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식 LGU+ 대표 [LGU+ 제공]
LGU+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를 무기로 통신 시장의 판을 흔들고 있다. 낡은 보안 체계라는 비판을 받던 가입자 식별정보(IMSI) 논란을 수습하고, LG그룹의 전략을 총괄하던 홍범식 사장의 기획력을 집중해 차세대 수익원을 확실히 챙기겠다는 각오다.
홍범식 사장은 통신과 컨설팅 업계를 두루 거친 LG그룹 내 핵심 전략가로 꼽힌다. SK텔레콤 사업전략실장과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 대표를 지냈던 그는 2019년 LG그룹 경영전략팀장으로 합류했다.
이후 2021년부터 지주사인 LG의 경영전략부문장(사장)을 맡아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과 인수합병(M&A) 등 사업 전략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룹 전체의 밑그림을 그리던 인물이 2024년 말 LGU+ 대표로 부임한 것은 이 회사의 인공지능(AI) 중심 체질 개선이 그룹 차원의 중대한 과제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홍 사장의 기획력은 LGU+의 새로운 핵심 먹거리인 데이터센터 육성 전략에 고스란히 담겼다.
홍 사장은 24일 제3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파주에 짓고 있는 AIDC를 그룹 계열사들의 기술 역량을 하나로 모은 '원 LG(One LG)'의 전초기지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단순한 서버 공간 임대를 넘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의 설계와 구축, 운영(DBO)을 모두 아우르는 사업 모델을 앞세워 기업간거래 AI 전환(AX)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AIDC 부문 매출이 4220억 원을 기록하며 1년 전보다 18.4% 성장한 만큼 신사업 혁신의 중심축으로 삼기에 충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LGU+는 이번 주총에서 데이터센터 DBO 관련 운용업과 공사업을 정관의 사업 목적에 새롭게 추가하며 본격적인 진출을 공식화했다.
거침없는 신사업 확장 이면에 풀어야 할 무거운 숙제도 존재한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고객 신뢰 회복이다.
최근 LGU+는 통신망에서 가입자를 식별하는 핵심 고유번호인 IMSI를 발급할 때 고객의 실제 휴대전화 번호를 일부 조합해 온 사실이 드러나 홍역을 치렀다. 통신사 '아이디(ID)' 역할을 하는 IMSI는 USIM에 저장되는 15자리 숫자로 이루어진다.
경쟁사인 SKT와 KT가 예측 불가능한 난수 방식을 도입해 보안을 강화한 것과 달리, LGU+는 2011년 4세대 이동통신(LTE) 상용화 당시의 방식을 15년간 그대로 유지해 온 것이다.
이 번호가 단독 유출돼 즉각적인 해킹으로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다른 정보와 결합할 경우 복제폰 제작이나 표적형 스미싱 등 2차 피해에 노출될 수 있었던 셈이다.
보안 관리가 부실했다는 외부 지적이 쏟아지자 회사는 발 빠르게 수습에 나섰다. 4월 13일부터 알뜰폰(MVNO) 가입자를 포함한 1120만 고객을 대상으로 유심 무상 교체와 재설정을 시작한다. 11월에는 물리적인 유심 교체 없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식별번호를 난수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을 전면 도입해 보안 공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침이다.
홍 사장의 해법은 정면 돌파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통신 산업의 기본인 '품질, 보안, 안전'을 경영의 최우선 원칙으로 삼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선제적인 예방 체계를 구축해 보안과 품질을 글로벌 모범 사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다짐이다.
위기를 성장의 발판으로 삼으려는 홍 사장의 전략은 명확하다. 오랜 기간 쌓인 보안 리스크를 투명하게 도려내 고객의 신뢰를 되찾고, 그룹의 역량이 총집결된 AIDC를 발판 삼아 차별화된 수익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오픈AI 등과 협력해 개발한 인공지능 컨택센터(AICC) 등 신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통신 본업의 토대 위에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 인프라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홍범식호의 항해가 닻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