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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꼼수 인상에 27년 만에 빼든 '최고가격제'… 13일 전격 시행 후 2주마다 점검
  • 박영준
  • 등록 2026-03-12 20:18:38
  • 수정 2026-03-12 20: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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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란 사태 핑계 댄 꼼수 인상에 정부 칼 빼들어
  • - 매점매석 강력 단속 병행…시장 왜곡 부작용은 숙제

2026년 3월 11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석유 최고가격제를 예고했다.(KTV 캡처)

최근 주유소를 갈 때마다 헉 소리 난다. 중동에 전운이 감돌며 국제 유가가 들썩인다고는 하지만 아직 그 비싼 원유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기도 전인데 동네 주유소 가격표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어서다.


주유소들이 저렴할 때 사둔 기름을 국제 유가 핑계를 대며 비싸게 팔아 폭리를 취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할 만하다. 이에 정부가 결국 가장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 


1997년 유가 자유화 조치 이후 무려 27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제'가 13일 0시를 기해 전격 시행된다. 정유사가 주유소에 넘기는 공급 가격에 상한선을 강제해 국제 유가 급등을 핑계로 하루아침에 기름값을 올리는 시장 교란 행위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다.



비정상적인 꼼수 인상에 '최고가격제' 기어 넣은 정부


최근 국내 기름값은 그야말로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이어갔다. 양기욱 산업자원안보실장의 표현대로 "비정상적으로 많이 튀는" 상황이었다. 


통상 국제 유가가 국내에 반영되기까지는 약 2주의 시차가 발생한다. 하지만 이란 공습 직후인 지난달 27일부터 휘발유는 리터당 200원, 경유는 300원 이상 폭등했다. 쌀 때 사둔 기름을 비쌀 때 팔아 마진을 극대화하려는 주유소들의 '꼼수 인상'이 빚어낸 결과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까지 나서 "비싼 기름이 들어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기름값이 폭등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강력한 대책을 주문했다. 이에 화답하듯 정부는 담합 조사와 같은 통상적인 단계를 건너뛰고 시장 개입의 끝판왕이라 불리는 '최고가격제'를 전격적으로 도입했다.



2주 단위 핀셋 규제…억누르기보단 예측 가능성 제고


이번 제도의 핵심은 소비자가 직접 마주하는 판매 가격이 아닌, 정유사의 '공급 가격'을 통제한다는 점이다. 전국 1만300여 주유소의 개별적인 판매가를 일률적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다. 


정부는 전쟁 발발 직전인 2월 마지막 주 정유사 세전 공급가격을 기준으로 삼고 여기에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가격(MOPS) 변동률과 세금을 더해 상한선을 도출한다.


현재 정유 4사의 평균 공급가격인 휘발유 1833원, 경유 1930원, 등유 1730원보다 낮은 수준에서 최고가격이 묶이게 되며 이는 매 2주 단위로 재설정된다. 양 실장은 "가격을 무조건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변동성을 줄여 소비자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안전장치"라고 설명했다.



매점매석 꼼수 원천 봉쇄…부작용 우려는 숙제


최고가격제의 아킬레스건은 '공급 위축'이다. 가격이 통제되면 정유사나 주유소가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아예 기름을 팔지 않고 쟁여두는 품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1970년대 오일쇼크나 최근 헝가리 사례에서도 이 같은 부작용이 속출했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최고가격제와 동시에 '매점매석 행위 금지 고시'를 발동했다. 


석유정제업자의 월간 반출량을 전년 동기의 90% 이상으로 강제하고 주유소가 기름을 숨기거나 판매를 기피하면 시정명령과 형사처벌까지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가격 통제로 인한 정유사의 손실은 '최고액 정산위원회'에서 검증 후 분기별로 정산해주기로 했다. 만지작거리던 유류세 인하 카드는 일단 보류하고 단기 대책인 최고가격제의 효과를 먼저 살피겠다는 전략이다. 


시장 경제에서 가격 통제는 가장 치명적이면서도 위험한 처방이다. 27년 만에 봉인 해제된 이 강력한 칼날이 널뛰는 밥상물가와 민생을 구하는 '신의 한 수'가 될지, 시장의 혼란만 가중할 부메랑이 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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