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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인터뷰] 삶의 불안과 슬픔의 징후들을 기록하고 보듬는 옥효정 시인
  • 정해든 기자
  • 등록 2025-09-11 00:00:02
  • 수정 2025-09-16 11: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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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삶과 죽음의 절박함과 애도의 통증으로 발화된 언어들
  • - 역사적 현실을 관통하는 고통을 끌어안고 보듬는 시편들
  • - 데뷔 10년 만에 첫 시집 '우리는 더 단단해지기로 했다' 발간

옥효정 시인


안녕하세요? 바쁜 시간 내어주어서 고맙습니다. 근래 활동에 대한 옥효정 시인의 근황을 먼저 여쭙겠습니다.

 

시 쓰는 사람이라고 하려면 작품 활동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올해가 광복 80주년이자 한국전쟁 발발 75주년입니다. 인천자주통일평화연대(이하 인천평화연대/ 전 6.15인천본부) 주도로 시민 사회와 노동, 여성, 정당, 종교계 등을 총망라해서 ‘광복80주년 한국전쟁75년 한반도평화인천행동’을 조직하고 지난 6월에 출범했습니다. 6월부터 10월까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제가 인천평화연대에서 상임집행위원장을 맡고 있어서 근래에는 이 사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첫 시집 출간을 축하드리며 자유로운 소회를 부탁합니다. 

 

오래전 시를 공부할 때였습니다. 등단이 별건가 싶어 관심 두지 않았다가 나중서야 이 생각이 교만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시집 역시 반드시 내야겠다는 특별한 생각 없이 지내다가 선배 시인들의 강권으로 시집을 내면서 그간 시인으로서 무책임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다 보니 시 창작보다는 당장 주어진 일에 매달렸거든요. 그러면서 시인이라는 이름은 걸고 있었으니 무책임했어요. 시집을 내고 나니 아쉬움도 많지만 허술하나마 저의 집이 생긴 것 같아요. 그런데 부끄러움은 여전히 남네요. 조금 더 퇴고할 걸 하는 아쉬움도 있고요. 그래도 오랫동안 미뤄 온 숙제를 끝낸 기분입니다. 홀가분하면서도 두렵습니다. 제 시집이 나오면 마냥 좋을 것만 같았는데, 오히려 덤덤한 모습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시인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얼마나 감당했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그래서 두려움이 더 큽니다.

 

'옥효정' 시인이 생각하는 '시인'이란 무엇인가요? 

 

잘 듣는 사람인 것 같아요. 한때는 쓰는 데 몰두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잘 쓰려면 먼저 잘 들어야겠더라고요. 여기서 잘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사람들의 말을 잘 경청하는 것을 뛰어넘는 의미입니다. 세상의 모든 말을 잘 듣는다는 것인데요, 생물은 물론 무생물의 언어와 행동까지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려면 조금 더 예민한 촉수를 가져야 하고요, 예민하게 포착한 것을 시라는 예술 언어로 표현해 작품으로 빚어야 하는데 이 출발점이 잘 듣는 것이죠. 또 시인은 하늘과 땅을 연결해 주는 사람이 아닌가 생각해요. 하늘의 언어를 땅의 언어로 번역하는 사람이랄까요. 좀 더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엄마 같은 존재가 아닐까요. 무조건 내 편이라고 할까요. 아무도 손잡아 주지 않을 때 먼저 손 내밀어서 잡아주는 사람, 혼자 걸어가는 사람 옆에서 같이 걸어가 주는 사람, 울고 있을 때 등을 토닥여주는 사람, 약자와 소외된 자의 편에서 함께하는 사람으로 생각합니다. 제가 여기에 부합하는지는 차치하고요.

 

그런 면에서 '옥효정 시인'의 '작품세계'를 들려주십시오. 

