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숲이 대단히 넓지는 않다. 그럼에도 마을에 공원과 숲이 있다는 건 고마운 일이다. 요즘같이 더운 날에는 더 그렇다. 나무들이 만든 그늘에서 사람들이 더위를 식히곤 한다. 더불어 아침이면 숲이 만든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고 새들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여름만이 아니다. 마을 숲에는 여러 풀과 다양한 이름을 가진 꽃들 그리고 물속 생명들의 터전인 연못이 있어 아이들이 체험하며 자연을 알아간다. 말 그대로 콘크리트 장벽에 갇힌 도시민들에게 오아시스이자 쉼터다.
도심을 살짝 벗어나면 만날 수 있었는데 개발 때문에 점점 좁아지고 있다. '마을 숲'을 자연스럽게 '빌딩 숲'이 대신하고 있다. 그래서 마을 공원을 지킨다는 건 매우 중요하다.
여름이 뜨겁다. 아침부터 지열이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른다. 올해만이 아니다. '지구 온난화'라는 거대 담론이 아니더라도 마을 숲은 소중한 자산이다. 문제의식만으로는 한번 훼손된 숲을 다시 되살리기 어렵다. 마을 숲이 우리 모두에게 얼마나 큰 자산인지 깨닫고 지키려는 사람이 많아져야 숲을 지킬 수 있다.
'남동희망공간'에서 2025년 마을학교 프로그램으로 청소년 '그린희망 생태모니터링단'을 꾸렸다. 28명이 2개 조로 나누어 12주 동안 모니터링 한다. 조별로 기록하고 이후 공유한다. 결과를 바탕으로 생태지도도 만들 예정이다. 우리의 쉼터이자 숲속 생명들의 터전인 마을 숲을 지키기 위해 꾸준히 활동하고, 마을 아이들에게 생태감수성을 키우는 활동을 펼치는 것이 목적이다.
지금 우리 곁에 있는 숲은 도심에서 살아남은 만큼 소중하다. 그만큼 생태적 균형을 갖춘 공원으로 심도있게 관리해야 한다. 마을 숲은 작은 생태계다. 다양한 생명이 조화롭게 살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인간 중심으로 관리하면 나무, 꽃, 곤충, 어류 등이 살기 힘든 곳으로 바뀌기도 한다.
마을 숲에 관한 생각의 전환이 시급하다. 생태적 관점에서 보는 시민들이 많아져야 한다. 숲을 놓고 보면 그것이 상식이다. 관리 기관들도 상식을 가지고 정책을 만들고 관리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생태모니터링은 도시 숲을 살펴보게 하고 내용을 공유함으로써 숲의 생태적 의미를 알리는 데 필요하다.
아이들은 미래세대다. 이들이 마을 숲의 소중함을 잃지 않아야 '미래의 마을 숲'을 지킬 수 있다. 생태감수성은 자연과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생태적 삶을 실천하는 마음이다. 이를테면 자연과 나의 삶을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있는 자세 혹은 감정이다.
올해 불볕더위가 일찍 기승을 부리는 이유가 장마가 서둘러 사라진 탓이라고 한다. 그럴수록 손 놓고 있을 틈이 없다. 더 바빠져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지구 환경을 지키기 위해 지금 바로 행동해야 한다.
그 첫 번째가 생태감수성 회복이다. 그러면 생태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은 무엇일까? 작은 일부터 실천해야 한다. 평소 얼마나 자연을 훼손하는지 살피자는 말은 널리 퍼져 있다. 문제는 알고 있지만 행동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어릴 때부터 생태감수성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자연을 걷고 보고 듣고 숨쉬며 교감할 장소가 필요하다.
그래서 아동·청소년들에게 생태감수성 교육을 해야 한다. 마을 숲의 생태 자원을 관찰하고 기록해야 생태를 몸으로 경험할 수 있다. 생태에 대해 긍정적으로 느끼고 생태 자원에 대한 지식을 갖게 해야 한다. 생태모니터링은 자연을 관찰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 할 생명으로 느끼고 받아들일 보편적 가치로 알게 한다.
참여 학생들에게 가장 싫어하는 것과 가장 좋아하는 것을 물었더니 대부분 학교 가는 게 싫고, 게임하는 것을 좋아했다. 너무나 똑같은 대답들이어서 놀랐다. 그래서 생태모니터링이 아이들에게 중요한 프로그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무, 새, 곤충 들의 삶을 관찰하고 기록하며 그동안 느끼지 못한 생명의 소중함, 경이로움 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생태모니터링은 마을 공원을 지키는 일이며 아이들의 미래를 스스로 바꾸는 일이다.
마을기획 청년활동가 송형선은 사단법인마중물 사무처장을 거쳐 현재 남동희망공간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