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진 박사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의 미래를 말하고 있다.(최종현학술원·한국고등교육재단·크래프톤 공동 주최, 20250915)
영화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는 뇌에 연결된 케이블을 통해 순식간에 무술을 배운다. 영화 '업그레이드'에서는 전신 마비 환자가 신경 칩을 이식받고 자유롭게 몸을 움직인다.
공상과학(SF) 영화나 소설에서 보던 상상이 현실로 다가왔다. 앞으로 3~4년 뒤면 일반인도 뇌에 컴퓨터 칩을 심을지 고민하는 시대가 열린다.
일론 머스크와 함께 뇌신경과학 기업 '뉴럴링크'를 창업한 서동진 박사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설명했다.
서 박사는 15일 최종현학술원과 한국고등교육재단, 크래프톤이 공동 주최한 강연에서 "BCI 기술이 신경 손상 환자의 치료를 넘어 인공지능과 결합해 인간의 능력을 넓히는 단계로 나아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화 '업그레이드' 현실로…칩 이식한 전신 마비 환자
뉴럴링크는 인간의 뇌에 칩을 심어 뇌파를 수집하고 이를 디지털 신호로 바꿔 기계와 연결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서 박사는 이날 강연에서 실제 환자들의 임상 사례를 소개했다.
사고로 전신 마비 판정을 받은 미국의 놀란드는 20개월 전 뉴럴링크의 칩을 뇌에 이식했다. 척수 신경이 끊어진 영화 '업그레이드'의 주인공이 인공지능 칩의 도움으로 기계를 조작하듯, 그 역시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다룬다.
놀란드는 생각으로 화면에 글자를 띄울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쁨을 표했다. 서 박사는 임상에 참여한 환자들이 하루 평균 7시간 이상, 많게는 일주일에 100시간 넘게 이 장치를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잃어버린 신체 기능을 기계로 대신해 사회 복귀를 준비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12명이 이 시술을 받았다.
서동진 뉴럴링크 공동 창업자가 정재승 KAIST 뇌인지과학과 학과장 겸 융합인재학부 학부장과 대담을 하고 있다.(최종현학술원·한국고등교육재단·크래프톤 공동 주최, 20250915)'공각기동대' 전뇌 기술…시력과 목소리 복원 도전
뉴럴링크가 개발한 전극 실은 머리카락 굵기의 20분의 1 수준이다. 이 실을 뇌의 운동피질에 심어 신경세포의 미세한 신호를 잡아낸다.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에서 인간의 뇌를 직접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전뇌' 기술과 비슷한 원리다. 알고리즘이 이 신호를 분석해 사용자가 어떤 움직임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이를 컴퓨터 입력으로 바꾼다. 뇌 속에 아주 작은 마이크를 넣어 신경세포끼리 나누는 대화를 엿듣는 방식이다.
기술의 응용 범위는 계속 넓어지고 있다. 뉴럴링크는 다음 달부터 언어 장애 환자가 다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돕는 임상시험을 시작한다. 시각장애 환자에게 전기 자극을 주어 시력을 되찾게 하는 '블라인드사이트' 연구도 하고 있다.
서 박사는 "스마트폰이 인류의 삶을 바꾼 것처럼, 다음 세대의 혁신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가 이끌 것"이라고 자신했다.
'매트릭스' 지식 다운로드 눈앞…초인적 능력 한계 돌파
이날 강연 직후에는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KAIST) 뇌인지과학과 교수와의 대담이 이어졌다. 서 박사는 이 자리에서 뇌-기계 연결 기술이 머지않아 일반인에게도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매트릭스'처럼 뇌에 직접 정보를 연결해 학습과 기억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확대된다는 것이다.
특히 뇌 인터페이스의 신호 전송 속도가 신경을 거쳐 근육을 움직이는 속도보다 10배 이상 빠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공지능과 결합하면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서 박사는 일론 머스크와 함께 일하며 겪은 기업 문화도 소개했다. 그는 "미래는 스스로 오지 않으므로 절박함을 가지고 만들어야 한다"고 머스크의 철학을 공유하며 "뉴럴링크 역시 빠른 피드백과 반복적인 시도로 기술을 발전시킨다. 직급이나 자존심보다 실력과 아이디어를 우선하는 문화 속에서 혁신을 앞당기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