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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1980~1990년대 《고등학생운동사》···'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의 불온하고 정치적인 기록
  • 정해든 기자
  • 등록 2025-04-02 00:00:01
  • 수정 2025-04-02 11:3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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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고등학생운동의 역사적 기록
  • - 한국 민주화운동의 숨겨진 주체들
  • - 정치적 존재로서의 10대

김소연·전성원·김대현·정경화·김성윤·이형신·안수찬·양민주·김영희·권정기·조한진희(반다)·전누리 지음 / 조한진희 기획 / 동녘 / 25,000원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한국 사회의 민주화와 진보를 이끌었던 고등학생들이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사회변혁의 중요한 주체로 활동했으나, 그들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학생회 직선제를 쟁취하고 사학비리에 저항하며 사회적 변화를 추구했다. 


동녁에서 지금까지 무명으로 남아있던 고등학생운동의 중요성을 재조명한 《고등학생운동사》를 펴냈다. 고등학생들이 어떻게 사회적 변혁의 주체로 활동했으며, 그들의 활동이 한국 현대사에 미친 영향을 이해할 수 있다. '고운 운동'의 역사를 당사자들의 목소리로 기록해 정치적 존재로서의 10대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그들은 사회과학 서적을 읽고 교과서 밖의 지식을 탐구하며 사회 변화를 추구했고 1989년 전교조 출범 당시에는 함께 투쟁에 참여해 고등학생운동을 이끌었다. 사회변혁을 위해 함께한 주체들이었으나, 가까이로는 ‘386세대’의 대학생운동 세대와 달리 하나의 세대로 명명되지도, 호출되지도 못했다. 그들의 활동은 개인의 고립된 기억으로 남았을 뿐 사회적 기억으로 기록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반민주, 반노동 세력뿐 아니라 그들에 맞서는 ‘어른들’에게서도 우려의 시선을 받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었다. 그들은 강고한 연령주의, 폭력적이고 반인권적인 교육현장 등 다중의 압력 속에서 세계와 자신의 현장을 바꾸고자 치열하게 싸우고 아파했던 ‘전사’이기도 하다.


이 책은 빠져 있던 우리 운동사의 조각 하나를 찾아 맞춰 끼우는 시도이자, 우리 근현대사에서 언제나 존재해왔고 지금도 존재하고 있는 정치적 존재로서의 10대를 소환하는 시도다.


그들 '고운' 활동가들이 각자 다른 지역과 상황에서 어떻게 운동에 참여했으며, 이후 어떤 경로를 밟아왔는지를 확인하고, 그들의 활동이 자신들의 삶에 미친 영향을 다양한 관점에서 평가했다. '고운이 한국 사회의 진보적인 세대를 창출하는 데 기여했다'고 입을 모았다.


저자 김소연, 전성원, 김대현, 정경화, 김성윤, 이형신, 안수찬, 양민주, 김영희, 권정기, 조한진희(반다), 전누리는 모두 고등학생운동에 참여한 당사자들로, 각자의 경험과 관점을 고운의 역사를 재구성하는 데 쏟아냈다. 이들은 지금도 사회운동과 교육현장에서 활동하며 고운의 유산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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