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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형선의 희망공간] 연평마을 이야기···'꽃게의 섬'에 쌓이는 폐그물들
  • 송형선 활동가
  • 등록 2025-07-28 0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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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평화와 생태 지킴이 최전선 연평도…북한 강령반도서 불과 12km
  • - 폐그물서 바짝 말라가는 꽃게들…불법 조업 중국 배들 쓰레기까지 치워야
  • - 백로·가마우지·저어새 산란지, 생태의 섬 연평…해양…

인천 연안부두에서 쾌속선으로 2시간이면 연평도에 다다른다.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쾌속선을 타고 2시간 남짓이면 소연평도를 지나 연평도에 도착한다. 인천 시민은 3,000원아면 다녀올 수 있다.(일반요금은 10만 원 안팎이다.)  


인천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해양쓰레기 줍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연평도를 찾았다. 7월의 연평도는 작고 아담했다. 북한땅 해주와 아주 가깝지만 가는 것은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연평도 포격전 VS 꽃게잡이···북한의 강령반도서 불과 12km 


예전에는 연평도 하면 꽃게를 떠올렸지만 2010년 북한의 포격 이후 '천안함'이 지역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이에 '연평도포격전'이 정식 명칭이 되며 한반도 위기는 극대화됐다.(당시 포격으로 군인 2명,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 


연평도는 인천항에서 120km나 되는데 북한의 강령반도에서는 12km밖에 안 된다. 군사적 긴장감이 가장 높을 수밖에 없다. 해방 전 황해도 해주에 속했던 연평도는 6·25 이후 휴전선이 확정되며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에 편입됐다.


우리가 눈으로 본 연평도는 평온 그 자체였다. 주민들에게서 긴장감은 느낄 수 없었다. 연평도 가는 배에서부터 동행한 해병들과 그곳 기지들에 있는 고속함정들만이 이곳이 최전방임을 알리고 있었다. 


연평도 조기기념관에서 본 가래칠기해변

그럼에도 연평도 꽃게가 유명한 건 여전하다. 꽃게잡이는 4~6월과 9 ~11월에 한다. 2,000여 주민은 대부분 어업과 관광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1960년대만 해도 조기파시(파시: 전국에서 어선과 상인 들이 모여 생긴 어시장)가 열릴 정도로 조기는 연평도 주민들에게 주수입원이었지만 이제는 꽃게가 대세다. 


우리는 어촌계에서 제공한 미니버스를 타고 가래칠기해변에 도착했다.(어촌계 감사인 김기호 연평생태관 추진위원장이 운전과 안내를 맡아 주었다.) 해변을 뒤덮은 자갈들은 하나하나 공예품처럼 아기자기하고 예뻤다. 가볍게 들썩이는 파도 소리가 바닷물을 더욱 맑고 깨끗하게 느끼게 했다. 


쓰레기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폐어구들이 종종 보였고 스티로폼 어구들이 잘게 부서져 있었다. 주민들이 관리해서인지 비교적 깨끗했다.


폐어구 야적장

우리 일행은 구리동해수욕장으로 가기 전 폐어구 야적장에 들렀다. 꽃게잡이 하고 쓰지 못하는 그물들이 산더미였다.(꽃게잡이 그물은 대부분 1회용이다.) 


폐그물에서는 꽃게들이 바짝 말라 썩어가고 있었다. 30도를 넘나드는 폭염에 바닷물까지 더해져 푹푹 찌는 날, 꽃게 냄새에 숨이 멎을 지경이었다.


연평도는 북한과 가까워 야간 조업이 금지돼 있다. 그러다 보니 주간에만 그물을 거둘 수밖에 없는데 그 시간만큼 꽃게가 그물에 오래 걸려 있으면서 안간힘을 쓰다보니 둘은 서로 엉키며 엉망이 된다. 꽃게를 떼어 낼 수도, 그물을 걷을 수도 없으니 버릴 수밖에 없다.


연평도의 두 얼굴···폐그물 야적장 '꽃게의 섬' 


바다 생태계가 망가지면 꽃게 조업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물 수거 사업은 필수다. 그래서 바다에 버려진 그물과 꽃게잡이 후 항구에 버려진 그물들을 이곳 야영장에 쌓아 놓은 것이다.


