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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500만 원 벌었다" 조롱에 국세청, 암표상 세무조사 돌입
  • 김광일 기자
  • 등록 2025-11-07 08:47:57
  • 수정 2025-11-07 10:4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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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연간 수만 건 거래·200억 원대 암표 유통…정가 최대 30배 폭리
  • - 대리 티케팅·매크로 판매·직링 등 신종 수법도 집중 단속
  • - 사립학교 교사·기업형 조직까지…'기업형' 진화

임광현 국세청장


"암표로 한 달간 1,500만 원 벌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을 줄 알아야 한다. 난 이제 결혼 준비하러 간다." 


최근 한 블로거가 올린 이 조롱 섞인 게시글은 티켓을 구하지 못해 좌절했던 수많은 팬의 마음에 불을 질렀다. 


20만 원짜리 입장권이 수십 배로 뛴 가격에 팔리고, 10만 원대 스포츠 경기는 수백만 원까지 치솟는 '티켓팅 전쟁'의 배후에는 이처럼 순수한 '팬심'을 상업적으로 이용해 온 암표업자들이 있었다.


국세청이 6일, 국민의 '문화적 기본권'마저 위협하는 이들 '민생침해' 암표업자에게 칼을 빼 들었다. 팬심을 악용해 막대한 이득을 챙기고도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짙은 암표업자 17명에 대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정가의 10배 이상으로 암표를 재판매하며 얻은 수익을 과소 신고하고 예금·부동산 등에 유용한 암표업자.

공공기관 직원·교사까지···'기업형' 진화


이번 조사 대상에는 사회적 책임을 저버린 공공기관 근무자와 사립학교 교사까지 포함돼 충격을 더했다. 


이들은 단순한 개인을 넘어 체계적인 전문 조직과 협력업체까지 갖춘 '기업형'으로 진화해 있었다. 국세청은 이들이 수만 건의 거래를 통해 최소 200여억 원이 넘는 암표를 유통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의 수법은 날로 지능화됐다. 단순히 웃돈을 얹어 되파는 것을 넘어, 티켓 구매를 대신해주는 '대리 티켓팅(댈티)', 사람의 손으로는 이길 수 없는 '매크로 프로그램' 판매 , 심지어 예약 대기열을 무시하고 '온라인 새치기'를 가능케 하는 '직접 예약링크(직링)'까지 판매하며 폭리를 취했다.


공연 암표판매로 해외 관광객을 유치해 번 수익을 과소 신고하고 경비를 부풀려 세금을 축소한 전문 암표업체


100명 알바 고용, 법카 유흥···대담한 탈세까지 


이들의 탈세 행각은 대담했다. 한 암표업자 A는 정가 10만 원 수준의 야구 티켓을 200만 원에 파는 등 폭리를 취한 수익으로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8억 원 상당의 예금과 부동산을 축적했다. 


해외 관광객을 상대로 암표를 판 B업체는 100명이 넘는 티켓팅 아르바이트까지 고용해 100억 원에 달하는 수입을 누락하고, 대표 가족에게 허위 인건비를 지급하거나 법인카드로 유흥주점과 골프장을 드나들었다.


'댈티' 전문 업자 C는 매크로와 10개가 넘는 계정을 동원해 수수료를 차명계좌로 받아 숨기고 , 이렇게 빼돌린 돈으로 12억 원 상당의 주식을 사들이기도 했다. 


신고 소득 없이 5년간 신용카드로만 30억 원을 쓰며 호화 생활을 누린 업자도 있었다.


'민생침해 탈세 엄단' 의지를 밝힌 바 있는 임광현 국세청장은 "팬심을 이용한 대표적인 민생침해다. 공정과 상식을 저버린 탈세를 추적해 확실한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혔다. 


금융추적과 FIU 정보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이들의 수익과 은닉재산을 철저히 검증하고, 조세 정의를 바로 세우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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