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사 생명평화 공연 중인 가수 손기문 (2023년)
2025년 8월, 광복 80주년 기념행사가 전국에서 열렸다. 남원시립합창단도 춘향문화예술회관에서 「대한이 살았다」를 무대에 올렸다. 통기타 하나 둘러메고 거리에서 30년 넘게 노래하고 있는 가수 손기문도 이 합창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공연을 마치고, 상기된 얼굴로 나오고 있는 그를 만났다.
공연 잘 보았습니다. 울림이 크고, 여운이 많이 남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부른 노래는 1919년 서대문형무소 8호 감방에 수감되었던 어윤희(1881-1961), 신관빈(1885~미상), 임명애(1886-1938), 심영식(심명철, 1887-1983), 권애라(1897-1973), 김향화(1897-미상), 유관순(1902-1920) 열사 7명의 독립운동가들이 지어 부르던 것으로, 노랫말만 전해지고 곡은 알 수 없었는데, 100년이 지난 2019년부터 여러 가수가 음원으로 발매한 노래입니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독립을 염원하는 불굴의 정신을 담고 있어서 이 노래를 부르는 저도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거리에서 노래하는 민중가수'라 불리는데, 그 계기가 궁금합니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높아진 민주화의 열망은 제가 대학에 입학한 1990년에도 뜨거웠어요. 이 시국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얼까' 고민하다가 'G#'이라는 노래패를 알게 됐어요. 가입을 하고 시위 현장마다 달려가 노래 운동을 했어요. 그러다 졸업을 했지만, 암울한 상황들은 계속되었어요. 생업을 가졌지만, 시대의 부름을 외면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일이 끝나면 기타 하나 둘러메고 거리로 나가 노래했습니다. 당연히 민중가요를 불렀지요. 그러다 보니 거리의 민중가수라 불리게 됐나 봅니다.
남원에 살고 계신데, 민중가수로서 이곳은 어떤 곳인가요?
'동학농민혁명운동의 성지'라고 할 수 있어요. 최제우 선생이 동경대전을 이곳에서 집필했고, '동학'이란 말을 처음 사용한 곳이고요. 그래서 2019년부터 '남원동학문화제'를 사랑의광장에서 매년 열고 있어요.
1987년 여름, 3,000여 노동자가 거제도에 모였어요. 평화적 시위를 약속한 경찰을 믿고 나아가던 중, 경찰이 쏜 직격 최루탄에 맞아 21살 이석규 열사가 사망했어요. 남원 출신인 이 열사의 무덤 앞에서 해마다 추모제를 지내고 있어요.
5·18 민주화운동 기념 공연 (2021년)
아직도 진상이 마무리 되지 않은 사건이죠. 채해병 사건. 채해병 역시 남원 사람입니다. 부모님이 다 남원에 살고 계시죠, 남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분향소를 만들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추모문화제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3·15 부정선거' 규탄 시위 중 사망하면서 4·19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던 김주열 열사의 고향이자 무덤이 있는 곳이죠. 이렇듯 남원은 민주화의 성지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리고, 저도 그 공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남원에 세워진 소녀상은 좀 특별하다고 들었어요.
좀 특별하죠. 전국적으로 소녀상 건립이 활발히 진행되던 2016년, 남원 시민들이 '우리 손으로 소녀상을 건립하자'며 1월 21일 '남원평화의소녀상건립 시민추진위원회'를 발족했어요. 저도 매주 사랑의광장에 나가 모금공연을 했어요. 4월에 벌써 목표액을 훌쩍 넘겼을 만큼 반응이 뜨거웠어요. '나눔의 집'에 계시는 길원옥 할머니의 어린 시절 얼굴을 형상화하기로 하고, 직접 찾아 뵙고, 족적을 받아 소녀상 앞에 그대로 새겼어요. 지금 사랑의광장에 이 소녀상이 있는데, 제게는 더 특별한 소녀상이지요. 이곳에서 버스킹을 자주 하는 이유이고요.
남원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 및 문화제 공연 (2016년)
버스킹 외에 다른 음악 활동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2012년 '실상사 작은학교'라는 대안학교에 제 아이들이 입학하면서 강릉에서 남원으로 이사 오게 됐어요. 2015년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 5명이 모여 '지리산노래패'를 결성하였고, 노래가 힘이 되는 곳에서 부르면 달려가고 있습니다.
