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의 마을에는 삼월에 눈이 온다
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靜脈)이 바르르 떤다
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
새로 돋은 정맥을 어루만지며
눈은 수천 수만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
지붕과 굴뚝을 덮는다
삼월에 눈이 오면
샤갈의 마을의 쥐똥만한 겨울 열매들은
다시 올리브 빛으로 물이 들고
밤에 아낙들은
그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
아궁이에 지핀다
- 김춘수 시인의 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전문
이 시는 《김춘수 시선》에 실려있다. 샤갈의 그림처럼 언제 읽어도 기분 좋아진다.
시인은 마르크 샤갈이 그린 '나와 마을'이란 작품을 보고 영감을 얻어 시를 썼다고 한다. 훗날 "환상적인 구성으로 자유와 낭만, 감정의 따스함을 표현하기 때문에 샤갈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 시에도 그림처럼 현실과 환상이 이어지는 이국적이면서도 몽환적인 이미지들이 몸에 생생하게 와닿는다. 이미지의 운동은 우리 내면에서 잠자는 생명에너지를 깨운다.
찬란한 봄날, 수천 수만의 날개를 달고 눈이 온다. 관자놀이의 정맥이 떨리고, 열매가 다시 물들고, 밤에 아궁이 불이 지펴진다. 아무리 추운 현실이라도 온기가 가득하다.
시인의 살아 생전 행적은 실망스럽지만 그래도 오늘 아침, 이런 아름다운 시를 읽게 되어 참 감사하다.
어향숙 시인은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나 '김유정 신인문학상'(2016)을 받았다. 시집으로 《낯선 위로가 눈물을 닦아주네》가 있다.
[아이즈앨범] 길고 긴 터널의 끝
길고 긴 겨울의 북풍 한설 끝에 봄이, 아주 벅찬 그리하여 완전한 봄이 왔습니다. 너무나 간절하게 간절하게 기다리고 기다리며 애태우던 절망의 그 절망이 사라지고 매화, 그 희망의 봄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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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얼어 붙은 날씨였으면 더 신기하고 감격으로 채워졌을 텐데...대한민국이 얼어붙고 혼란스러운 계절납매와 동백이가 핀 1월 따뜻한 봄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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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눈이 내려주었다차는 차대로 엉거주춤사람은 사람대로 조심조심건물들도 내리는 눈에 모서리를 잃어간다모두가 흐려지는 날인데눈 녹은 자리에 다시 큰눈 내리고내리는 만큼 길이 질퍽해져도입가에 번지는 웃음이 있다첫눈이 많이 왔다는 말과 첫눈이 빨리 왔다는 말이 있다오늘 몇 시에 나왔냐는 물음과 퇴근길은 괜찮겠냐는 물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