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기상기구(WMO) 캡처
환경 문제는 대학 글쓰기 수업에서 학기마다 빠지지 않는 학생들의 선호 주제다. 그만큼 중요하지만 쉬워 보이는 주제기도 하다. 인터넷에 의견을 표명하는 자료가 많고, 문제가 꼬였을 때 도덕적 합의로 예상되는 지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글쓰기 담당 교사는 매 학기 이 주제를 상대하다 보니 고민이 깊어간다. 해가 갈수록 학생들이 간과하는 중요한 정보들이 눈에 띄고, 때로는 혼자만의 의문점을 해결하기 위해 책을 펼치기도 한다. 그중 여기서 공유할 필요가 있는 몇 가지 정보를 서술하려 한다.
먼저 '얼마나 남았을까'라는 의문이다. 물론 주어는 '인류에게 주어진 시간'이다. '파리협정'에서는 지구 평균 기온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 이하로 유지하는 것을 최선으로 하고, 현실적으로는 2℃를 최저선으로 잡았는데, 남은 시간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르다. 기후재앙에 대응할 시간은 남았을까?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에 따르면 2030년까지다.(2018년 발표) 5년밖에 안 남았다. 2018년 기후행동추적(민간 연구기관)이 조사한 자료를 기준으로 했는데 이곳에서는 2030년 1.5℃ 상승을 예상했다.
실제는 어떨까? WMO(세계기상기구)는 "2024년이 산업화 이전보다 전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이 1.5도를 초과한 첫해"라고 밝혔다.
올해 우리는 '기후재앙'이라는 이상기후를 목격하고 있다. '2030년 설'을 믿는다 해도 5년 안에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여러 정황까지 고려하면 인류에게 남은 시간은 별로 없다.
그럼 어떻게 된다는 말인가? 폭염, 폭우, 혹한, 가뭄, 식량 부족(더하여 물가 상승), 생물 다양성 감소 등 여러 상황이 예상되고 있으나 가장 무서운 재앙은 해수면 상승이다.
기온이 지금보다 높았던 선사시대를 기준으로 보면 해수면은 꽤 높아진다. 단요의 청소년소설 《다이브》에서는 둔지산, 남산, 노고산 등만 남고 해수에 잠긴 서울을 그리고 있다. 상상으로 그린 기후재앙이지만 그 앞에서 지금까지의 문명은 무력해질 수 있다.
세계기상기구(WMO) 캡처
전지구적 현상이니 전지구적 대응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지구의 어느 국가도 성장과 발전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재생에너지, 전기차, 탄소포집 장치 등을 제시하며 '기후위기는 해소 가능하다'고 장담하지만, 매슈 T. 후버나 사이토 고헤이 등 연구에 따르면 (현재까지는) 큰 효과가 없다.
사이토 고헤이는 희망의 불씨를 바르셀로나를 비롯한 탈탄소화 행동에 들어선 도시에서 찾았다. 바르셀로나에서는 도시 공간의 녹지화, 전력과 식량의 자급자족, 항공기 단거리 노선 폐지, 자동차 제한 속도 강화 등 240개의 포괄적이며 구체적인 실천 조항을 제시했다.
이러한 도시들이 늘어나고 서로 연대하는 것이 그나마 나은 선택이라는 것이다. '지속가능한'을 붙여서라도 성장과 발전을 유지하려는 국가 간 협약에 기대서는 안 된다.
환경 문제에 학생들은 기술적 해법에 기대거나 생활 속 실천이 미비함을 비판하며 글을 쓴다. 에코백, 종이 빨대, 전기차는 비판의 단골이다. 대안을 제시할 때도 절실하고 긴급한 현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학생들을 포함해 우리 모두가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새롭게 환기해야 한다.
이재용 평론사 캐리커처
* 참고 자료: 사이토 고헤이의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매슈 T. 휴버의 《기후위기 계급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