30년 넘게 거리에서 노래하다 보니, 가수로서 갈증 같은 게 생겼어요. 그래서 남원시립합창단에 들어갔는데, 가수로서 스펙트럼이 넓어졌어요. 혼자서 하는 공연과는 또 다른 노래의 힘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삶의 궤적을 보면, 지난 몇 년 동안 있었던 혼돈의 시대를 외면하지 않으셨을 듯합니다.
네, 지난 정권 하에서 국민들이 느꼈을 공포와 분노를 저 역시 느꼈고, 가만히 앉아서 극복을 기다리고 있을 수 없었어요. 2023년 3월 20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전주 풍남문광장에서 '전국 시국 미사'를 선언했어요. 그곳에 지리산노래패가 함께 했지요. 그날 현장에서 느낀 열기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서울시청앞 광장 (2024년)
지난해 10월 26일, 지리산노래패가 처음으로 서울시청 앞 광장 무대에 올랐던 날도 잊을 수가 없어요. 거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과 빨간 해병대 옷을 입은 분들이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에 울컥했어요. 채해병의 고향에서 왔다고 해병대분들이 큰 환호를 해주셨어요.
지난 몇 년 동안 솔직히 80년대의 공포와 절망감이 되살아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밟으면 밟을수록 더 강해져서 일어나는 풀들의 근성이 우리 안에 있음을 다시 한 번 알게 됐어요. 그런 마음으로 지리산노래패와 저는 여러 집회 현장의 무대에 섰습니다.
지리산노래패 (2025년)
불리는 이름이 여럿이네요. 보헤미안, 광륜, 헤일로, 거리의 가수
살면서 돈이나 명예보다 자유가 더 소중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스스로 보헤미안적 삶을 살기로 했죠. '광륜'이라는 법명은 정토회 법륜스님으로부터 받았어요. '세상을 비추는 빛'이라는 뜻인데 영어로 '헤일로'죠.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였기에 큰 위로와 힘을 얻었어요. 그 힘을 세상에 돌려주고 싶습니다. '거리의 가수'는 ‘제가 지은 이름은 아니에요. (웃음)
시대의 부름에 대한 답으로 노래를 해오신 거네요. 앞으로 계획이나 바라시는 것이 궁금합니다.
실상사 기념 음반에 수록된 <나 이제 자유롭게 살기로 했어>가 음원 사이트에 올라 있는데, 이 노래 외에는 제 앨범이 없어요. 그래서 앨범 내는 게 계획이자 바람입니다. 그렇다고 지금 특별히 애쓰고 있는 건 아니에요. 뭐든 가볍게 하려고요.
건강하시고, 앨범 인연 잘 만나시기 바랍니다.
네, 고맙습니다.
[아이즈앨범] 길고 긴 터널의 끝
길고 긴 겨울의 북풍 한설 끝에 봄이, 아주 벅찬 그리하여 완전한 봄이 왔습니다. 너무나 간절하게 간절하게 기다리고 기다리며 애태우던 절망의 그 절망이 사라지고 매화, 그 희망의 봄이 왔습니다.
'아이즈 앨범' 1999년 어느 겨울 새벽
아주 추운 어느 새벽 나의 밤의 미행은 계속되었고 갑자기 친구가 나타났다 외투를 벗어주고 싶었지만 야박하게도 렌즈 노출이 3분을 넘어가고 있었다.파르르 떠는 몸의 파동과 온기를 나눌 연민의 차이처럼 찰라가 만든 결과 뒤 밀려드는 타자들의 고통이 어두웠다. 오늘처럼 쇄골이 시리면 생각나는 그 겨울 그 시간... *2001년 사진전, ...
얼어 붙은 땅에 노란 납매 그리고 동백
꽁꽁 얼어 붙은 날씨였으면 더 신기하고 감격으로 채워졌을 텐데...대한민국이 얼어붙고 혼란스러운 계절납매와 동백이가 핀 1월 따뜻한 봄을 기다려 본다
[아이즈앨범] 첫눈이 말하는 폭설 이야기
큰눈이 내려주었다차는 차대로 엉거주춤사람은 사람대로 조심조심건물들도 내리는 눈에 모서리를 잃어간다모두가 흐려지는 날인데눈 녹은 자리에 다시 큰눈 내리고내리는 만큼 길이 질퍽해져도입가에 번지는 웃음이 있다첫눈이 많이 왔다는 말과 첫눈이 빨리 왔다는 말이 있다오늘 몇 시에 나왔냐는 물음과 퇴근길은 괜찮겠냐는 물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