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시아의 호모룩스 이야기] - 감사의 힘
  • 박정혜 교수
  • 등록 2024-12-16 00:00:03
  • 수정 2025-01-14 21:43:34

기사수정

 


감사할 일이 없다. 석연찮은 하루가 후딱 지나간다. 나라가 시끄러우니 덩달아 삶도 번잡한 것 같기만 하다. 고요하고 정연한 연말은 당치도 않다. 초조와 긴박감이 따라다닌다. 그러는 동안 속절없이 또 하루가 간다. 

 

그런데도 감사할 수 있을까? 목사이며 작가인 존 오트버그(John Ortberg)는 "감사하다는 것은 인생을 선물로 느끼는 능력"이라고 했다. 이 짧은 말에는 '섭리'가 들어있다. 인생 자체가 '선물'이라는 것이다.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선물 따위는 필요 없다며 따지고 싶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쨌거나 이렇게 존재하고 있다. 도로 물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태어났으니 살아나갈 수밖에 없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삶은 '선물'이 된다. 존재하는 사실을 수용할 때 '감사'할 수 있다. 그것은 곧 '능력'이 된다. 마지못해서 어쩔 수 없이 끌려가는 삶이 아니다. 고귀한 선물을 받아들 듯 살아가게 된다. 얼마나 간단한가? 그냥 '‘감사'만 해도 그런 능력이 용솟음칠 수 있다. 그러니, 감사는 선택이다. 

 

  ‘감사’는 ‘웃음’과도 일맥상통한다. 웃을 일이 있어야 웃는 것이 아니다. 웃으면 웃을 일이 생긴다. 웃으면 복이 온다. ‘감사’도 마찬가지이다. 감사할 일이 있어야만 감사하는 게 아니다. 감사하면 감사할 일이 일어나게 된다. 감사를 자주, 많이, 수시로 떠올리면 감사가 곳곳에 넘쳐나게 된다. “범사에 감사하라”는 성경의 말씀처럼, 모든 일에 감사할 수 있다. 고난이나 역경조차 감사할 수 있다. 그런 마음을 내는 것은 어렵지만 할 수 있다. 힘들지만 감사하게 되면, 그 감사는 길을 내게 한다. 주어진 상황을 극복하는 길, 마음 안의 근원을 향해가는 길, 미처 알지 못했던 은혜로운 길, 환란을 버티고 살아내게 하는 길, 아름다운 영혼으로 뻗어가는 길. 

 

'감사'는 내면을 판가름하기도 한다. '감사'라고 소리 내어 말해보자. 대번에 울화통이 치밀어 오르면서 지금 이 마당에 감사가 나오냐고 고함을 치고 싶다면, 스트레스가 높다는 증거다. '감사'라는 말을 했을 때 그다지 감정의 반응이 없거나 고개를 끄덕일 정도라면, 스트레스를 어느 정도 조절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감사'라는 말에 가슴이 뭉클하거나 환한 웃음이 번져간다면, 더할 나위 없다. 마음의 면역력이 탄탄해서 웬만한 스트레스는 먼지처럼 불면 날아갈 정도다. 

 

마음의 중심으로 가는 빛나는 길을 떠올려보자. 영혼 성장을 이루는 탁월한 방식은 바로 고통이나 고난에 감사하는 것이다. 여러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다가도 서서히 빠져나오게 된다. 그런 경우라면, 감사는 도대체 누구한테 하는 것일까? 고통을 준 대상? 트라우마를 준 상황? 어쩔 수 없이 맞닥뜨려야 하는 고난이라면 당연히 감사도 할 수 없고, 감사할 대상도 마뜩하지 않다. 존 오트버그의 말에서 실마리를 풀어보자. 인생을 선물로 주신 이는 누구인가? 무수한 우여곡절이 필연으로 얽히고설켜서 태어나게 하고, 결국 때가 되어 목숨을 거두는 이는 누구인가? 


