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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품업체 쥐어짜는 쿠팡 '갑질배송'에 공정위 과징금 21억 철퇴
  • 김광일 기자
  • 등록 2026-03-03 00:00:01
  • 수정 2026-03-03 10: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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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목표 마진 미달하면 단가 후려치고 보복까지
  • - 대금 지연에 미소진 체험단 비용 5억도 꿀꺽
  • - 공정위, 꼼수 관행에 제동 걸고 실질 피해 구제

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행위를 적발해 시정명령과 함께 21억85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AI이미지)

거침없이 질주하던 쿠팡의 '로켓배송' 이면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무기로 파트너인 납품업자들의 희생을 강요해 온 사실이 낱낱이 드러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월 26일 쿠팡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행위를 적발해 시정명령과 함께 21억85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직매입 거래의 본질을 훼손하며 자신의 경영 리스크를 약자에게 떠넘긴 고질적인 갑질 관행에 강력한 제동을 걸고 나섰다.



마진 펑크 나면 납품업자 쥐어짜기…거부하면 발주 끊어 보복


쿠팡의 횡포는 매우 치밀하고 일방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들은 2020년 1월경부터 2022년 10월경까지 납품업자가 보장해야 할 순수상품판매이익률, 이른바 PPM 목표치를 정해놓고 수시로 실적을 감시했다. 


경쟁사가 가격을 내리면 자동으로 가격을 낮추는 최저가 매칭 정책을 쓰면서 여기서 발생하는 마진 손실을 납품업자에게 고스란히 떠넘겼다. 목표치에 미달하면 납품 단가를 인하하라고 집요하게 요구하는 식이다.


만약 납품업자가 난색을 보이거나 협조하지 않으면 곧바로 보복이 뒤따랐다. 상품 발주를 아예 끊어버리거나 물량을 확 줄이겠다는 암시를 주며 상대방의 숨통을 옥죘다. 


합의된 PPM 목표는 단순한 가이드라인을 넘어 구속력 있는 강제 지표로 작동하며 영세 업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쿠팡이 목표 PPM을 상호 협의를 통해 결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

부족한 이익은 광고비로 뜯어내…위탁 매매로 변질된 직매입


GM(Gross Margin, 매출총이익률)을 관리하는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쿠팡은 판매가 하락으로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면 내부 GM 목표를 들이밀며 새로운 청구서를 발행했다. 


줄어든 이익을 메우라는 명목으로 납품업자에게 광고비나 쿠팡체험단 수수료, 프리미엄 데이터 이용료 등을 강제로 부담하게 만들었다.


이는 납품업자의 상품 홍보를 위한 자발적인 투자가 아니었다. 단가 인하를 대신해 쿠팡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꼼수 수익원으로 철저히 악용된 셈이다. 


공정위는 이를 재고와 가격 하락 위험을 유통업자가 온전히 져야 하는 직매입의 기본 원칙을 깨고 사실상 수수료를 떼어가는 위탁 매매처럼 거래를 변질시킨 명백한 위법 행위로 보았다.


쿠팡이 협상에 비협조적인 업체에 대해 발주를 중단, 축소함을 보여주는 사례


2만5000 업체 대금 묶어놓고…지연이자 8억 모른 척 넘어가


거대 플랫폼의 횡포는 대금 정산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법적으로 직매입 상품 대금은 상품을 넘겨받은 날로부터 60일 안에 줘야 한다. 


쿠팡은 2021년 10월부터 2024년 6월까지 무려 2만5715개 납품업자의 대금 지급을 고의로 미뤘다. 50만 건이 넘는 거래에서 2809억 원이 최소 하루에서 233일까지 묶여 있었다.


법정 기한을 넘기면 당연히 물어야 할 연리 15.5%의 지연이자 약 8억5300만 원도 끝내 주지 않았다. 쿠팡은 검수를 마친 날을 수령일로 봐야 한다고 우겼지만, 공정위는 상품을 인도한 하차일이 수령 기준임을 명확히 못 박으며 자의적인 꼼수 지연을 원천 차단했다.


PM 하락에 따른 손실 보전을 위해 광고비 등을 부담하도록 한 사례

길 잃은 '체험단 상품' 2만 개…비용 5억은 쿠팡 뱃속으로 꿀꺽


리뷰 작성을 미끼로 운영하는 쿠팡체험단 프로그램 역시 납품업자의 등골을 빼먹는 도구로 전락했다.


납품업자는 체험단 진행을 위해 수수료 100만 원과 상품 10개 분량의 금액을 쿠팡에 먼저 지급한다. 문제는 고객이 체험에 참여하지 않아 상품이 남았을 때 발생했다. 쿠팡은 계약서를 방패 삼아 남은 상품이나 비용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2020년 9월부터 2024년 6월까지 2970개 업체가 뜯긴 '미소진 상품' 비용만 5억3600만 원이다. 주인을 찾지 못한 미소진 상품 규모만 2만4986개다. 아무런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고 납품업자의 자산을 꿀꺽 삼킨 재산권 침해다.


쿠팡체험단 프로그램 미소진 상품비용 미반환 내역


위법 관행 끊어낸 역사적 첫 사례…영세 업체 실질 피해 구제


공정위의 이번 제재는 온라인 쇼핑 1위 기업의 횡포를 멈춰 세우고 직매입 거래의 질서를 바로잡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2021년 도입된 직매입 상품 대금 법정 지급 기한 조항을 위반해 제재를 가한 역사상 첫 사례이기도 하다.


공정위는 엄중한 제재를 넘어 실질적인 피해 구제까지 끌어냈다. 쿠팡이 떼먹은 지연이자 약 8억5000만 원과 돌려주지 않은 체험단 비용 약 5억3000만 원을 피해 납품업자에게 지체 없이 반환하도록 명령했다.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 파트너의 고혈을 짜내던 거대 유통 공룡의 불법적인 마진 관리 모델이 마침내 본격적인 수술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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