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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희 칼럼] 장애, 예술에 말을 걸다⑨ 실패를 허용하는 몸: 반복과 수정의 미학
  • 김형희 화가
  • 등록 2026-04-01 0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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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뮤지컬 <비상>의 한 장면 [한국장애인표현예술연대 제공]

틀린 동작, 어긋난 타이밍, 완성되지 않은 결과. 창작 현장에서 실패는 수정되어야 할 오류로 분류된다. 가능하면 기록되지 않고, 남지 않으며, 다음 단계로 덮인다. 


우리는 실패를 빠르게 지나가려 한다. 그러나 장애예술의 현장에서는 실패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어떤 몸은 한 번에 정확한 결과에 도달하지 못하며 감각은 매번 다르게 반응하고, 컨디션은 예측할 수 없다. 


같은 동작을 반복해도 결과는 달라진다. 이 반복 속에서 실패는 예외가 아니라 기본값이 된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보다 무엇이 남아 있는지를 살피고, 실패한 장면에서도 감각은 축적되고, 다음 시도를 위한 정보가 쌓인다. 


이 과정은 느리지만 결코 공허하지 않고 종종 이런 반복을 비효율로 보지만 반복은 수정을 전제로 하고, 준비되지 않은 즉흥이 몸의 반응을 확인하며, 조정하고, 다시 시도하는 정밀한 작업이 된다. 


실패를 허용하는 몸은 완벽을 목표로 하지 않으며 대신 충분함을 추구한다. 지금의 몸 상태에서 가능한 최선을 다하고 이 순간의 감각에 충실한 선택을 하나, 이 기준은 매번 달라질 수 있다. 


그렇기에 결과는 고정되지 않고 작업은 계속해서 변화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실패를 제거하는 것이 아닌 실패와 함께 작업을 계속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창작뮤지컬 <비상>의 한 장면 [한국장애인표현예술연대 제공]

반복과 수정의 미학은 관객에게도 다른 관람 태도를 요구한다. 완성된 결과만을 기대하는 시선은 이 작업을 불안정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실패를 포함한 창작을 바라볼 때, 관객은 작품이 만들어지는 시간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며 성공과 실패의 이분법은 흐려지고 과정 자체가 경험이 되며 실패를 허용하는 구조는 예술가를 보호한다. 



예술은 얼마나 많은 실패를 감당할 수 있는가


모든 작업이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날 때 창작은 소진되지 않는다. 몸은 자신의 속도로 회복할 수 있고 작업은 중단되지 않는다. 


이 보호는 특별한 배려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예술을 위한 조건이며 한 번의 성공을 목표로 하지 않을 때, 창작은 더 오래 지속된다. 


실패를 허용하는 몸은 약한 몸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한계를 알고, 그 안에서 가장 오래 작업할수 있는 방법을 선택한 몸이다. 


반복과 수정은 장애예술의 부수적인 특징이 아닌 하나의 창작적 철학이며 장애미학의 하나다.


김형희 화가

덧붙이는 글

김형희 화가는 성균관대에서 무용학과를 졸업하고 CHA의과학대 통합의학대학원에서 임상미술치료로 석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상명대에서 공연예술경영으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2007년 한국장애인표현예술연대를 설립하고 (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을 지냈다. 지금은 케이디아트컴퍼니(K-Dart Company)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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