특정한 대상이 없는데도 감사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신과 접속하게 된다. 신이 삶을 선물처럼 누리게 할 능력을 주실 것이다. 감사로 인해 매일, 매 순간이 축제가 될 것이다. 늘 감사하다 보면, 범사에 기뻐하게 될 것이다. 이 모든 힘은 '감사'에서 나오고, '감사의 힘'은 모든 것이 된다. 

 

 

 

 

 

 

 

 

 

 

 

 

 

 

 

 

 

 * 호모 룩스(HOMO LUX)는 빛으로서의 인간을 일컫습니다. 라틴어로 인간이라는 ‘호모(HOMO)’와 빛인 ‘룩스(LUX)’가 결합한 단어입니다. 

 

 * ‘호모룩스 이야기’는 치유와 결합한 시사와 심리, 예술과 문화에 대한 에세이입니다.

 

 

덧붙이는 글

박정혜 교수는 시-2006년 <시와 창작>신인상과 2015년 <미래시학>신인상을 받았고 소설-2004년 <대한간호협회 문학상>과2017년 <아코디언 북>에 당선됬다. 현재는 심상 시치료 센터장이며 전주대학교 한국어문학과,전주비전대학교 간호학과, 한일장신대학교 간호학과, 원광보건대학교 간호학과의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포토/영상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가스공사, 10억 투자해 평택 가스화재훈련센터 내 실내 체험관 새단장 한국가스공사가 평택 가스화재훈련센터 내에 실내 체험관을 새롭게 단장해 국민과 임직원을 대상으로 재난안전 체험 교육을 시행한다.가스공사는 21일 김환용 안전기술부사장 등 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체험관 개관식을 진행한 것. 김 부사장 등은 재난 교육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해 시설 안전성과 교육 효과성을 점검하는 시간도 ...
  2. 인천의 문화·도시 연구 위해 인문학자·문화예술인·도시행정가·언론인·시민 모였다···19일 '인문도시연구소' … 인천문화와 도시 연구자들이 <인문도시연구소>(Humanistic City Institute)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연구소는 구월동에 마련했다. 19일 개소식에는 인문학자와 문화예술인, 도시행정가, 언론인,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주요 사업으로는 인천과 도시에 관한 인문학적 연구 및 연구방법론 체계화, 인천과 도시에 대한 정보 및 연구 ...
  3. 하나은행, 국민·농협·신한·우리·IBK과 공동 본인확인서비스 MOU 체결···"인증서 부정사용·금융피해 방지한다" 하나은행이 21일 국내 주요 은행(국민·농협·신한·우리·IBK)과 함께 은행권 공동 본인확인서비스 추진 및 마케팅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금융권 인증서는 금융기관 특유의 강화된 다중 보안 시스템을 갖췄으며, 이용자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본인확인' 수단이다. 그동안은 은행별로 사용했는데 이...
  4.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영진설비 돈 갖다주기 막힌 하수도 뚫은 노임 4만원을 들고영진설비 다녀오라는 아내의 심부름으로두 번이나 길을 나섰다자전거를 타고 삼거리를 지나는데 굵은 비가 내려럭키슈퍼 앞에 섰다가 후두둑 비를 피하다가그대로 앉아 병맥주를 마셨다멀리 쑥꾹 쑥꾹 쑥꾹새처럼 비는 그치지 않고나는 벌컥벌컥 술을 마셨다다시 한번 자전거를 타고 영진설비에 가다..
  5.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건망증1 창문을 닫았던가출입문은 잠그고 나왔던가계단을 내려오면서 자꾸만 미심쩍다다시 올라가 보면 번번이잘 닫고 잠가놓은 것을퇴근길 괜한 헛걸음이 벌써한두번이 아니다오늘도 미심쩍은 계단을그냥 내려왔다 누구는마스크를 쓴 채로 깜박 잊고가래침도 뱉는다지만 나는그런 축에 낄 위인도 못된다아마 잘 닫고 잘 잠갔을 것이다혼자 남은...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