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2월 펀드 모집 과정에서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위반한 포트코리아자산운용에 '기관주의'를 내린지 두 달 만인 2월 20일 과태료 3억5000만 원을 부과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2월 펀드 모집 과정에서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위반한 포트코리아자산운용에 '기관주의'를 내렸는데 두 달 만에 다시 제재를 가했다.
이번에는 투자자와 판매사 요청에 따라 펀드를 운용하다 덜미가 잡힌 것이다. 이에 금감원은 2월 20일 포트코리아자산운용에 과태료 3억5000만 원을 부과했다.
자산운용사는 투자자와 판매사의 명령이나 지시를 받아 펀드 재산을 운용해서는 안 된다. 고객 자산을 관리하는 고유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중대 위법 행위다. 하지만 이들은 외부의 각본대로 움직였다.
투자자 입맛대로 뚝딱…481억 원짜리 영국 발전소 펀드
첫 번째 위반은 2018년 7월 벌어졌다. 포트코리아자산운용 A본부 갑은 투자자인 B측 직원 을로부터 은밀한 요청을 받았다. 영국 소재 폐기물 발전소 건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홍콩 법인 C가 발행하는 유로본드에 투자하는 펀드를 만들어 달라는 지시였다.
회사는 2018년 7월 3일 지시받은 내용 그대로 투자제안서와 신탁계약서를 작성해 판매사 D에 넘겼다. 이틀 뒤인 7월 5일, 481억 원 규모의 개방형 펀드가 설정됐다.
모인 자금 481억 원은 투자자 B가 물색한 47개월 만기 유로본드에 고스란히 투입됐다. 펀드 성격에 맞지 않는 만기 미스매치 구조임에도 외부의 요구를 맹목적으로 수용했다.
판매사 지시로 찍어낸 667억 원 규모 6개 폐쇄형 펀드
위법 행위는 판매사를 상대로도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2019년 1월 ~ 7월 667억 원 규모의 6개의 폐쇄형 펀드를 연달아 설정했다. 이 역시 철저하게 기획된 펀드였다. 판매사인 B와 E의 직원이 펀드 설정과 운용을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먼저 판매사 B의 지시 사례다. B사 직원 을은 총수익스왑(TRS) 계약을 통해 특정 펀드에 투자하는 신규 상품을 요구했다.
회사는 2019년 6월 26일 65억 원, 7월 15일 73억 원 규모의 펀드를 각각 만들었다. 모인 자금 132억 원 대부분은 B사가 당초 지시한 TRS 계약 증거금으로 쓰였다.
부동산 대출부터 의료 채권까지…운용사 권한 완벽히 포기
판매사 E의 지시는 더욱 대담했다. E사(직원 병)는 영국 부동산 담보 대출 목적의 해외 특수목적법인(F사) 선순위 대출 채권에 투자하라고 압박했다.
포트코리아자산운용은 2019년 1월과 5월, 142억 원과 120억 원짜리 펀드를 차례로 설정해 E사가 지정한 해외 대출 채권에 돈을 넣었다.
이탈리아 의료 매출 채권 투자도 판박이였다. E사는 금융사 G와의 TRS 계약을 통해 역외 펀드에 자금을 넣으라고 지시했다.
회사는 2019년 4월 124억 원, 6월 143억 원의 펀드를 찍어내고 지시대로 G사와의 TRS 계약 증거금으로 납입했다.
기관주의 이어 3.5억 과태료 철퇴…자본시장법 정면 위반
투자처 발굴부터 위험 분석, 자금 집행이라는 자산운용사의 고유 권한은 철저히 무시된 사례다. 포트코리아자산운용은 판매사가 짠 각본을 합법적인 펀드라는 껍데기로 포장해 주는 거수기 역할에 머물렀다. 이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85조 제8호에서 엄격히 금지하는 불법 행위다.
금감원은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포트코리아자산운용 기관에 3억50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관련 임원 1명과 직원 1명에 대해서는 조치 생략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12월 증권신고서 미제출로 기관주의를 받은 데 이어 연달아 징계를 받으며 시장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했다. 펀드의 투명성을 훼손하는 시장 교란 행위에 강력한 경고장을 받아든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