 

시를 쓰면서도 제 작품세계는 ‘이렇다’라고 정의해 보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번에 시집 출간을 준비하면서 제 시를 모아놓고 보니 시를 관통하는 단어가 보였어요. 바로 애도와 연대였어요. 출판사에서 제 시집에 대해 “삶과 죽음의 절박함과 애도의 통증으로 발화된 언어들”이라고 표현했는데요, 살기 위해 매일 죽음을 사는 노동자와 사회적 참사로 희생된 이들, 우리 삶의 불안을 짊어지고 생을 달리하는 이들에 대한 애도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애도가 애도로 끝나버리면 메아리 없는 외침이 돼 버리죠. 애도를 통해 더 단단한 연대로 이어지고 연대의 힘으로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만들어 갈 때 애도다운 애도가 된다고 믿어요.

 

시인을 꿈꾸게 된 특별한 시점이나 계기가 있었는지요? 

 

초등학교 4학년 때였어요.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는데 이것을 계기로 학교 대표로 각종 백일장에 나가곤 했어요. 이때부터 아동문학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책을 무척 많이 읽었어요. 초등학교 졸업 무렵에는 학교 도서관 책을 모두 다 읽었어요. 당시에는 학교 도서관에 책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을 때였어요. 학교 가고 시험공부하고 잠자는 시간 외에는 책을 읽었던 것 같아요. 닥치는 대로 읽었던 셈이죠. 독후감까지 꼬박꼬박 썼던 기억이 나네요. 중학교 진학 후에도 각종 글짓기 대회에 나가는 것은 늘 제 몫이었어요. 고등학교에 진학 후 본격적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저만의 세계에 갇혀 저만의 시를 썼어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줄곧 글을 써왔지만 지도받은 적이 없었어요. 그냥 잘한다고 하니 그런 줄만 알았죠. 대학 졸업 후 직장 생활하면서 대학 때 은사님에게 시를 배웠어요. 

 

시집 중에서 한 작품을 골라 소개해 주십시오. 

 

시집의 표제작 「우리는 더 단단해지기로 했다」를 소개하겠습니다. 하루가 멀다고 산업재해 뉴스를 접합니다. 그렇다면 뉴스에 나오지 않는 산업재해는 또 얼마나 많으며,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살기 위해 죽음을 살아야 하는지, 노동자를 소비재쯤으로 여기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해 분노하고 절망하게 됩니다. 매일 뉴스 보는 것이 두렵습니다. 노동자들의 추락사 소식을 들을 때마다 몸이 먼저 반응합니다. 빙의된다고 할까요? 형언할 수 없는 아픔과 슬픔, 비통함에 휩싸이곤 하죠. 사람은 날개가 없으니 높은 곳에 올라가면 떨어질 가능성이 항상 있습니다. 그렇다면 안전 조치를 철저하게 해야 하는데 매번 억울한 죽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시도 유리창 청소 노동자가 18층 빌딩에서 추락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썼습니다. 너무 아프고 슬프고 화가 났습니다. 한 생애가 처참하게 무너졌는데도 단신 뉴스거리밖에 되지 못하는 현실,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접근해야 하는데 한 노동자의 부주의로 치부되기 일쑤입니다. 인간 존엄성이 무너지는 순간이지요. 그렇다고 죽음을 슬퍼하고 있을 수만 없잖아요. 역사적 기억과 현재를 교차시켜 반복하는 비극 속에서 저항과 연대의 다짐을 담으려 했습니다. 슬픔은 감정을 넘어서는 행동의 시작이어야 하니까요.


