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이 국내에서 판매되는 생수 브랜드 28개를 조사한 결과 제조원과 수원지, 성분 함량이 동일해도 브랜드마다 가격이 달랐다. 일부 제품에서는 브랜드에 따라 100mL당 가격은 최소 43원, 최대 72원으로 약 1.7배 차이를 보였다.
롯데칠성 아이시스8.0 vs 쿠팡 탐사수, 1.7배 차이
소비자들은 보통 브랜드 이미지를 믿고 지갑을 연다. 하지만 생수 시장에서는 브랜드가 곧 품질을 담보하지 않는다.
가장 극적인 사례가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8.0'과 쿠팡의 자체 브랜드(PB) '탐사수 무라벨'이다. 두 제품은 전라북도 순창군 쌍치면에 있는 (주)로터스라는 동일한 제조원에서 생산된다. 당연히 칼슘, 나트륨 등 무기물질 성분 함량도 완전히 똑같다.
하지만 가격표는 천양지차다. 500mL 40개 묶음 기준으로 아이시스8.0은 1만4440원에 팔리고 있지만 탐사수 무라벨은 8590원이면 살 수 있다. 똑같은 물을 마시면서 롯데칠성이라는 브랜드 로고 값으로 1.7배(67.4%)나 더 비싼 돈을 내고 있는 셈이다.
[온라인 수원지 표시 사례] 한국소비자원이 국내에서 판매되는 생수 브랜드 28개를 조사한 결과 제조원과 수원지, 성분 함량이 동일해도 브랜드마다 가격이 달랐다.
한국청정음료 몽베스트의 이름값 뻥튀기, 가야워터보다 22.9% 비싸
이런 현상은 다른 브랜드에서도 비일비재하게 나타난다. 경기도 포천시 한국청정음료를 공통 수원지로 하는 한국청정음료의 '몽베스트 무라벨'과 웅진식품의 '가야 워터'를 비교해 보자. 500mL 40개 묶음 기준으로 몽베스트 무라벨은 1만1700원이지만 가야 워터는 9490원으로 22.9% 더 싸다.
재미있는 점은 용량이 커지면 가격 역전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2L 12개 묶음의 경우 몽베스트(8900원)가 가야 워터(9800원)보다 오히려 저렴해진다.
소비자는 자신이 마시는 물이 어디서 왔는지, 브랜드 명성에 가려진 실제 가치는 얼마인지 꼼꼼히 따져보지 않으면 꼼짝없이 바가지를 쓸 수밖에 없는 구조다.
쿠팡 탐사수의 '수원지 룰렛'…최대 9곳 섞어서 배송
온라인에서 생수를 주문할 때는 '수원지 룰렛'을 감수해야 한다. 배송받을 때까지 내가 마실 물이 어디서 왔는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조사 대상 28개 브랜드 중 12개(43%)가 이런 식의 무작위 배송을 하고 있었다.
특히 쿠팡의 '탐사수'는 그 정도가 가장 심했다. 이 제품은 운주산, 구룡산, 가지산 등 무려 9곳의 수원지를 사용하고 있는데, 온라인 안내 페이지에는 "아홉 곳 수원지의 상품이 랜덤으로 발송됩니다"라는 무책임한 문구만 달랑 적혀 있다.
소비자의 선택권은 완전히 묵살당한 채 유통업체의 재고 상황에 따라 아무 물이나 받아 마셔야 하는 형국이다. 동원F&B의 '동원샘물'과 '웨이크업뷰티', '아쿠아포레' 역시 6곳의 수원지를 명시해 놓고 무작위로 배송하고 있었다.
[온라인 유통기한 표시 사례] 한국소비자원이 국내에서 판매되는 생수 브랜드 28개를 조사한 결과 제조원과 수원지, 성분 함량이 동일해도 브랜드마다 가격이 달랐다.
유통기한은 알아서 찾아라?…온라인 정보 제공 낙제점
생수의 생명인 신선도 확인도 온라인에서는 하늘의 별 따기다. 실물을 직접 볼 수 없기에 정확한 유통기한 제공이 필수적이지만 조사 대상 브랜드 중 18개(64%)가 이를 외면했다.
롯데마트의 '오늘좋은 미네랄워터', 이마트의 '노브랜드 미네랄워터', GS25의 '유어스 지리산 맑은샘물' 등 대형 유통업체의 자체 브랜드(PB) 생수들마저 "제조일로부터 12개월"이라는 두루뭉술한 안내만 올려놓았다.
정확한 제조일자는 "용기 상단 표시"라며 소비자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반면 웅진식품의 '가야워터'는 최소 소비기한을 명시해 소비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 대조를 이뤘다.
숨은그림찾기 된 무라벨 생수…가독성 엉망진창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따라 2026년 1월 라벨 없는 생수 판매가 의무화됐다. 하지만 무라벨 제품들의 정보 가독성은 낙제점 수준이다.
소비자원 점검 결과, 낱개로 판매되는 무라벨 생수들은 제품 필수 정보를 병마개 비닐에 개미만 한 글씨로 인쇄해 놓았다.
심지어 투명한 페트병 표면에 음각 형태로 글자를 새겨 넣어 사실상 맨눈으로는 읽을 수조차 없는 제품들도 수두룩했다. 소비자원은 가독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병마개에 QR코드를 도입하는 등의 근본적인 개선책 마련을 사업자들에게 강력히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