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17회 구상문학상, 고형렬·고철 시인 공동 수상···"우열 가리기 힘든 수작"
  • 이상실 기자
  • 등록 2025-12-01 08:00:01

기사수정
  • - 상금 각각 1500만 원…"한국 시사의 지평 새롭게 열어"
  • - 고철, "늘 허겁지겁 불편했고 눈물 마를 날 없었다"
  • - 고형렬 "한없이 낮은 곳으로 가는 물의 시 정신으로 쓰겠다"

고철 시인과 고형렬 시인  

28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아트홀 전시실은 한국 문단의 거목 구상(具常) 시인을 기리는 문학적 열기로 가득 찼다. 


구중서 문학평론가와 이상국 시인을 비롯해 최호권 영등포구청장, 정선희 구의회 의장, 문인과 시민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제17회 구상문학상'의 영예는 고형렬 시인과 고철 시인에게 돌아갔다. "어느 한쪽에서 눈길을 거둘 수 없었다"고 할 만큼 치열했던 경합 끝에 탄생한 공동 수상이다.


이번 시상식은 영등포구청과 구상선생기념사업회가 2009년부터 구상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고자 이어온 전통 있는 자리다. 



치열했던 경합, 두 개의 정점


올해는 고형렬 시인 시집 《칠일이혼돈사》에 수록된 '서시 序詩' 외 7편과 고철 시인 《극단적 흰빛》에 담긴 '터닝 포인트' 외 6편이 심사위원들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들의 작품은 《현대시학》(2025년 10~12월, 626호)에 게재되며 독자들과 만났다. 두 수상자에게는 각각 상금 1,500만 원이 수여됐다.


심사 과정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두 시집 모두 한국 시사(詩史)의 지평을 새롭게 열어 보이는 장점이 뚜렷해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며 두 시인을 공동 수상자로 선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고철 시인 작품은 소수자로 성장하며 온몸으로 겪어야 했던 경험을 생생하게 빚어낸 "드문 경험과 상상력의 소산"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고형렬 시인 작품은 진지한 문제의식과 집요한 시적 수행력으로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끌었다.


제17회 구상문학상'을 받은 고철·고형렬 시인


'눈물'과 '물의 정신' 깃든 시들


수상 소감에서 두 시인은 각기 다른 언어로 시에 대한 간절함을 토해냈다. 


고철 시인은 "나의 출생 내력은 늘 허겁지겁 불편했고 눈물 마를 날이 없었다. 구상 선생님의 얼에 누가 되지 않도록 바르게 쓰겠다"고 다짐했다.


고형렬 시인은 "속도를 준다면 쇠도 끓고 한없이 낮은 곳으로 가는 물의 시 정신으로 더 쓰고 더 살려 한다"고 했다. 


시상식에 앞서 열린 '2025 구상문학축전, 구상문학세미나'에서는 신상조 문학평론가가 '구상문학의 현실 참여'를 주제로 발표하며 구상 시인의 문학적 유산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관련기사
0
  • 목록 바로가기
  • 인쇄


포토/영상더보기
이전 기사 보기 다음 기사 보기
최신뉴스더보기
많이 본 뉴스더보기
  1.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모과의 귀지를 파내다 모과에 핀 얼룩을 손으로 쓱쓱 문지르니점액질이 끈끈하게 배어 나온다얼굴에 핀 검버섯처럼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반짝거린다 모과의 귀에 면봉을 깊숙이 넣으니갈색의 가루가 묻어 나온다너는 그것이 벌레의 똥이라고 우기고나는 달빛을 밟던 고양이들의 발소리라 하고천둥소리에 놀라 날아들던 새의 날갯짓 소리라 하고새벽바람에 잔..
  2.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접히다 "지금 화장 중입니다"승화원 전광판에는 뜨거운 불길이 일고한곳에 모인 우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말이 없었다전광판이 바뀌고눈물이 마르기 전 냉각을 마친 어머니를 모시러 갔다육중한 철문이 열리고철제 침대가 끌려 나왔다붉은 장미로 채운 관과 황금빛 수의는 간 곳 없고주검을 눕힌 그 자리타다만 뼈 몇 개와 재만 놓여 있...
  3. [새책] 20대 청년이 쓴 《마르크스주의 입문》···세계 바꿀 가장 날카로운 무기 자본주의의 모순이 심화되는 지금, 왜 다시 마르크스주의를 읽어야 할까? 1%의 부자가 전 세계 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불평등이 지속되고 있다. 오늘날과 같은 자본주의가 계속되면 마르크스주의는 다시 부활할까?오월의봄에서 20대 청년 이찬용이 쓴 《마르크스주의 입문》을 펴냈다. 그동안 나온 마르크스주의 책들은 대부분 오래됐거...
  4. 2025년 포엠피플 신인문학상 주인공 22세 이고은 "시 없인 삶 설명 못 해" 올해 《포엠피플》신인문학상은 22세 이고은 씨가 차지했다. 16일 인천시인협회 주관하고 인천 경운동 산업단지 강당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1,351편의 경쟁작을 뚫고 받은 것이다. 행사 1부는 《포엠피플》 8호 발간(겨울호)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2022년 2월, 문단의 폐쇄적인 구조를 타파하고 회원들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기치 아래 창간된 계..
  5.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같은 부대 동기들 군대에서 세례를 받은 우리들. 첫 고해성사를 마치고 나서 운동장에 앉아 수다를 떨었다. 난 이런 죄를 고백했는데. 넌 무슨 죄를 고백했니? 너한텐 신부님이 뭐라 그랬어? 서로에게 고백을 하고 놀았다.  우린 아직 이병이니까. 별로 그렇게 죄진 게 없어. 우리가 일병이 되면 죄가 조금 다양해질까? 우리가 상병이 되면…… 고백할 ...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