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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마침내 《언제라도 안아줄게》…1978년 동일방직 똥물 사건, 양진채 소설로 당도하다
  • 금이루
  • 등록 2025-12-11 11:24:00
  • 수정 2025-12-11 15:5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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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게 옳다고 생각했고, 부당한 것에 고개 숙이고 싶지 않았다"
  • - 그때 그 마음, 나를 움직였던, 그녀들과 당신의 이야기
  • - 똥물 뒤집어쓴 채 지켜낸 인간 존엄과 청춘, 그 찬란하고 아픈 시간

양진채 지음 / 강 / 15,000원

"너는 그날을 기억해. 아니, 기억한다는 말은 맞지 않아. 그날은 네게서 늘 맴돌고 있었으니까. 파문의 중심처럼, 네 안에서 미동도 하지 않는데 끊임없이 회오리를 일으키고 있었으니까."


"하느님이 계시다면 왜 우리 기도를 들어주지 않는 걸까?" 1978년 2월, 투표하러 가던 방직공장 여공들의 머리 위로 똥물이 쏟아졌다.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누군가의 청춘을 송두리째 집어삼킨 거대한 폭력이었다. 


호밀밭에서 1978년 동일방직 사건을 모티프로 우리 시대의 기원을 새롭게 쓴 양진채 장편소설 《언제라도 안아줄게》를 펴냈다. 


작가는 치밀한 취재와 자신의 노동운동 경험을 녹여내, 잊히고 지워진 동일방직 여성 노동자들의 시간을 생생하게 복원했다. 가장 비참한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인간다운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소설은 1978년 동일방직 여성 노동자인 미은, 명숙, 선자, 그리고 그들의 친구 태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고등학교 진학 대신 가족의 생계를 위해 상경한 이들은 3교대의 고된 노동 속에서도 미스동일 선발대회에 나가거나 야학을 다니며 각자의 꿈을 키워나간다. 


그러나 노조 지부장 선거 날 쏟아진 똥물과 무자비한 구타는 이들의 소박한 희망을 산산조각 낸다. 사건의 충격으로 뱃속의 아이를 잃은 명숙과 공포에 떠는 친구들의 모습은 당시 국가 권력과 회사가 자행한 폭력이 얼마나 야만적이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작가는 단순히 과거의 비극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피어난 연대와 치유의 과정에 주목한다. 소설의 말미, 친구 선자가 준비한 진혼의 노래 '아모르파티'는 고통과 신산함으로 점철된 삶을 위로하고 긍정하려는 시도다. 


소설은 잊힌 이름들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그날의 사건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아픔임을 상기시킨다. 작가는 "이십대 공장 생활을 포함해 노동운동에 몸담았던 기억이 나를 이끌었다"는 작가는 그 시절 마음이 남아있다고 한다.


이어 "나처럼 현장에서 도피한 사람은 현장 이야기를 쓸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으나, 쓰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그게 옳다고 생각했고, 부당한 것에 고개 숙이고 싶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소설가 방현석은 "가장 아름답고 순정했던 인간의 거처가 어디였는지를 기록한 이 시리고도 빛나는 청춘의 일기장은 한국 소설이 나아갈 한 새로운 출구를 가리키고 있다"고 말한다.


이형진 민주노총 일반노조 인천본부장 또한 "70년대 가장 치열하고 힘들었던 동일방직 여성 노동자의 투쟁을 치열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린 작품"이라고 추천했다.


작가는 소설 속 문장을 통해 '인간다운 삶'에 대한 열망이 아름답게 피어났던 시간이 망각의 저편에서 생생하게 돌아오고 있음을 우리에게 환기시킨다.


"태오야, 하느님이 계시는 거 맞지? 하느님이 계시다면 왜 우리 기도를 들어주지 않는 거니. 우리가 그렇게 싸워도 도대체 아무도 몰라. 신문에 기사 한 줄 실리지 않아. 아무도 우리 말을 들어주지 않아. 우리 얘길 들어달라고, 같이 힘 좀 모아달라고 그렇게 외치고 다녀도 아무도 우리 얘길 들으려 하지 않아. 우리가 공순이라서 그런 거니? 정말 그런 거야? 너무하지 않아? 우리는 똥물을 뒤집어쓰고 있는데, 제발 우리 얘기 좀 들어주면 안 돼? 조금의 관심,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건가?"


그 기도가 있던 날, 명숙은 뱃속의 아이를 잃는다. 소설은 그 아이에 대한 진혼의 형식을 품고 시대의 암흑에 짓밟힌 세 노동자 여성의 청춘의 시간을 복원한다.


양진채는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나스카 라인>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푸른 유리 심장》《검은 설탕의 시간》 장편소설 《변사 기담》 스마트소설집 《달로 간 자전거》 산문집 《인천이라는 지도를 들고》 등을 썼다. 이번 소설에서는 자신의 20대 노동운동 경험을 바탕으로, 1970~80년대 치열했던 노동 현장의 아픔과 그 속에서 피어난 인간애를 깊이 있는 시선으로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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