해 원청의 노동자와 함께 일하면서도 그들과 대화조차 할 수 없었다"고 하며 개정안이 '대화촉진법'임을 확인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사용자가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하자는 것이다. 근로조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대해서도 정당한 논의의 문을 열어줌으로써 노사 간 자율적 대화가 더욱 촉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의 핵심이 '권한과 책임의 일치'라는 말이다. 김 장관은 "노란봉투법은 상생과 성장 법"이라며 노동조합법 개정안이 대화의 길을 열고 상생의 기반을 다지며 미래 성장을 준비하는 법임을 강조했다.
민주노총, "원청이 실질적 사용자"···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원청과 단체교섭 나서는 시대
민주노총은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원청과 단체교섭에 나설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며 "실질적 사용자 원청에 법으로 책임을 묻는 길 마련됐다. 하청·용역·파견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교섭권과 노동 3권을 보장하는 역사적인 진전"이라고 밝혔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윤석열정부에서 두 차례나 입법이 좌절됐다. 양대 노총과 노동자들은 폭염 속에서도 하루도 멈추지 않고 투쟁하며 쟁취한 결실이다.
재계는 그동안 이른바 '손배 폭탄'을 노동자들에게 재갈을 물리는 수단으로 이용했다. 노동자가 사용자의 사용자의 불법 행위에 대해 투쟁하더라도 손해배상을 해야 했던 것이다. 수년간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주고 노동자들을 무권리 상태로 내몰았던 노동조합법이 조금이나마 제자리를 찾게 됐다.
아쉬운 점은 특수고용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은 인정 받지 못했다. 배달노동자, 학습지교사, 대리운전기사 등 전국 수십만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
한국노총 "노란봉투법 통과 환영"···'손배 폭탄' 위험 제거로 '진짜 사장 찾기'
한국노총은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노동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를 사용자로 확대 규정한 원안을 유지한 것은 다행이다. 공동사용자 정의를 노동법 체계로 끌어들인 진일보한 조항"이라며 새 정부의 노동정책이 힘겨운 첫걸음을 뗐다고 평가했다.
간접고용 노동자와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 들에게 노조할 권리를 보장한 것으로 거액의 손해배상을 당할 수 있다는 압박에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노조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쟁의행위 범위에 대해서는 비판했다. "윤석열 거부안은 체불임금청산·해고자복직·단체협약이행·부당노동행위구제(권리분쟁) 등으로까지 합법적 쟁의행위 대상을 확대하도록 했다"며 "임금인상이나 단협 갱신·체결 같은 이익분쟁 시에는 쟁의행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고용불안을 동반하는 사업양수도 결정 시에는 쟁의행위가 가능하지만 권리분쟁을 이유로 하는 것에는 제한을 두고 있다.
전반적으로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이른바 '진짜 사장'에게 교섭을 요구하며 노사관계를 형성할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노조활동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 청구의 위협은 여전히 도사리고 있어 합법적 쟁의행위 범위를 크게 넓히지 못한 것은 아쉽다.
경제 8단체, "참담한 심정"···"기업 경영 위협에 위헌 소지도 있어"
경제계는 29일 '내우외환 한국경제, 국회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깊은 우려를 넘어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 등 8개 경제단체는 "미증유의 복합위기에 놓여있는 우리 경제는 올해 0.8%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초저성장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며칠 앞으로 다가온 대미 통상 협상 결과는 한국경제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한 것이다.
22일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등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공포된 지 1주일도 지나지 않아 추가 상법 개정안이 법안소위에서 처리됐고 노조법 개정안까지 하루 만에 법안소위와 전체회의를 연달아 통과한 것에 따른 의견이다.
정부와 국회, 기업이 위기 극복을 위해 하나로 뭉쳐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에 국회가 기업활동을 옥죄는 규제 입법을 연이어 쏟아내는 것은 기업들에게 극도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관세 협상의 결과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자승자박 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고 밝혔다.
상법 추가 개정은 사업재편 반대, 주요 자산 매각 등 해외 투기자본의 무리한 요구로 이어져 주력산업의 구조조정과 새로운 성장동력 확충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 노조법 개정안은 분명 사용자 범위가 확대됐고, 기업 고유의 경영활동이 쟁의 대상에 포함돼 파업 만능주의를 조장할 수도 있다.
이들은 새 정부가 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에 대한 의지를 밝힌 만큼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와 국회, 기업이 하나가 돼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성장동력을 재점화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전력을 다할 환경 마련이 중요하다.
"불필요한 규제는 거두고 국익 관점에서 개정안을 검토해 주기를 간곡히 호소한다"며 기업들이 외부의 거센 파고를 넘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란봉투법'이 기업 경영을 위협할 뿐 아니라 위헌 소지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