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새책] 《여신의 언어》···태초의 신이 여신?
  • 김광일 기자
  • 등록 2024-11-20 06:00:01

기사수정
  • - 《문학이 필요한 시간》작가 정여울 추천

마리야 김부타스 지음 / 고혜경 옮김 / 한겨레출판 / 75,000원

인류가 모권제 사회인 건 알고 있었는데 어떤 구조이며 남녀의 역할은 어땠을까. 태초의 신들은 정말 여신이었을까?


한겨레출판에서 《여신의 언어》를 복간했다. 저자 마리아 김부타스(Marija Gimbutas)는 원시 인류에서는 남녀가 평등하고 여신을 숭배하는 문화였다고 한다. 기원전 7000년경 ~ 기원전 3500년경 유물을 통해 '올드 유럽'(인도-유럽 문명 형성 이전의 유럽)의 여신전통문명과 그 후에도 명맥을 이어온 여신전통과 모계사회의 흔적들을 설명한다. 2000여 유물의 의미를 상징군으로 분류했다.


가부장제 확립 되기 전인 선사시대의 종교, 사회, 이데올로기, 문화를 밝혀낸 독보적이고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1989년 출간 당시 큰 반향을 일으킨 뒤 다양한 사상과 연구, 문화 콘텐츠에 영향을 미쳤다. 


하버드대에서 고고학 연구자로 첫발을 내디딘 김부타스는 당시 학내 유일한 여성 고고학자로 '전쟁'과 '지배'의 논리로 인류를 설명하는 관점에 회의를 느끼며 다른 질문을 품게 된다. "인류 역사에 전쟁은 정말 불가피했을까? 그 역사 속에 여성들은 어디에 있는가? 인류 문명 내내 남자가 여자를 지배했을까?"


선사시대(특히 신석기 시대까지) 신상의 90퍼센트는 여신상이다. 가장 오래된 인간 형상 조각상으로 알려진 빌렌도르프의 비너스상도 이 시기 유물이다. 


여신의 의미를 풍요와 다산으로만 한정해 온 그간의 논의와 달리 김부타스가 밝혀낸 땅과 달을 비롯한 자연 만물에 친연성을 갖는 이 시기 상징들의 주요 주제는 탄생과 죽음(파괴), 재탄생이다. 생명과 탄생도 중요한 테마지만, 모성으로만 여신의 힘을 설명하는 것은 당대의 여신성(여성성)을 축소 해석하는 관점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관련기사
TAG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포토/영상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인천의 문화·도시 연구 위해 인문학자·문화예술인·도시행정가·언론인·시민 모였다···19일 '인문도시연구소' … 인천문화와 도시 연구자들이 <인문도시연구소>(Humanistic City Institute)를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연구소는 구월동에 마련했다. 19일 개소식에는 인문학자와 문화예술인, 도시행정가, 언론인,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주요 사업으로는 인천과 도시에 관한 인문학적 연구 및 연구방법론 체계화, 인천과 도시에 대한 정보 및 연구 ...
  2. 가스공사, 10억 투자해 평택 가스화재훈련센터 내 실내 체험관 새단장 한국가스공사가 평택 가스화재훈련센터 내에 실내 체험관을 새롭게 단장해 국민과 임직원을 대상으로 재난안전 체험 교육을 시행한다.가스공사는 21일 김환용 안전기술부사장 등 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체험관 개관식을 진행한 것. 김 부사장 등은 재난 교육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해 시설 안전성과 교육 효과성을 점검하는 시간도 ...
  3. 하나은행, 국민·농협·신한·우리·IBK과 공동 본인확인서비스 MOU 체결···"인증서 부정사용·금융피해 방지한다" 하나은행이 21일 국내 주요 은행(국민·농협·신한·우리·IBK)과 함께 은행권 공동 본인확인서비스 추진 및 마케팅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금융권 인증서는 금융기관 특유의 강화된 다중 보안 시스템을 갖췄으며, 이용자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인 '본인확인' 수단이다. 그동안은 은행별로 사용했는데 이...
  4.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영진설비 돈 갖다주기 막힌 하수도 뚫은 노임 4만원을 들고영진설비 다녀오라는 아내의 심부름으로두 번이나 길을 나섰다자전거를 타고 삼거리를 지나는데 굵은 비가 내려럭키슈퍼 앞에 섰다가 후두둑 비를 피하다가그대로 앉아 병맥주를 마셨다멀리 쑥꾹 쑥꾹 쑥꾹새처럼 비는 그치지 않고나는 벌컥벌컥 술을 마셨다다시 한번 자전거를 타고 영진설비에 가다..
  5.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건망증1 창문을 닫았던가출입문은 잠그고 나왔던가계단을 내려오면서 자꾸만 미심쩍다다시 올라가 보면 번번이잘 닫고 잠가놓은 것을퇴근길 괜한 헛걸음이 벌써한두번이 아니다오늘도 미심쩍은 계단을그냥 내려왔다 누구는마스크를 쓴 채로 깜박 잊고가래침도 뱉는다지만 나는그런 축에 낄 위인도 못된다아마 잘 닫고 잘 잠갔을 것이다혼자 남은...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