 

우리는 더 단단해 지기로 했다


유리창 청소 노동자가 18층 빌딩에서 추락사했다

애도는 잠시 파열음을 냈다가 잠잠해졌다

우리는 서로의 등을 토닥였으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찢어진 마음들이 충돌하고

핏대 올린 말들이 어지럽게 증폭했다

움츠린 몸을 빛바랜 외투에 밀어넣으면서

다짐처럼 중얼거렸다

우리는 더 단단해져야 한다고

시간을 지나온 말의 표피들은 무게를 가지지 못했다

가시 끝에 걸린 바람이 밤새도록 우는 밤

광주행 열차는 뭉개진 지문을 남기고

서울역을 빠져나갔다

최후의 전선이 무너졌다

주문처럼 다시 당신을 외운다

우리는 더 단단해지기로 했다

 

- 옥효정 시 「우리는 더 단단해지기로 했다」 전문



옥효정 지음/ 애지/ 12,000원

 

시집을 관통하는 대표적인 단어들이 궁금합니다. 그 이유도 함께 들려주십시오. 

 

시집을 관통하는 대표적인 단어는 앞서 말한 애도와 연대라고 할 수 있고요, 여기에 더해 비와 통증을 추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시집에는 많은 죽음이 등장합니다. 이것은 제가 인지하지 못했는데 제 아들이 시집을 읽고 나서 한 말입니다. 깜짝 놀라서 시집을 들춰보니 다양한 죽음의 연속이었어요. 죽음에는 통증이 따라올 수밖에 없고 비는 통증의 다른 말로 사용된 거죠. 그렇다고 하염없이 슬퍼하고만 있지 않습니다. 슬픔을 넘어서기 위해 저항하고 단단한 연대를 다짐합니다.

 

추천사 중 “애도는 애도를 삼키며 증폭한다”라는 정우신 시인의 시선이 와닿습니다. 그 의미를 시인의 목소리로 더 듣고 싶습니다. 

 

일차적 애도가 개인의 감정이라면 이차적 애도는 공동체의 감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애도는 애도를 삼키며 증폭한다”라는 것은 애도가 단순한 슬픔의 감정이 아니라 커지고 강해져서 개인의 감정을 넘어서는 공동체적 감정 즉 ‘애도 공동체’로 확장한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슬픔을 넘어서 사회적 성찰의 계기로 삼는 것입니다.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가 말한 '함께 슬퍼하고 기억하는 행위는 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변화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한 사람의 죽음을 애도할 때 그동안 억눌러왔던 다른 슬픔까지도 떠올리게 되고 그 감정은 우리를 연결하는 힘이 되는 거죠.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추락사한 노동자, 반지하 노인 등 사회적 비극과 역사적 상처를 함께 기억하고 그 기억을 통해 공동체가 더 단단해져야 하죠. 그것이 연대의 한 모습이기도 하고 우리가 단단해지는 과정이기도 하다고 생각해요.

 

해설을 쓴 이병국 평론가도 “소외되고 은폐된 타자의 삶에 새겨진 절박함을 시적 주체인 ‘나’를 전유하며 공동체 구성원인 ‘우리’의 삶 속에 등재하려는 시인의 능동성”에 주목했더군요. 

 

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병국 평론가의 해설을 읽고 참 많이 위로받았어요. 이 표현이 적당한지 모르겠는데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알아주는 이가 있다는 것이 참 위로가 됐어요. 사회에서 소외되고 외면당한 사람들의 고통과 절박함을 저의 목소리를 통해 사회에 전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가 함께 기억하고 연대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려는 제 의도를 “소외되고 은폐된 타자의 삶에 새겨진 절박함을 시적 주체인 ‘나’를 전유하며 공동체 구성원인 ‘우리’의 삶 속에 등재하려는 시인의 능동성”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짐작해 봅니다.

