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 온다
가을은 뭉게구름처럼 뭉게뭉게
온다.
먼 산 산마루를 타고
눈부시게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가슴 뭉클하게 온다.
가을이 온다.
가을은 시냇물처럼 투명하게 온다.
물 아래 모래 한 알까지
모래무치 한 마리 은비늘까지
또릿또릿 셀 수 있게
투명하게 온다.
-권영상 시인의 시 '가을' 전문
이 시는 <구방아, 목욕가자>라는 동시집에 실려있다.
아이의 마음처럼 참 맑은 시다. 시인은 직유적 표현을 통해 가을이 뭉게구름처럼 뭉게뭉게, 시냇물처럼 투명하게 온다고 표현했다. 이런 계절의 변화는 외부세계의 현상이지만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도 어느새 뭉클져 옴을 느낄 수 있다. 물 아래 모래 한 알까지, 작은 물고기 은비늘까지 또릿또릿 셀 수 있게 눈과 마음도 투명해지는 것 같다.
가을은 단순한 계절이 아니라 존재들이 현현(顯現)하는 계절이다. 그것을 느끼고, 감각하고, 사유하는 것은 우리들 몫이다. 올 가을은 물 속의 모래 알갱이, 작은 물고기의 은비늘까지도 또릿또릿 셀 수 있게 눈과 마음이 맑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전에 보이지 않던 것을, 느끼지 못한 것을 새롭게 인식하고 공감하는 그런 계절이 되었으면 한다. 모두 빛나는 가을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어향숙 시인은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나 '김유정 신인문학상'(2016)을 받았다. 시집으로 《낯선 위로가 눈물을 닦아주네》가 있다.
[아이즈앨범] 길고 긴 터널의 끝
길고 긴 겨울의 북풍 한설 끝에 봄이, 아주 벅찬 그리하여 완전한 봄이 왔습니다. 너무나 간절하게 간절하게 기다리고 기다리며 애태우던 절망의 그 절망이 사라지고 매화, 그 희망의 봄이 왔습니다.
'아이즈 앨범' 1999년 어느 겨울 새벽
아주 추운 어느 새벽 나의 밤의 미행은 계속되었고 갑자기 친구가 나타났다 외투를 벗어주고 싶었지만 야박하게도 렌즈 노출이 3분을 넘어가고 있었다.파르르 떠는 몸의 파동과 온기를 나눌 연민의 차이처럼 찰라가 만든 결과 뒤 밀려드는 타자들의 고통이 어두웠다. 오늘처럼 쇄골이 시리면 생각나는 그 겨울 그 시간... *2001년 사진전, ...
얼어 붙은 땅에 노란 납매 그리고 동백
꽁꽁 얼어 붙은 날씨였으면 더 신기하고 감격으로 채워졌을 텐데...대한민국이 얼어붙고 혼란스러운 계절납매와 동백이가 핀 1월 따뜻한 봄을 기다려 본다
[아이즈앨범] 첫눈이 말하는 폭설 이야기
큰눈이 내려주었다차는 차대로 엉거주춤사람은 사람대로 조심조심건물들도 내리는 눈에 모서리를 잃어간다모두가 흐려지는 날인데눈 녹은 자리에 다시 큰눈 내리고내리는 만큼 길이 질퍽해져도입가에 번지는 웃음이 있다첫눈이 많이 왔다는 말과 첫눈이 빨리 왔다는 말이 있다오늘 몇 시에 나왔냐는 물음과 퇴근길은 괜찮겠냐는 물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