처리도 문제다. 매년 1,500톤 정도의 해양쓰레기가 발생하는데 1,200톤밖에 처리하지 못한다. 매년 300톤이 쌓이는 것이다. 연평도가 속해 있는 옹진군에는 해양쓰레기 소각장이 없어 이를 남동구까지 옮겨 처리해야 하는데 그 운송비가 엄청나다.(꽃게가 달린 그물은 일반쓰레기로 처리할 수 없다.)


주민들이 폐어구 등 해양쓰레기를 야적장으로 옮기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내에 처리시설을 만들어야 하지만 옹진군은 예산이 엄청나게 든다는 이유로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곳 야적장에 처리하지도 못할 해양쓰레기들이 산더미처럼 쌓여갈 뿐이다. '꽃게의 섬'은 위기에 처했다.


연평도 해양생태관광추진위원회 김호 위원장은 "다른 지역 어부들은 여전히 폐그물을 바다에 버리고 있어 바다 생태계는 점점 망가지고 있다"며 "더군다나 중국 어부들까지 넘어와 조업을 한다. 불법이라 단속이 뜨면 어구들을 바다에 버리고 도망간다"고 토로한다. 바닷속에 우리 것도 모자라 중국 배들 쓰레기까지 쌓여가고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지자체가 업체와 연계해 해양쓰레기를 처리하고 있어 그나마 깨끗하게 유지되고 있다. 이에 어촌계도 일주일에 두 차례 노인일자리사업 등을 펼치고 있다. 주민들이 해양쓰레기를 주워 마대에 담아 놓으면 어촌계장은 이를 야적장으로 옮긴다. 이곳에서 군은 안보의 위협과 싸우고 주민들은 해양환경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삶이 일상이 됐다.


백로서식지 안내판

생태의 섬 연평···백로·가마우지·저어새 산란지


연평도 평화전망대 옆 백로전망대에서는 노랑부리백로들을 보았다. 작은 언덕 하나에 백로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백로는 봄에 와서 여름을 나고 가을이 되면 떠나는 이곳 철새다. 백로는 민물고기를 먹이로 하기에 섬보다는 육지의 논가에 머무는데, 우리나라 육지에서는 지내기 어려워 이곳 연평도까지 밀려와 터를 잡았다. 


백로 군락 옆에는 가마우지 서식지가 마주하고 있다. 가마우지는 잠수가 특기여서 자맥질하며 물고기를 잡는다. 백로와 가마우지는 마주하며 서식지를 잡고 있지만 서로 다투지 않고 평화롭게 지낸다.


이들 서식지는 해안이 북쪽으로 면하고 있어 조업이나 어로 활동이 불가능해 사람들 접근이 쉽지 않다. 새들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환경이다. 서식지도 안정돼 있고 먹이까지 충분하니 서로 잘 지내는 게 아닌가 싶다. 


연평도 부속 섬인 구지도에는 인천의 깃대종(특정 지역의 생태계를 대표할 수 있는 주요 동·식물)이자 멸종위기종 1급 동물인 저어새 산란지가 있다. 이밖에도 다양한 해양생물과 조류들이 서식하는 생태 자원의 보고다.


멀리 하얗게 노랑부리백로들이 보이고 그 너머가 북한의 해주다.

생태환경 보고, 연평의 과제···해양쓰레기와 사투 벌이는 주민들


연평도는 지척에 북한이 있어 군사적 위협이 도사리고 있는 곳이며 폐어구를 포함한 해양쓰레기와 사투를 벌이는 곳이기도 하지만 생태환경의 보고이기도 한 귀한 섬이다. 


이곳 주민들은 연평도가 평화와 생태가 잘 지켜지고 어우러지는 고장이 되기를 희망한다. 연평도 주민들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감당하고 풀어야 할 숙제다. 섬은 고립된 듯 보이지만 실은 사방팔방 바닷길이 열려 있다. 수많은 철새와 생명이 섬을 근거지로 살아가는 것이 증거다. 


해양쓰레기가 끊임없이 몰려들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섬을 지키기 위해 치우고 치우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망가진 바다를 다시 살리기 위해 '자정시설'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린다. 


연평도 주민들만의 바람으로 이뤄지기는 힘들다. 우리 모두가 해결방안을 찾아야 한다. 연평에서 시작해 한반도 전체가 평화와 생태가 함께하는 공존의 땅이 되길 바란다.


인천환경운동연합·녹색연합·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해양쓰레기 줍기 캠페인'을 위해 연평도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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