 

혼돈의 시절입니다. 시인 또는 시가 해야 할 사회적 역할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혼돈의 시절이야말로 시의 사회적 역할이 절실한 때가 아닐까요. 시는 시대의 과제 위에 있으면서 시대의 산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을 외면한 시는 공허합니다. 혼돈의 시기마다 시가 위로를 주고 나침반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 윤동주와 이육사, 한용운의 시가 그랬고 1980년대 김남주와 황지우, 박노해 등의 시가 그랬습니다. 요즘과 같은 혼돈의 시절에는 시를 통해 시대적 사명을 일깨우고 변화를 추동하고 견인하는 것이 시인의 사회적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시대적 사명은 ‘자주’와 ‘평화’, ‘통일’이라고 봅니다. 미국의 일극 패권주의 질서가 붕괴하고 세계 곳곳에서 반미 자주 깃발을 들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제는 미국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주 국가로 우뚝 서야 합니다. 또 평화는 전쟁이 없는 것으로 국한되지 않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 노동자들의 억울한 죽음이 없는 것, 소외와 차별이 없는 것이 평화입니다. 남과 북이 힘을 합쳐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로 나아가는 것 또한 중요한 시대적 사명입니다. 지금은 이러한 시대적 사명을 추동하고 견인할 시인과 시가 필요한 때입니다.

 

잠시 쉬어가는 의미로 내 생애서 가장 감명 깊었던 책은 무엇인가요? 

 

에리히 프롬의『소유냐 존재냐』입니다. 가장 감명 깊었다기보다는 제 가치관에 가장 영향을 준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인간의 삶에 대한 두 가지 관점을 얘기하는데요, 소유 양식과 존재 양식이 바로 그것입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소유 중심의 삶을 강요하죠. 더 많이 가지려 하고 더 많이 가져야 성공한 인생이라고 보는 것이죠. 이 때문에 인간은 물질의 노예로 전락한 채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잃어버린 삶을 살아가고 있어요. 반면에 존재 중심의 삶은 경험 중심의 삶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물질 중심의 삶에서 벗어나 창조적이고 자발적인 활동을 통해 자유롭고 충만하게 살아가는 방식이죠. 생각해 보면 저에게는 소유 DNA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책에 더 끌린 것 같아요. 또 우리 사회에서 시 쓰면서 산다는 것 자체가 소유하고는 거리가 멀기도 하고요. 소유에 대한 욕심이 없으니 스트레스도 없고 그래서 시를 꾸준히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에리히 프롬 저, 차경아 역/ 까치/ 13,500원


창작 과정에서 사물을 접하게 되는 형식과 그로부터 시를 포착하는 시적 발아가 어떻게 유지되고 변화되는지 궁금합니다. 

 

흔히 ‘시가 내게로 왔다’라고 하죠. 사람들은 각자 자기 마음에 수많은 씨앗을 품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 씨앗이 발아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만나면 발아하는 거죠. 내가 안경을 안경이라고 인지하는 것은 내 머릿속에 안경이라는 정보가 들어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만약 이 정보가 없다면 안경을 봐도 무엇인지 알 수 없죠. 이처럼 제 머릿속 혹은 마음속에 있는 다양한 정보와 감성의 씨앗들이 발아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만났을 때 발아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발아하기까지 ‘앓이’를 좀 해요. 앞서도 빙의라고 잠깐 언급했는데요, 시적 화자가 되기 위해 시적 화자의 고통과 슬픔, 기쁨과 행복을 저도 같이 앓아요. 고층빌딩에서 일하다가 추락사한 노동자 얘기를 하려면 길게는 수 주일, 짧게는 몇 시간 그 노동자가 되어서 그 감정을 오롯이 느끼게 되거나 느끼려 해요. 그렇다고 모든 시를 이렇게 쓰는 건 아니고요, 꼭 써야겠다는 시가 있으면 조사와 설계 과정을 거쳐서 베를 짜듯 쓰기도 해요.

 

작품의 탄생 과정은 어떠하고 소재는 주로 어떻게 찾고 있는지요. 

 

작품 탄생 과정은 앞 질문의 답으로 대신해도 될 것 같아요. 소재는 일부러 찾지 않아요. 소재를 찾기보다는 관심 영역을 넓혀가고 있어요. 호기심이 워낙 많기도 하고요. 관심 영역을 넓혀가다 보면 소재를 발견하죠.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죠? 제 시의 소재가 그런 것 같아요.

