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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일과 자유, 삶의 품위를 묻는《나는 북경의 택배기사입니다》···현재를 희생하며 꿈꾸는 노동자들의 삶
  • 정해든 기자
  • 등록 2025-07-13 06: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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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00만 부 판매, 올해의 에세이
  • - 글 쓰는 택배기사, 19가지 직업에서 찾은 삶의 의미

후안옌 지음 / 문현선 옮김 / 윌북 / 18,800원

택배기사, 물류센터 상하차, 패스트푸드 배달, 주유소 직원, 쇼핑몰 경비원, 온라인 쇼핑몰 창업 등 현장에서 일하며 인간의 품위와 자유를 고민한 한 청년의 기록이 있다. 고된 노동 속에서 마법 같은 순간을 발견하고 글쓰기를 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다. 


월북에서 일하는 이들의 기쁨과 슬픔을 기록한 《나는 북경의 택배기사입니다》를 펴냈다. 저자 후안옌이 20년간 19가지 직업을 경험하며 썼다. 노동과 성장, 자유에 대한 에세이다. 


고등학교 졸업 후 사회에 내던져진 그는 "부지런히 일하고 남에게 폐 끼치지 않으며 검소하게 살라"는 부모의 가르침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한다. 사회생활의 요령도, 학벌도, 재력도 없는 그는 성실함을 무기 삼아 각종 일터를 전전한다.


택배기사 때는 "1분에 100원은 벌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렸고, 물류센터 야간 상하차에서는 밤낮이 바뀌며 피로가 쌓여 장애인이나 몸이 약한 동료를 외면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는 "심해 물고기는 눈이 보이지 않고 사막 동물은 갈증을 잘 참는 것처럼 어떤 사람이 될지는 내가 처한 환경에 좌우된다"고 한다. 그에게는 본성보다 환경이 중요했다. 일터에서 달라지는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로 찍는 것처럼 세밀한 시선'으로 포착했다.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관찰한 기록이다.


저자는 마법 같은 순간들도 마주하게 된다. 길고양이를 챙기는 동료를 보았고, 문학과 음악을 통해 위로 받았다. 독서를 통해 성장하고, 글쓰기를 통해 자기해방을 경험한다. 일과 글은 그의 삶을 지탱하는 주요한 두 축이었다. 


저자는 쇼핑몰 구석진 공간에서 쉬고 있는 배달기사들을 보며 일과 자유를 생각했다.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 그들 삶의 전부가 아니라 '현재를 기꺼이 희생하게 하는 삶의 또 다른 부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먹고살기 위해 두 발로 길바닥을 뛰면서도, 이따금 고개를 들어 꿈을 응시한다. 그 꿈은 '자유'다.”


2019년 택배회사에서 해고되고 이듬해 초 코로나로 사회 전체가 봉쇄되자 자신의 노동담을 인터넷에 올리기 시작한다. 그의 글들은 100만 조회를 넘기며 책을 내기에 이른다. 


더우반 9주 연속 베스트셀러, 올해의 책, 올해의 작가 선정, 200만 부 판매 돌파. 주요 언론과 문학계가 주목하며 책은 16개국에서 출간됐고 영화·TV 시리즈 계약 등을 하며 세계적 관심을 모았다.


이 책의 저력은 하늘과 땅 사이에서 인간의 현실과 이상을 동시에 바라보는 시선에 있다. 저자는 "지극히 평범한 노동자"임을 강조하며, 자기과시 대신 한발 물러서서 주변을 관찰한다.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명징하게 드러내기 위해서다. "제 이야기를 써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독자 서평이 보편적 울림을 준다.


후안옌은 중국 베이징 출신이자 '글 쓰는 택배기사'다. 샐린저, 레이먼드 카버, 헤밍웨이, 예이츠, 카프카 등 작가의 작품을 읽고 글쓰기를 시작했다. 단샹제문학상, 쓰촨문학상, 중국청년작가상, 산렌도서상 등을 받았다.


문현선은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와 동 대학 통번역대학원 한중과를 졸업했다. 현재 모교 대학원에서 서 강의하고 있다.《연매장》《색, 계》《원청》《피아노 조율사》《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제7일》《아버지의 뒷모습》등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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