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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범죄자 이름·주소 조금만 달라도 통과?···금감원, 교보생명에 '개선사항' 제재
  • 김광일 기자
  • 등록 2025-12-17 11:30:32
  • 수정 2025-12-17 11: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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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고액 현금 피하려 돈 쪼개 넣는 '분할거래' 식별 구멍
  • - 신상품 낼 때 자금세탁 위험 평가 수기로 끄적

금융감독원이 12월 3일 자금세탁방지 체계 부실 등으로 교보생명에 3건의 개선사항 조치를 내렸다.

교보생명보험의 자금세탁방지(AML) 체계가 총체적 부실을 드러냈다. 고객 확인부터 의심 거래 보고, 내부 통제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허점이 발견됐다. 


이에 금융감독원이 3일 교보생명에 대해 3건의 개선사항 조치를 내렸다. 겉으로는 시스템을 갖춘 척했지만, 실상은 '눈 가리고 아웅'식 운영이었다.



이름·주소 등 완벽하게 일치해야 '요주의 인물'?


가장 황당한 건 '요주의 인물' 걸러내기였다. 교보생명은 내규상 요주의 인물 검출 유사도를 100%로 설정해 운영해 왔다. 


테러리스트·금융 범죄자의 이름·주소·생년월일 등이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으면 시스템이 경고등을 울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름 철자나 띄어쓰기가 조금만 달라도 감시망을 유유히 빠져나갈 수 있게 운영한 것이다.


고객 확인 절차도 주먹구구였다. 고위험 고객을 대할 때 거래 목적이나 자금 원천을 묻는데, 단순히 '기타'로 선택할 경우 상세 내용을 입력하는 절차조차 없었다. 


구체적인 내용도 모른 채 '기타' 항목 하나로 퉁치고 넘어간 셈이다. 법인 고객을 확인할 때는 실제 소유자가 누구인지 파악하기보다 신분증이 진짜인지 확인하는 데만 치중했다.

교보생명보험


제멋대로 위험 평가에도 점검조차 없어


고객 위험도를 평가하는 잣대도 고무줄이었다. 기준을 내규가 아닌 전산시스템으로만 관리하다 보니, 합리적인 이유 없이 상품위험점수에 하한선을 적용하는 등 멋대로 운영하게 된 것이다. 기준이 오락가락하는데 점검조차 하지 않았다.


고객 관리도 허점투성이였다. 고객 확인을 다시 해야 할 시기가 돌아왔는데도 일부 판매 채널에서는 이를 필수 입력사항으로 두지 않았다. 


새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대신 옛날 정보를 그대로 갖다 쓰는 등 재이행 절차가 형식적으로 이뤄질 우려를 낳았다. 미성년자 고객 대리인이 진짜 대리 권한이 있는지 확인하는 세부 기준도 미비했다.



고액 거래 회피 위한 '쪼개기 송금' 못 잡는 감시망


돈세탁의 전형적인 수법인 '쪼개기 거래' 앞에서도 무력했다. 교보생명은 '현금 분할거래'(금융감독원 감시를 피하려 고액을 나눠 입금)를 잡아내야 할 시스템이 있는데도, 현재 운영하고 있는 추출 기준으로는 이를 효과적으로 식별하기 어려웠다.


의심스러운 거래를 걸러내는 그물코도 엉성했다. 일부 추출 기준은 회사 실정과 맞지 않거나, 아예 의심거래가 한 번도 걸린 적이 없는 무용지물이었다. 


자동추출이 안 돼 수동으로 보고해야 하는 경우에도 절차가 허술해 보고가 누락되거나 지연될 위험이 컸다.


교보생명 홈페이지


'의심 거래 제외' 승인을 책임자 대신 파트장이 대리 결재


의심 거래로 찍혔다가 보고 대상에서 제외할 때도 문제였다. 규정상 보고 책임자에게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실제로는 책임자가 아닌 파트장이 승인 도장을 찍고 있었다. 


보고에서 뺄 때도 '비정상적 거래 유형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구체적 검토 없이 형식적으로 적어낸 사례가 빈번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한 건이라며 제외한 경우도 있었는데, 이후 거래를 주의깊게 보겠다고 하고선 실제로 모니터링 했는지 확인하는 절차는 없었다. 반려된 의심 거래 보고 건이 재검토되지 않고 장기간 방치되는 일도 벌어졌다.



'수박 겉핥기 식' 감사에 조치·개선사항 안 나와


이 모든 걸 감시해야 할 내부 통제마저 작동 불능이었다. 1년에 한 번 독립적인 감사를 한다고 했지만, 정작 감사 담당자에게 특화된 교육을 하지 않아 전문성이 떨어졌다. 


그 결과 감사 후에 딱히 고칠 점이 나오지 않는 등 '수박 겉핥기'식 감사가 이뤄질 소지가 컸고, 실제로 조치·개선사항이 나오지 않았다. 


신상품을 내놓을 때 자금세탁 위험을 따져봐야 하는데, 어떤 상품이 평가 대상인지 기준조차 없었다.


평가 항목이 단순해 형식적인 평가에 그칠 우려가 있고, 위험평가 결과를 전산이 아닌 수기로 '끄적'여 관리하는 등 사후 관리도 엉망이었다. 


금감원은 교보생명에 고객 확인 절차를 내규에 반영하고, 전산 시스템을 합리적으로 뜯어고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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