 

요즈음 순수문학이 매우 힘들고 그나마 시 분야는 더 열악한 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래서 시집은 시인만 읽는다는 소리도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시인들만이라도 시를 읽으면 그나마 다행이지 않을까요? 시인들이 다른 시인들의 시를 외면한다면 이것이 더 문제일 것 같아요. 시인들이 좋은 시를 쓰고 읽고 나누면 언젠가는 독자들이 생기거나 돌아오리라는 희망을 품어야겠지요.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면서 오히려 인문학이 다시 주목받고 있어요.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학문이 다시 뜬다면 순수문학도 같이 뜨지 않을까요? 시인은 누가 읽든 읽지 않든 써야 하는 운명을 타고났으니 독자가 있든 없든 계속 쓸 수밖에 없을 것 같긴 해요.

 

치매 관련 강의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뒤늦게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면서 가난한 사람이 계속 가난하게 사는 것을 개인의 문제로 한정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사회구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거죠. 또 앞으로는 특정 조건에 맞는 대상자를 선별해서 복지를 제공하는 선별복지에서 일정 조건이 되는 누구에게나 복지를 제공하는 보편복지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요. 사회복지의 매력에 빠지면서 내친김에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까지 땄어요. 이후 진로에 대해 고민하던 중 치매 인식개선과 치매 예방 교육하는 지인을 만나게 되면서 이 분야에서 일하게 되었어요. 우리나라는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빨라요. 그만큼 수명이 늘어났다는 것인데요, 수명 연장은 치매 환자의 폭발적 증가를 불러왔어요. 우리나라는 치매 환자 100만 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어요. 국가에서 돈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죠. 치매에 대해 정확히 알면 치매 환자를 요양원 등에 격리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여생을 보내게 할 수 있어요. 교육받은 사람들이 부모님을 대하는 태도나 치매 환자를 대하는 자세가 변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어요.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 세부 전공으로 인지재활(치매)을 전공했는데요, 2023년 치매극복의 날에 제가 동기들과 함께 '치매서포터즈 단체부문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습니다.

 

2023년 9월 21일 제16회 치매극복의날 기념행사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상 수상

앞으로의 도서 발간 계획과 주제가 궁금합니다.

 

이번에 시집을 내 보니 최소 5년에 한 번은 책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도 너무 오래 가지고 있으면 묵은내가 나더라고요. 앞으로도 소외되고 차별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시를 계속 쓸 예정입니다. 여기에 더해 ‘자주 통일’ 시 창작에도 집중하려고요. 인천지역 민간인 학살과 일제 강제노역 노동자 등 인천 역사와 맥이 닿는 시도 쓰려고 합니다. 여력이 된다면 기후·환경·생태 관련 시도 쓰고 싶습니다.

 

건필을 기원합니다. 더불어, 긴 시간 고마웠습니다. 마무리 인사 부탁합니다. 

 

귀한 시간 내어 인터뷰해 주시고 지면까지 할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집 출간 후 정말 많은 분에게 축하와 격려를 받았습니다. 이름만 들으면 금방 알 수 있는 대선배 시인님들께서 전화 등으로 축하와 격려해 주시기도 했습니다. 많은 분이 제 시집을 읽고 평을 써서 보내거나 시를 필사해서 보내거나 격려의 글을 직접 써 보내서 정말 놀랐습니다. 저는 그동안 시집을 받으면 잘 읽겠다는 감사 인사만 보냈는데 예의가 아니었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어요. 시집을 내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부족한 시편들을 엮어 책으로 내니 부끄러움과 두려움이 남았습니다. 앞으로는 부끄러움과 두려움을 조금이라도 걷어낼 수 있는 시를 쓰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작가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덧붙이는 글

옥효정 시인은 2014년 월간『시문학』으로 등단했고 인천작가회의 사무처장과 이사를 역임했다. 현재 시문학회 이사와 참살이문학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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