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한일시멘트와 시몬스, 시디즈에게 각각 과태료 500만 원을 부과했다(자료: 공정위)
침대나 의자, 시멘트를 만들 때 나무와 스펀지, 종이는 필수 재료다. 이 재료들의 가격이 널뛰면 이를 납품하는 중소기업은 큰 타격을 입는다. 규모가 큰 원청업체에 납품 단가를 올려달라고 먼저 입을 떼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불리한 상황을 막고자 정부는 2023년 10월 하도급 대금 연동제를 도입했다. 재료값이 일정 기준 이상 오르내리면 납품 대금을 알아서 맞춰주도록 법으로 정한 것이다.
원재료 비중 높음에도 계약서엔 '빈칸'
제도가 시행됐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빈틈이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가구와 건축 자재를 만드는 기업들을 조사한 결과 세 곳이 이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 한일시멘트와 시몬스, 시디즈다. 이들은 하청업체와 계약을 맺으면서 가격 변동에 따른 대금 조정 내용을 서류에 남기지 않았다.
위반 사례를 자세히 보면 원재료가 차지하는 몫이 꽤 컸다. 시디즈는 의자용 스펀지 가공을 맡기며 전체 대금의 80% 이상을 스펀지 값으로 치렀다. 한일시멘트는 시멘트 포장지 제조를 넘기며 대금의 60%를, 시몬스는 침대 뼈대 제작을 맡기며 목재 합판 값을 20% 이상으로 계산했다. 모두 원재료 가격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지만, 대금 조정에 대한 보호 장치는 빠져 있었다.
자진 시정으로 과태료 감경…공정위 감시 고삐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세 업체에 각각 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계약서에 관련 내용을 빠뜨리면 1000만 원을 내야 하지만 조사 시작 후 업체들이 하청업체와 합의를 거쳐 잘못을 바로잡은 점을 반영해 금액을 절반으로 줄였다.
이번 제재는 제도 시행 후 첫 적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도급 대금 연동제는 주요 원재료 가격이 원청업체와 하청업체가 합의한 비율(10% 이내)보다 크게 변하면, 그만큼 대금을 조정하도록 계약서에 명시하는 것이 핵심이다.
연동하기로 했다면 조정 기준과 주기 등을 적어야 하고, 연동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면 그 이유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예외 조건인 90일 이내의 짧은 거래나 1억 원 이하의 소액 계약이 아니라면 원칙을 지켜야 한다.
정부는 앞으로도 감시망을 좁힐 계획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모든 직권 조사에서 연동제 준수 여부를 살피고 있다. 서류 작성을 빼먹거나 쌍방 합의 없이 억지로 연동을 막는 등 꼼수를 쓴 사실이 드러나면 원칙대로 엄하게 조치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