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투자증권
자본시장에는 절대 원칙이 하나 있다. 바로 '선수'와 '심판'을 구분하듯, 돈을 어디에 굴릴지 결정하는 '운용' 업무와 실제 주문을 넣는 '매매' 업무를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이 무너지면 내부 통제가 작동하지 않아 금융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한투자증권에서 이 기본 원칙이 3년에 걸쳐 무시된 사실이 드러났다.
직원 한 명이 28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운용하고 직접 매매까지 실행하며 '북 치고 장구 치는' 식의 위험한 영업을 해오다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1월 29일 신한투자증권에 대해 '운용업무와 매매실행업무 겸직 금지 위반' 혐의로 과태료 2000만 원을 부과하고 관련 직원에 대해 자율처리필요사항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직원 혼자 정하고 산다?…사라진 견제 장치
사건의 중심에는 신한투자증권의 집합투자재산 매매업무 담당자인 A차장이 있었다. 자본시장법 제85조에 따르면, 집합투자재산의 운용 업무를 담당하는 자는 특별한 예외가 아닌 이상 자산의 취득이나 처분 등 실행 업무를 겸직해서는 안 된다.
운용 지시자와 실행자를 분리해 상호 견제를 유도하고 불공정 거래나 자의적인 자산 운용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신한투자증권 홈페이지
A차장에게는 이런 원칙은 통하지 않았다. 그는 2021년 3월 2개 펀드의 운용 담당자를 겸직하면서 투자 대상 자산을 직접 취득하고 처분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이날 하루 동안 그가 혼자서 결정하고 실행한 거래 규모만 8건, 금액으로는 1000억 원이나 됐다. 견제 장치 없이 거액의 자금이 한 사람의 손끝에서 움직인 것이다.
2021년 이어 2023년에도 반복된 일탈
문제는 이러한 일탈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A 차장의 '위험한 겸직'은 2년 뒤인 2023년에도 반복됐다. 그는 2023년 11월 15~17일 또다시 2개 펀드의 운용을 맡으면서 매매 실행까지 직접 도맡았다.
이 기간 동안 A 차장이 주무른 거래 건수는 31건, 거래 금액은 1800억 원으로 불어났다. 2021년의 1000억 원을 합치면, 한 명의 직원이 법상 분리돼야 할 업무를 독단적으로 수행하며 2800억 원을 처리한 것이다.
이번 사안을 단순한 업무 미숙이 아닌 금융 투자의 투명성을 해치는 중대한 절차 위반이다. 이에 금감원은 신한투자증권에 2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해당 행위를 한 직원에게는 자율처리필요사항을 통보하며 책임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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