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도는 순해지고 풀이 돋고 목덜미의 바람이 기껍고 여자들의 종아리가 신나고 신입생의 노트에 새 각오가 반짝이고 밥그릇과 국그릇 위로 오르는 김이 벅차고 앉은뱅이가 일어나고 상처는 아물고 커피가 맛있고 입맛이 돌고 안 되던 드라이브가 되고 시인도 시인이 되고··· 시인도 다시 시인이 되고 혁명이 오고
봄,
-장석남 시인의 시 '명년 봄' 전문
이 시는 시집 《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에 실려있다.
새봄 맞는 기분을 실감나게 잘 표현했다. 읽다 보면 절로 발랄해지고 왠지 설레고 힘이 솟는다. 이미지가 움직이고 변화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이미지들이 계속 생성된다. 그 에너지가 대단하다. 이런 시적 에너지들이 화자의 욕망을 모두 실현시켜 줄 것만 같다. "앉은뱅이가 일어나고", "상처는 아물고", "입맛이 돌고", "안 되던 드라이브가 되고", 안 써지던 "시"도 멋지게 쓰게 될 것 같다. 종전의 모든 것을 바꿀 것 같은 아주 혁명적인 "봄"이다.
명년은 내년을 이르는 말이다. 혹 올봄에 이 기꺼운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아니 이 짧은 봄날이 아쉽게 지나갔다면 속상할 필요가 없다. 명년에 봄은 또 올테니까. 이런 시인의 욕망을 담아 제목도 "명년 봄"이다.
이 시를 읽으니 봄도, 인연도 연연하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떠나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어향숙 시인은 강원도 속초에서 태어나 '김유정 신인문학상'(2016)을 받았다. 시집으로 《낯선 위로가 눈물을 닦아주네》가 있다.
[아이즈앨범] 길고 긴 터널의 끝
길고 긴 겨울의 북풍 한설 끝에 봄이, 아주 벅찬 그리하여 완전한 봄이 왔습니다. 너무나 간절하게 간절하게 기다리고 기다리며 애태우던 절망의 그 절망이 사라지고 매화, 그 희망의 봄이 왔습니다.
'아이즈 앨범' 1999년 어느 겨울 새벽
아주 추운 어느 새벽 나의 밤의 미행은 계속되었고 갑자기 친구가 나타났다 외투를 벗어주고 싶었지만 야박하게도 렌즈 노출이 3분을 넘어가고 있었다.파르르 떠는 몸의 파동과 온기를 나눌 연민의 차이처럼 찰라가 만든 결과 뒤 밀려드는 타자들의 고통이 어두웠다. 오늘처럼 쇄골이 시리면 생각나는 그 겨울 그 시간... *2001년 사진전, ...
얼어 붙은 땅에 노란 납매 그리고 동백
꽁꽁 얼어 붙은 날씨였으면 더 신기하고 감격으로 채워졌을 텐데...대한민국이 얼어붙고 혼란스러운 계절납매와 동백이가 핀 1월 따뜻한 봄을 기다려 본다
[아이즈앨범] 첫눈이 말하는 폭설 이야기
큰눈이 내려주었다차는 차대로 엉거주춤사람은 사람대로 조심조심건물들도 내리는 눈에 모서리를 잃어간다모두가 흐려지는 날인데눈 녹은 자리에 다시 큰눈 내리고내리는 만큼 길이 질퍽해져도입가에 번지는 웃음이 있다첫눈이 많이 왔다는 말과 첫눈이 빨리 왔다는 말이 있다오늘 몇 시에 나왔냐는 물음과 퇴근길은 괜찮겠냐는 물음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