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의 '가짜뉴스' 유포 관련 사과문
경제계의 맏형 격인 법정 경제단체 대한상공회의소가 정부의 감사를 받게 됐다. 상속세 개편 여론을 주도하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사설 업체의 자료를 인용, '부자 탈출' 공포를 조장했다는 이른바 가짜뉴스 논란이 발단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고의적인 가짜뉴스"라며 실명 비판에 나선 지 이틀 만에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감사 착수와 책임자 문책이라는 초강수를 두며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대통령의 진노, "대한상의가 가짜뉴스 유포하다니"
사건의 발단은 지난 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 칼럼을 공유하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해당 칼럼은 대한상의가 최근 배포한 보도자료 속 '한국 자산가 유출 세계 4위'라는 통계가 근거 없는 떡밥에 불과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대통령은 "사익 도모와 정부 정책 공격을 위해 가짜뉴스를 생산·유포하는 행위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런 짓을 공개적으로 벌인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며 깊은 실망감을 드러냈다.
대통령이 특정 경제단체의 보도자료를 콕 집어 '고의적 가짜뉴스'로 규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이는 경제계 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김정관 장관이 2026년 2월 9일 「경제단체 긴급현안 점검회의」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는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 이인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이동근 한국경영자협회 부회장, 오기웅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김 민 중견기업연합회 전무가 참석했다.
김정관 장관 사과 "2,400명 탈출? 국세청 기록은 139명뿐"
대통령의 지적 이틀 뒤인 2월 9일, 서울 무역보험공사 중회의실에는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소집한 '긴급 경제 현안 점검회의' 자리였다.
김정관 장관을 필두로 6개 주요 경제단체(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한국무역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표면적으로는 미국 관세 협상과 고환율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지만 핵심 의제는 단연 '대한상의발(發) 가짜뉴스 사태'였다.
김 장관은 회의 시작과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그는 "대한상의를 소관하는 주무 장관으로서 국민들께 깊이 사과드린다. 대한상의의 보도자료는 법정단체로서의 공적 책무와 책임을 망각한 사례"라고 질타했다.
김 장관에 따르면, 대한상의가 인용한 '연간 백만장자 유출 2400명'이라는 수치는 전문 연구기관이 아닌, 이민 알선이 목적인 사설 컨설팅 업체의 추계치에 불과했다.
심지어 해당 업체 자료에는 상속세가 원인이라는 언급조차 없었음에도 대한상의가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상속세 공포'를 부추겼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연평균 국적 이탈 고액 자산가는 139명 수준이다. 2400명이라는 숫자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못 박았다.
즉각 감사 착수…"시장 교란 행위, 엄중 문책할 것"
정부는 이번 사안을 실수가 아닌 정책 신뢰를 훼손하는 심각한 시장 교란 행위로 규정했다. 김 장관은 "국민과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정책 환경 전반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며 즉각적인 행동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산업부는 대한상의의 해당 보도자료 작성부터 검증, 배포에 이르는 전 과정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 결과에 따라 담당자 문책은 물론 필요하다면 법적 조치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경제단체가 여론 조성을 위해 입맛에 맞는 통계를 왜곡하는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산업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와 경제계 간의 소통 방식도 뜯어고치기로 했다. 2월 말부터 주요 단체 및 협회들과의 정책간담회를 정례화해 정확한 정책 정보를 공유하고 검증되지 않은 자료가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상속세 논란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가 경제계의 정보 생산 관행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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