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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의 시시각각] 세계에 대한 관심 가져야 할 한국의 세계화
  • 이재용
  • 등록 2025-10-21 14:22:53
  • 수정 2025-10-21 23:5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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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캄보디아서 벌어진 한국인들 피살, 범죄 피해 및 연루 사건을 보며

해외여행이 자유화된 시기가 1989년이다. 체감상으로는 1990년대 중반 넘어서야 외국여행이 다소 본격화되었다고 느낀다. 지방대학의 가난한 문학도였던 처지에 주위의 분위기로는 알 수 없었고, 윤후명의 〈여우사냥〉이나 전성태의 〈늑대〉 등 작품을 접하면서 시나브로 감지했다.


그래서인지 해외 관련하여 기억에 남는 사건의 하나가 '김선일 씨 피납 사건'이었다. 2004년 중동에서 일하던 김선일 씨의 납치 사건은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 문제에 관한 이라크 저항 세력의 항의 표시였다. TV 뉴스에서 낯선 배경의 알자지라(방송국)에서 받은 화면이 매일 비춰졌고, 이런저런 뒷 이야기들이 일간지와 주간지의 지면을 수놓았다. 


끝내 시신으로 돌아와 안타까운 결론을 맺은 이 사건은 '1970~1980년대 산업역군의 노력과 성과’로만 기억되었던 중동이라는 지역에 관한 인식을 구체화시켰다. 사막이라는 환경에 관한 막연한 선입견은 그 환경과 고투하는 사람들의 구체적인 모습으로, 분쟁 중이라든가 전쟁 중이라는 추상화된 글자는 납치와 살인이라는 끔직함으로 선명하게 새겨졌다. 희망에 차서 반복했던 세계화라는 구호의 이면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즈음, 추석 연휴를 앞뒤로 지면과 화면을 차지했던 뉴스는 거의 대부분 국외의 사건들이다. 평화운동가 해초가 탄 구호선이 이스라엘에 나포되었다 풀려난 일, 트럼프의 무역관세 협상과 전쟁 관여, 무엇보다 캄보디아의 한국인들 피살, 범죄 피해 및 연루까지. 


국내의 내란재판에서 시선을 옮기려는 시도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그러한 경계의 타당성은 십분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이 사건들이 소홀히 다루어져도 좋을 간단한 문제일 리는 없다. 도리어 해외 사건을 무맥락·무정견으로 함부로 다루는 인물들을 경계하는 시선이 필요하다.


한국은 꽤 오랜 기간 고립되어 있었다. 한국전쟁 이후로 1990년대 초까지 군부독재는 해외여행을 통제했고, 적대적 감정이 가시지 않은 일본과 공산권 국가에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이다. 조총련 소속과 스치기만 해도 변을 당할 수 있었으니, 그나마 일본도 안심하고 갈 수 없었다고 한다.


세계 안에서 다양한 맥락으로 외인(外人)들과 접한 지 30년, '한국'이라는 이름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질수록 한국인이라는 구체적 대상 역시 세계인들의 시야에 포착되기 쉬워졌다. 그 위상이 높아진 지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매우 급속하게 한국인의 문화가 가진 힘이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동아시아의 분단된 작은 땅에서 이루어낸 성과는 오랫동안 우리의 자부이기도 했다. 


이제 바야흐로 미약한 우리를 알아달라고만 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다양한 세계의 경제·정치·문화·역사적 맥락에 관심을 가지고 인식해가야 할 때다. 긴 맥락을 자르고 단신으로 속보를 남발하기 십상인 언론과 국내에서도 자신의 소속에 대한 이익만 따지거나 감정에 치우쳐 선동하는 투로 나오는 발언은 안이하기도 하거니와 위험하기까지 하다. 세계의 시선은 이제 한국인이 그들 각각, 그리고 세계 전체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말을 하는 나 역시 막연하게 평화에 대한 지향만 앞세우고 세계에 대한 관심이 미약했다. 반성하며, 틈틈이 기 들릴의 《굿모닝 예루살렘》을 비롯하여 조 사코의 만화, 아테프 아부 사이프의 《집단학살 일기》를 구해 가자지구에 대한 것부터 알아가기 시작했다. 


우리의 관심이야말로 한국의 세계화에 걸맞는 작은 행동이라는 생각으로. 4·3과 베트남, 만주를 잇는 작품으로 이러한 생각의 씨앗을 심어준 (작품을 읽은 사람들은 누군지 넉넉히 알아차릴) 작가에게도 감사하다 전하고 싶다.


이재용 캐리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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