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희의 국가기술자격증 이야기] ① 기술 증명하는 국가의 기준 검정형·과정평가형(뉴스아이즈AI)
기술의 가치는 장비나 설비가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사람의 역량에서 비롯된다. 인공지능과 로봇, 전력전자와 고정밀 제어 기술이 산업 현장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지만 기술의 신뢰성은 여전히 사람의 판단과 책임으로 완성된다.
대한민국이 오랜 시간 국가기술자격증제를 유지해 온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장에서 기술을 다루는 사람을 국가가 책임지고 검증하겠다는 사회적 합의다.
국가기술자격증은 산업 현장에서 요구되는 기술·기능 수준을 객관적으로 인증한다. 이 제도는 개인의 스펙을 넘어 산업 안전과 품질을 담보하는 공적 장치로 기능해 왔다.
특히 전기·가스·건설·기계 등 고위험 산업 분야에서 자격 보유 여부는 곧 업무 수행 가능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된다.
국가기술자격 기본 구조는 기능사, 산업기사, 기사, 기능장, 기술사 순으로 이어진다. 실무에서 출발해 이론적 전문성과 종합 판단 능력으로 나아가는 성장 경로를 전제한다. 자격증은 단절된 시험 결과가 아니라 숙련의 과정으로 설계돼 있다.
'검정형'으로 취득하는 국가자격증
국가기술자격증은 검정형(시험형) 방식으로 자격을 취득한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는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통과해야 자격이 부여되는 구조다.
필기시험은 이론적 이해와 기초 지식을, 실기시험은 실제 작업 수행 능력을 평가한다. 일정 점수 기준을 충족해야 하며 시험은 전국 단위로 동일한 기준 아래 시행된다.
검정형 자격의 가장 큰 강점은 공정성과 객관성이다. 누구에게나 동일한 시험이 적용되고 평가 기준이 명확하다. 그래서 기업과 공공기관, 산업 현장은 여전히 검정형 자격을 믿고 인재를 채용한다.
반면 시험 당일의 컨디션이나 단기 암기 위주의 학습이 합격 여부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실제 현장 문제 해결 능력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지속적으로 지적돼 왔다.
현장을 과정으로 평가하는 '과정평가형'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과정평가형 국가기술자격이다. 과정평가형은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설계된 교육·훈련 과정을 이수한 뒤, 학습 과정 전반에 대한 평가를 통해 자격을 부여한다. 하루의 시험 결과가 아니라 학습과 실습의 누적 성과가 자격 취득의 기준이 된다.
과정평가형 자격은 실무 연계성이 높고 산업 현장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역량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춘다. 교육기관과 기업이 참여해 현장 맞춤형 훈련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자격증을 '시험 합격의 결과물'이 아닌 직무 수행 능력의 증거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과정평가형 역시 과제를 안고 있다. 교육기관 간 평가 수준 편차, 현장 실습 여건의 차이, 자격의 사회적 인지도 문제 등은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 자격의 공신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가의 엄정성과 외부 검증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두 제도의 공존이 갖는 의미
검정형과 과정평가형 자격은 우열의 관계가 아니라 역할 분담의 관계에 가깝다. 검정형이 국가 차원의 최소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는 제도라면, 과정평가형은 산업 현장의 다양성과 실무 특성을 반영하는 제도다. 하나는 공정성과 통일성을 다른 하나는 현장성과 실효성을 보완한다.
국가기술자격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이 두 축의 균형에 있다. 신기술 분야에서는 과정평가형을 통해 빠르게 인력을 양성하고 안전·책임이 중시되는 분야에서는 검정형의 엄격함을 유지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동시에 자격 취득 이후의 경력 관리, 평생학습 체계와의 연계도 강화돼야 한다.
기술은 점점 복잡해지고 산업은 더 빠르게 진화한다. 이런 시대일수록 '누가 이 기술을 책임질 수 있는가'에 대한 사회적 기준은 더욱 중요해진다.
국가기술자격증은 그 질문에 대한 국가의 답이다. 검정형과 과정평가형이라는 두 제도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그러나 같은 목적을 향해 작동하고 있다. 기술을 증명하는 국가의 기준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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