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고 게이고 지음 / 김선영 옮김 / 북다 / 22,000
"이 사람은 생각보다 더 교활하다. 그리고 만만치 않은 상대다." 범죄의 진실은 어디까지가 실체고, 어디부터가 허상일까? 평범한 사람들의 두려움과 용기, 그리고 그 안에 숨은 작은 진실의 무게를 돌아보게 만드는 소설.
북다에서 히가시고 게이고의 데뷔 40년 기념작 《가공범》을 펴냈다. 이 책은 인간의 성실함과 평범함의 힘을 조명한다.
불에 탄 저택에서 유명 정치인 부부가 숨진 채 발견된다. 화재로 질식사 한 줄 알았는데 교살 정황이 드러난다. 고다이 형사는 재치나 천재성은 보이지 않지만 끈질기게 관찰하고 부단히 움직이며 사건을 풀어간다.
그러다 자신이 '범인'이라 말하는 사람에게서 협박 편지가 도착하며 미궁에 빠진다. "그래,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찾아다니는 모양새라 허탈하다. 우리가 가공의 범인에게 휘둘리고 있는 게 아닐까?"
소설은 범인의 정체와 범행 동기를 찾는 틀 안에서, 인간 내면의 보편적 욕망과 약점, 그리고 세대 간의 갈등, 각기 다른 시대가 겪는 파고를 촘촘하게 그려낸다. 작가는 "이 소재를 작품으로 쓰게 될 줄 몰랐다"고 고백한다.
고다이 쓰토무는 기존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속 '천재 탐정'과 다르다. 그의 수사는 성실한 집념에서 출발한다.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특별하다'는 말로 독자 자신을 투영하게 만든다.
이 소설은 사건의 철저한 해부와 같은 미스터리적 쾌감을 제공하지만, 더 깊이 들어가면 인물들의 평범한 심리, 변화하는 사회의 풍경, 인연과 상실, 인정 욕구 등이 사실적으로 드러난다.
천재 캐릭터나 기상천외한 범죄 없이도 여러 번 숨을 멎게 하고 변화하는 시대, 복잡한 인간사, 작은 사연들이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출간 즉시 일본미스터리문학대상 수상, 대형서점·유통 종합 1위 달성, 2024년 베스트 미스터리 선정 등 역대급 반향을 일으킨 가공범. 예측불가능한 범인이 말하는 예측불가능한 동기는 과연 진실인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1985년 첫 책《방과 후》로 31회 에도가와란포상을 받았다. 올해로 데뷔 40년이다. 100권도 넘게 책을 썼고 일본 내에서 '단행본 판매 누계 1억 부' 기록을 세운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다.《비밀》《용의자 X의 헌신》《나미야 잡화점의 기적》《몽환화》《백야행》《라플라스의 마녀》《가면산장 살인사건》등을 썼다.
역자 김선영은 요네자와 호노부 '고전부 시리즈', '소시민 시리즈',《흑뢰성》《고백》《엠브리오 기담》《쌍두의 악마》《경관의 피》《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흑사관 살인사건》등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