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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고통이 말해주지 않는 고통
- 고통이 말해주지 않는 고통이 있다나무가 다 보여주지 않는 나무가 있듯이내게도 당신에게 말할 수 없는 당신이 있다상처가 다 말하지 않는 상처가그래서 상...
- 2026-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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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수행자의 노래
- 모차르트를 높여놓고 설거지를 한다세제 향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른다설거지에는 설거지의 도가 있어먼저 더운물에 그릇을 불리고거품을 일으켜 애벌 씻은...
- 2026-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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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소주 한 병이 공짜
- 막 금주를 결심하고 나섰는데눈앞에 보이는 것이감자탕 드시면 소주 한 병 공짜란다이래도 되는 것인가삶이 이렇게 난감해도 되는 것인가날은 또 왜 이리 꾸...
- 2026-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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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두만강 푸른 물
- 파고다공원에 갔지 비오는 일요일 오후 늙은 섹스폰 연주자가 온몸으로 두만강 푸른 물을 불어대고 있었어 출렁출렁 모여든 사람들 그 푸른 물속에 섞이고 ...
- 2026-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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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 샤갈의 마을에는 삼월에 눈이 온다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새로 돋은 정맥(靜脈)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새로 돋은 ...
- 2026-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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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지독한 현상
- 말을 잇지 못했다 떨어뜨린 모양이야 그러나, 그런 말이 어디 있어 너는 물어보지 않는다 있어 그런 말이 하고 대꾸할 것 없이 그냥 주워야 하는데 그 말은 아...
- 202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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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엄마의 머그컵
- 엄마가 제일 아끼는 머그컵을 깼어식탁 모서리에 톡, 부딪혔을 뿐인데쨍그랑, 소리가 아침을 부쉈어 안 돼! 엄마의 외침에 심장이 쿵, 하고 떨어져조각들 옆에...
- 2026-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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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아버지가 마당에서 싸리비로 눈 쓰는 소리
- 내게 욕심이 하나 있다면 겨울날 식전에 아버지가 마당에서 싸리비로 눈 쓰는 소리를 이불 속에서 가만히 듣는 것 그 소리는 빈 논의 살얼음을 누군가 맨 먼...
- 2026-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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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지나간다
- 꽃이 피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것이다바람이 부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것이다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쓸쓸한 저녁을 지나가는 것이고너와 살고 있는...
- 2026-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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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나비
- 가늘고 긴 다리는 망설이고 있었다향기가 더듬이를 떠날 때까지아무도 보지 않는데 가끔은양면을 펴서 평평하게 엎드렸다가꽃빛에 반해서 얼굴을 대는 동안...
- 2026-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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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비빔국수
- 비빔국수를 시켜 놓고 끼니때마다 비빔국수를 먹을 수 있다면 행복이겠다 싶다가 나는 왜 이 비빔국수가 좋을까 자문하다가 비빔이라는 말에서섞임에 백기 ...
- 2025-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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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이것은 사랑의 노래
- 언덕을 따라 걸었어요 언덕은 없는데 언덕을 걸었어요 나타날지도 모르잖아요 양말은 주머니에 넣고 왔어요 발목에 곱게 접어줄 거예요 흰 새여 울지 말아요...
- 202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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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부부
- 부부란 여름날 멀찍이 누워 잠을 청하다가도어둠 속에서 앵 하고 모기 소리가 들리면순식간에 합세하여 모기를 잡는 사이이다 많이 짜진 연고를 나누어 바르...
- 2025-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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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할 때
- 어향숙 시인늘 노래하면서도 노래가 되지 않는 새들과죽음 이야기 하면서 죽지 않는 할머니실제로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새장이 문을 열었다말 못하는 ...
- 202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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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나는 불안한 샐러드다
- 투명한 보울 속에 검고 파랗고 노란, 붉디붉은 것들이 봄날의 꽃밭처럼 담겨 있다. 겉도는, 섞이지 않는, 차디찬 것들. 뿌리 뽑힌, 잘게 썰어진, 뜯겨진 후에도 ...
- 2025-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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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종필의 문화문학] 만화 속에 회전하는 타이밍과 미래의 전망
- 단편 만화는 이야기 속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하나의 건축물 같다. 장편 웹툰은 긴 호흡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끌어가는 과정에서 당대의 사건...
- 202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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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향숙의 시가 있는 일요일] 새우탕
- 수평선이 그어져 있다 그 부분까지 끓는 물을 붓는다 오랜 기간 썰물이던 바다, 말라붙은 해초가 머리를 풀어 헤친다 건조된 시간이 다시 출렁거린다 새우는 ...
- 2025-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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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윤 소설가의 유리정원] 철암(鐵岩) 마지막 편
- 잠에서 깼을 때, 누군가 내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실눈을 뜨고 민석의 얼굴을 살폈다. 내 쪽을 향해 얼굴을 내밀고 입을 벌리고 잠든 민석의 입에서 숨소리가...
- 2025-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