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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윤석열 즉시, 석방" 오보와 정치인들의 전환적 태도
  • 손병걸 시인
  • 등록 2025-03-08 10:15:33
  • 수정 2025-03-08 14: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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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정치는 존경과 사랑을 받아야 할 직업이다.

KTV 캡처

정치인은 수많은 직업 중 하나다. 그러나 평범한 직업이 아니다. 엄격한 도덕성과 사명감이 따라야 한다.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입법기관이거나 대단히 중요한 일들을 확정하기 때문이다. 하물며 막강한 힘을 가진 대통령은 어떠한가? 


어찌어찌 정한 정책들이 국가의 미래를 결정한다. 그러나 대통령을 위시로 기초의원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 정치인들은 국민을 위한 희생과 동떨어진 모습을 자주 선보인다. 특히, 국가적 위기일 때마다 그 언행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오늘에 이르는 동안 수많은 사료가 존재한다. 


그 내용을 들여다볼 때마다 느낀다. 고관대작들이 아니라 백성이, 고위 관직 정치인들이 아니라 국민이 이 나라를 지켜왔다. 다소 억울한 고관대작이나 고위 관직 정치인들이 있을 수 있겠다. 모르는 바가 아니다. 그렇다고 꼭 억울해 할 일이 아니다. 큰 틀에서 스스로 선택한 자리다. 언제나 무거운 책임감을 감당하기 때문에 존경받고 양적으로도 대접받는 것이다.


그러나 존재조차 알 수 없이 묵묵히 제자리를 살다가 나라를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이들의 절대다수는 국민과 백성이다. 그러므로 정치인이라면,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섬겨야 한다. 존경과 사랑을 받아야 할 언행을 해야 한다.


어제는 느닷없이 구속 중인 내란우두머리 혐의자 윤석열이 석방된다는 속보가 대한민국 전역에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하루이틀 있는 과열 경쟁 보도가 아니어서 평소 같으면 그리 놀랍지도 않을 일이다. 속보를 만나면, 일단 의심하고 따져보는 습관도 충격 완화제로 한몫한다. 


물론, 오보를 빠르게 정정하게 한 올바른 뉴스 보도가 뒤를 따랐다. 그러므로 혼돈의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은 건 매우 다행이다. 그러나 어제는 언론·방송에 대한 심각성을 고스란히 보여준 날이다. 오보도 분명 그 무게가 있다. 아무렇지 않은 듯 주워 담을 수 있는 헤프닝이 아니었다. 내란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중인 현 대통령이 아니던가? 뉴스 한 대목이 위험을 만들 수 있는 절체절명의 대한민국이 아니던가? 


오보 때문에 놀란 가슴이 채 가라앉기도 전이었다. 여당 정치인들이 보인 언행은 더 놀라웠다. 사실, 어제 오보 전까지 12·3비상계엄 뒤 윤석열을 바라보는 여당 정치인들은 곧 있을 파면을 예상하는 듯했다. 대권 행보를 밟는 주자들의 언행을 보면 잘 알 수 있었다. 알게 모르게 꾸린 대선캠프 소식은 비밀이 아니었다. 더불어, 대권을 향한 언행을 누구나 쉽게 눈치챌 수 있었다. 


어제는 태도가 완전히 뒤집힌 듯했다. 대권 행보를 보이던 이들이 내놓은 언행들은 주춤거림이 아니라, 완벽한 태도의 전환이었다. "서둘러 구치소 앞으로 마중을 나간다"는 의원들과 "얼마나 몸과 마음이 힘드셨냐?" "부당한 구속에 맞서 달라" 했고 심지어, 구속 해지와 전혀 상관없는 '공수처 존폐를 따져야 한다"는 정치인도 등장했다. 


물론, 이해하려면 이해 못 할 현상도 아니다. 정치인들이 하루아침에 얼굴을 바꾸는 일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익숙해서 그러려니 할 수 있다. 그러나 익숙해진 현실은 익숙하지 않은 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치인들은 다 그러려니!' 하는 국민 반응을 정치인들은 자정 노력을 해야겠다는 고마움으로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정치적 무관심의 수단과 정치적 이익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기술에 능수능란하다. 그러므로 국민은 정치적 몰이에 빨려 들어가면 안 된다. 상식적 감시의 대상으로 조금은 떨어져서 정치를 주시해야 한다. 


며칠 전이었다. 여당 지도부 권영세, 권선동이 TK민심잡기에 일환으로 전 대통령 박근혜를 찾았다. 누가 뭐라고 해도 대권행보의 일환으로 읽힌다.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시키려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 청구인 대표로 나섰던 권성동이 아니던가? 평범하지 않은 인연으로 얽힌 둘이 나눈 대화와 마주한 모습에서 국민은 어떠한 생각을 하게 될까? 


수시로 이동하는 권력의 속성 때문에 벌어지는 사소한 현상으로만 취급하기에는 잔인하고 평범한 인간관계로 봐주기 힘든 그림이었다. 원래 정치가 아군도 적군도 없다는 말은 비상식적 행각을 합리화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기본적 양심이 없는 정치는 국민도 없고 나라의 미래도 없다. 그저 움켜쥐어야 할 눈앞에 권력만 있는 것이다. 


정치는 어른들의 세계로 국한되지 않는다. 어린 학생들도, 청소년들도 관망하고 저마다 평가하고 흡수한다. 올바른 정치는 언행이 다르지 않아야 한다.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고도의 양심이 바탕이어야 한다. 시시때때로 이익을 챙기는 권모술수를 아무렇지 않게 구사하는 건 정치가 아니다. 현란한 기술이 정치가 되어서는 안 된다. 권력을 향한 뻔뻔함이 정치적 자산으로 후대에 물려주면 안 된다. 현재의 정치가 찬란하게 펼쳐질 미래를 갉아먹는 악성 바이러스가 되면 안 된다. 


"정치는 복잡하다." "국민이 잘 몰라서 그런다."라고 표현하는 정치인들에게 속아서는 안 된다. 저러한 말들은 정도를 걷지 않고 있는 정치인들의 언행일 뿐이다. 잘못을 반증하는 말들일 뿐이다. 올바른 언행은 단순하다. 정치를 복잡하게 만든 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술수다. 일상이 바쁜 국민과 괴리를 만들수록 정치인들의 성은 높아질 것이다. 그들의 상은 기름질 것이다. 국민은 적당한 배부름 뒤 끝내, 버림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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