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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성당 앞 정재헌의 승부수…SKT, 통신망 넘어 'AI 설계자'로 우뚝
  • 김광일 기자
  • 등록 2026-03-13 18:13:51
  • 수정 2026-03-13 18: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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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통신사 넘어 AI 설계자로, 글로벌 풀스택 전략 정조준
  • - 보안 위기 딛고 신뢰 탈환, 100조 AIDC 패권 도전
  • - 스타트업 500곳 육성, 전사적 AX로 원팀 혁신 완성

정재헌 SKT 대표(왼쪽)와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이 MWC26 삼성전자 부스에서 제품을 체험하고 있다(SKT뉴스룸)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상징,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안토니 가우디가 평생을 바친 이 거대한 건축물의 중앙 첨탑 공사가 최근 마무리됐다. 


2026년 3월,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26' 참석차 이곳을 찾은 정재헌 SK텔레콤 대표의 시선도 그곳을 향했다. 


정 대표는 이 장엄한 풍경 속에서 통신 산업의 미래를 읽어냈다. 그는 전 세계 ICT 리더들이 모인 이번 MWC를 'AI 성당'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건축물을 완성하기 위한 치열한 논의의 장으로 정의했다.


단순한 데이터의 파이프라인 역할을 하던 전통적 통신사의 시대는 끝났다. 잃어버린 자부심을 되찾고 다가올 미래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정재헌의 SKT가 'AI 인프라 설계자'로 거듭나는 닻을 올렸다.



통신 파이프라인 넘어 '100조 원대 AIDC' 인프라 패권 정조준


정재헌 CEO가 던진 승부수의 핵심은 '풀스택(Full-stack) AI' 전략이다. 과거 통신사들이 네트워크 망을 깔고 그 위에서 다른 기업들이 돈을 버는 구조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AI 데이터센터(AIDC)부터 파운데이션 모델, 최종 서비스까지 모두 직접 설계하고 장악하겠다는 선언이다. 


규모부터 압도적이다. SKT는 현재 100메가와트(㎿) 수준인 울산 AIDC를 1기가와트(GW) 규모의 하이퍼스케일로 10배 이상 키울 계획이다. 이 1GW 구축에는 약 100조 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단순한 설비 투자가 아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글로벌 빅테크와 손잡고 서남권 AIDC까지 연결하는 '글로벌 AI 인프라 벨트'를 조성, 아시아 최대 AI 허브를 구축하겠다는 거대한 마스터플랜이다.


정재헌 SKT 대표가 MWC26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SKT뉴스룸)

MWC 달군 '해인'과 'A.X K1',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영토 확장


기술적 성과는 가시화되고 있다. 이번 MWC26에서 SKT의 GPU 클러스터 '해인'은 '최고의 클라우드 솔루션' 부문 최고상(GLOMO)을 거머쥐며 세계 무대에서 기술력을 입증했다. 또한 국가대표 AI로 꼽히는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 'A.X K1'은 연내 매개변수(파라미터) 규모를 5190억 개에서 1조 개 이상으로 대폭 확장한다. 


글로벌 협력 전선도 탄탄하다. 슈퍼마이크로, 슈나이더일렉트릭 등 하드웨어 및 에너지 강자들과 AIDC 구축을 위한 동맹을 맺었다. 


특히 도이치텔레콤, 싱텔, e&, NTT 등 글로벌 통신사들과 손잡고 각국의 데이터 주권을 지켜주는 '소버린(Sovereign) AI 패키지'를 수출 모델로 내세운 것은 신의 한 수로 평가받는다. 각국의 언어와 문화를 반영한 독자적 AI 생태계를 구축해 주며 글로벌 시장을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뼈아픈 사이버 사고의 교훈, 2026년 '고객 신뢰 탈환' 원년으로


화려한 미래 청사진 이면에는 과거의 뼈아픈 반성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사이버 침해 사고는 1등 통신사 SKT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겼다. 정 CEO는 위기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를 택했다. 


2026년을 '신뢰 회복의 해'로 선포하고 올해 초부터 광주, 대전, 대구, 부산 등 전국 주요 거점을 직접 도는 강행군을 펼쳤다. '우리 업의 본질은 고객'이라는 확고한 철학 아래 고객신뢰위원회를 전면 개편하고 전문성을 대폭 강화했다. 


기술적으로도 완벽을 기한다.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기반으로 보안 체계를 뿌리부터 재설계했다. 철저한 인증과 권한 관리, AI 기반의 통합 보안 관제를 통해 잃어버린 고객의 믿음을 실력으로 되찾겠다는 정 CEO의 결연한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K-스타트업 500곳 육성, "국가 AI 주권 지킬 동반 성장 필수"


AI 패권 경쟁은 독불장군식 경영으론 승리할 수 없다. 정 CEO는 생태계 확장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대기업의 막강한 인프라를 과감히 개방하고, 스타트업의 유연한 창의성을 수혈받는 전략을 택했다. 


MWC26 현장에서 국내 스타트업 15곳의 대표들과 직접 오찬을 함께하며 밝힌 "2030년까지 500개의 AI 스타트업 육성" 플랜이 대표적이다. 


이는 단순한 사회공헌이 아니라 역량 있는 K-스타트업을 발굴해 SKT의 글로벌 네트워크에 태워 해외로 진출시키는 '동반 성장 모델'이다. 


정 CEO는 이를 "국가 AI 주권을 지키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필수적 선택"이라고 못 박았다. 대한민국 전체의 AI 기초 체력을 키워 글로벌 빅테크의 공세에 맞서겠다는 거시적인 안목이다.



'1인 1AI'부터 전산망 개편까지, 체질 바꾸는 전사적 AX 혁신


밖으로 영토를 넓히는 동시에 안으로는 뼛속까지 AI 기업으로 탈바꿈 중이다. 정 CEO는 대전환(AX)을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닌 기업 근간의 체질 변화'로 정의했다. 


전 임직원이 AI 에이전트를 업무에 활용하는 '1인 1AI' 제도를 도입하고, 코딩을 몰라도 누구나 AI를 개발할 수 있는 'AI 놀이터'를 사내에 구축했다. 


업무 활용도를 실시간으로 점검하는 'AX 대시보드'는 혁신의 속도를 높이는 채찍이다. 통신업의 심장부인 통합전산시스템마저 AI에 최적화된 구조로 뜯어고친다. 


영업, 회선 관리, 과금 등 모든 시스템을 AI 중심으로 재편해 고객에게 완벽한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안팎으로 빈틈없는 혁신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변화 관리 최고 책임자' 정재헌, 붉은 말의 해에 드림팀 이끈다


"CEO는 변화 관리 최고 책임자(Change Executive Officer)입니다." 


2026년 병오년(丙午年) 신년사에서 정 CEO가 임직원들에게 남긴 메시지다. 그는 붉은 말의 역동적인 기운을 빌려 '다시 뛰는 SKT'를 주문했다. 


본질인 통신(MNO)을 단단히 다지고, AI 무대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며, AX를 통해 일상의 가치를 높인다는 세 가지 뚜렷한 이정표를 제시했다. 이 모든 변화는 구성원이 하나 되는 '드림팀(Dream Team)'일 때 비로소 완성된다. 


글로벌 통신 시장은 성장의 한계에 직면했다. 정재헌 CEO가 그리는 SKT는 통신사의 틀을 벗어던졌다. 치열한 반성과 과감한 투자, 그리고 'AI 설계자'라는 명확한 비전을 무기로, 글로벌 AI 생태계의 패권을 쥐기 위한 SKT의 거대한 항해가 정 CEO의 손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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