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가 23일(현지시각) IIT(인도 공과대) 3개 대학과 함께 ‘현대 미래 모빌리티 혁신센터 공동 설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차·기아 제공]
세계 3위 규모로 덩치를 키운 인도 자동차 시장을 향한 완성차 업계의 주도권 경쟁이 뜨겁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거대한 내수 시장을 선점하고 전동화 전환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인도의 최고급 두뇌들과 손을 잡았다.
두 회사는 23일(현지 시간) 인도 현지에서 델리와 봄베이, 마드라스 3개 인도공과대(IIT)와 함께 '현대 미래 모빌리티 혁신센터'를 세우기로 하고 계약을 맺었다.
1951년에 문을 연 인도공과대는 인도 전역에 23개 캠퍼스를 두고 수많은 정보통신기술(ICT) 석학을 배출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곳이다.
인도는 극한의 더위와 잦은 비 등 기후가 혹독하고 도로 사정이 거칠어 기존의 전기차 기술을 그대로 쓰기 어렵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러한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고 현지 인프라에 딱 맞는 맞춤형 배터리 기술을 찾아내기 위해 최고의 연구진을 파트너로 골랐다.
2년간 50억 원 투입…실리콘 음극재부터 AI 진단까지
이번 계약으로 출범하는 혁신센터는 현대차·기아 임직원과 인도공과대 교수진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이끈다.
김창환 현대차·기아 전동화에너지솔루션담당 부사장이 운영위원회 공동 의장을 맡아 글로벌 산학 협력의 방향을 직접 지휘한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곳에 2년 동안 50억 원의 자금을 투입해 배터리와 전기차 기술을 깊이 파고든다.
구체적인 연구 과제는 배터리 셀과 시스템,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안전성 시험 등 4개 분야에 걸쳐 9건을 진행한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배터리 상태를 꼼꼼하게 진단하는 기술부터, 인도 도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3륜 전기차 전용 배터리팩 설계 지침까지 현지 상황을 깊이 반영한 과제들을 다룬다.
또한 전기차의 심장인 고용량 리튬 이온 배터리를 위한 실리콘 음극 소재를 개발하고, 인도의 전력망을 고려한 완속 충전 시스템도 함께 만든다. 이를 통해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와 수명을 늘려 품질을 끌어올리고 인도 전기차 시장의 성장을 든든하게 뒷받침할 계획이다.
인도 전역 아우르는 100명 규모 K-모빌리티 두뇌망 구축
당장 진행하는 과제 외에도 현지 교수진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받아 미래 기술의 싹을 틔우는 공모 프로그램도 함께 돌린다.
현대차와 기아가 해외 현지 교수들을 대상으로 굵직한 연구 과제를 공개적으로 모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나아가 현재 3개 대학 중심으로 꾸린 혁신센터의 규모를 2025년까지 10개 대학 소속 100여 교수진이 참여하는 거대한 모빌리티 전문가 연결망으로 키운다는 밑그림을 그렸다.
글로벌 석학과 산업계 전문가를 불러 모아 배터리 신기술을 토론하는 학술 대회를 열고, 인도 정부 관계자들을 초청해 기술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도 꾸준히 마련한다. 원활한 협력을 위해 델리 캠퍼스 안에 전용 사무실을 차리고 전담 직원을 파견해 소통의 창구를 넓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