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림 시인의 부인 김원옥 여사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 인천작가회의)
12일 '이가림 시인 10주기 추모문학제'가 인천 근대문학관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유가족과 예술인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양재훈 인천작가회의 사무처장 사회로 3부에 걸쳐 진행됐다.
1부는 이상실 소설가(인천작가회의 비대위원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김명남 시인의 추모사, 이가림 시인의 부인 김원옥 여사의 인사로 이어졌다.
이상실 위원장은 "이번 10주기 추모제는 2017년 2주기에 이어 인천작가회의에서 개최하는 고인의 두 번째 추모제"라며 "고인의 고투어린 비망록을 향유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명남 시인은 "이가림 시인이 인천작가회의 초대회장을 맡을 때부터 인연이 시작됐다"며 "기억이 추모"라고 밝혔다.
김원옥 여사는 유가족 인사에서 "병상에서 휴대폰으로 의사소통을 했는데, 프랑시스 잠(Francis Jammes)의 당나귀가 되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했다. 프랑시스 잠은 「당나귀와 함께 천국에 가기 위한 기도」를 썼고 어느 유파에도 속하지 않는 프랑스 시인이다.
2부에서는 이찬규 문학평론가(숭실대 불어불문학과 교수)와 이성천 문학평론가(경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이가림 시인에 대해 강연했다. 이어 그의 삶과 시 세계를 담은 슬라이드가 상영됐다.
마지막 3부는 시인과 뮤지션 들이 '시낭송 및 추모공연'을 펼쳤다. 시낭송은 윤효(시인), 현진길(유가족), 정민나(시인), 이기인(시인), 이원석(시인), 이설야(시인), 이병국(시인), 정우신(시인) 순으로 이가림 시인의 작품을 낭송했고, 공연에서는 오혁재(뮤지션), 손병걸(시인), 전유동(뮤지션)이 그의 시와 그가 좋아했던 노래를 부르며 추모의 의미를 더했다.
프랑스 혁명기념일인 2015년 7월 14일 작고한 이가림 시인은 「빙하기」로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이후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슬픈반도』 『순간의 거울』 『지금 언제나 지금』 등 시집과 시선집,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의 저서 『촛불의 미학』 『물과꿈』 등 번역서와 산문집을 포함하여 25권이 넘는 저서를 남겼다. 시 전문지 편집주간뿐만 아니라 인하대 불문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후학을 양성하기도 했다. 1998년 12월 11일 뜻을 함께한 문인들과 ‘인천작가회의’를 창립했고, 초대회장과 이후 자문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정지용문학상(1983) 편운문학상(1996) 펜번역문학상(2009) 영랑시문학상(2012) 우현예술상(2012)을 수상했다.
인천작가회의는《작가들》2025년 가을호(통권 94호, 웹진)에 이가림 시인을 '특집'으로 다룰 예정이다.
이가림 시인 추모문학제 참여 문화예술인들(사진= 인천작가회의)
다음은 이가림 시인이 계간 《황해문화》 2011년 겨울호에 발표한 「붉은 악보」라는 제목의 시(詩)다.
오늘은 7월 14일
불란서 혁명 기념일
그래서 그런지
담장의 장미꽃들이
오선지 위의 붉은 음표처럼
피의 폭죽을
펑, 펑, 터뜨리고 있다
저 불순한 것들이
어정쩡히 살아온 나를
박열朴烈* 같은 젊은 아나키스트로
잘못 본 것일까
오늘 밤만은
장렬한 불꽃 축제에
주저 없이 가담하여
함께
폭죽을 쏘아 올리자고
자꾸만 손짓한다
*1923년 일본 왕자 암살계획 사건으로 22년 2개월간 옥중에서 보낸 무정부주의적 혁명가. 일본인 부인 가네코 후미코(今子文子, 한국명 金文子)와의 처절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