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김선우 시인의 시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인가' 전문
이 시는 김선우 시인의 시집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인가》 에 실려있다.
사물은 여러가지 방식으로 말을 걸어온다. 우리가 경계를 지우고 조금만 마음을 열어 놓는다면 그것들과 함께 호흡하고 더불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요즘 필자가 사는 북서울숲에는 벚꽃, 개나리꽃, 싸리꽃 등등 꽃들이 앞다투어 피기 시작했다. 매년 오는 봄이지만 탄생은 늘 기존과 다른 세계를 맞이하게 되고 경험하게 한다. 생명에 대한 경이와 함께 무한한 가능성을 꿈꾸게 된다.
시의 화자도 줄기 끝에서 꽃이 피는 순간 온몸이 현상의 일부가 되어 피어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그래서 "꽃"이 피는데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아득한지, 몸이 뜨거운지, 라고 표현했다. 독자들도 읽는 순간 그 숨 막힐 것 같은 에너지가 느껴져 생명의 향연에 빠져들게 된다.
포스터의 소설 <전망 좋은 방> 에 "봄과 다투지 마라" 라는 문장이 나온다. 멋진 삶이란 봄처럼 새로운 현재를 감각하며 다투기보다는 세계의 움직임에 자연스럽게 스미는 일일 것이다.
어향숙 시인은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나 '김유정 신인문학상'(2016)을 받았다. 시집으로 《낯선 위로가 눈물을 닦아주네》가 있다.
[아이즈앨범] 길고 긴 터널의 끝
길고 긴 겨울의 북풍 한설 끝에 봄이, 아주 벅찬 그리하여 완전한 봄이 왔습니다. 너무나 간절하게 간절하게 기다리고 기다리며 애태우던 절망의 그 절망이 사라지고 매화, 그 희망의 봄이 왔습니다.
'아이즈 앨범' 1999년 어느 겨울 새벽
아주 추운 어느 새벽 나의 밤의 미행은 계속되었고 갑자기 친구가 나타났다 외투를 벗어주고 싶었지만 야박하게도 렌즈 노출이 3분을 넘어가고 있었다.파르르 떠는 몸의 파동과 온기를 나눌 연민의 차이처럼 찰라가 만든 결과 뒤 밀려드는 타자들의 고통이 어두웠다. 오늘처럼 쇄골이 시리면 생각나는 그 겨울 그 시간... *2001년 사진전, ...
얼어 붙은 땅에 노란 납매 그리고 동백
꽁꽁 얼어 붙은 날씨였으면 더 신기하고 감격으로 채워졌을 텐데...대한민국이 얼어붙고 혼란스러운 계절납매와 동백이가 핀 1월 따뜻한 봄을 기다려 본다
[아이즈앨범] 첫눈이 말하는 폭설 이야기
큰눈이 내려주었다차는 차대로 엉거주춤사람은 사람대로 조심조심건물들도 내리는 눈에 모서리를 잃어간다모두가 흐려지는 날인데눈 녹은 자리에 다시 큰눈 내리고내리는 만큼 길이 질퍽해져도입가에 번지는 웃음이 있다첫눈이 많이 왔다는 말과 첫눈이 빨리 왔다는 말이 있다오늘 몇 시에 나왔냐는 물음과 퇴근길은 괜찮겠냐는 물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