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보험사기 적발액이 사상 첫 1조 원을 넘어섰고 사기 인원도 10만 명을 넘어섰다. 이 거대한 '사기 비용'은 고스란히 선량한 계약자에게 돌아간다. 한 대형 손보사 사기 적발액은 연간 보험료의 2.8%로, 보험료 80만 원당 2만2000원을 국민이 부담하고 있다. '이 정도쯤이야' 하는 일상 속 유혹에 빠지는 소비자도 있다. 올해 7월 '사소한 거짓말'도 '중범죄'가 되도록 양형기준이 강화됐다. |
"교통사고 났어? 내가 아는 병원 가면 공진단도 공짜로 주고 합의금도 두둑하게 챙겨줘."
가벼운 접촉 사고 후 이런 솔깃한 제안을 받는다면 어떨까. "남들 다 하는 건데 어때"라며 안일하게 생각하고 덥석 물었다가는 치료비 좀 아끼려다 '범죄자' 낙인이 찍힐 수 있다.
교통사고 환자 불법 첩약 제공 사례
"배달 계속하셔도 돼요"…가짜 환자 만드는 브로커의 덫
한 배달원은 배달 중 가벼운 추돌사고를 당했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브로커가 접근하며 상황이 달라졌다.
A씨는 "의사 얼굴 안 봐도 입원 처리가 된다. 입원해야 합의금을 많이 받는다"며 한방병원을 소개했다. 심지어 "몸보신하게 공진단이나 경옥고도 챙겨주겠다"고 유혹했다.
B씨는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서류상으로는 14일간 입원한 '환자'였지만, 실제로는 자유롭게 외출해 배달 일을 계속했다.
병원은 배달원이 병실에 있는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고, 브로커 A씨는 환자 소개비 명목으로 백화점 상품권 등을 챙겼다. 전형적인 '나이롱환자' 보험사기다.
공진단 보험사기 사례(대화내용, 공진단, 경옥고)
진료 없이 약만 준다면 사기 가능성 농후
사기 수법은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 일부 한방병원은 환자 상태와 상관없이 미리 만들어둔 첩약을 "그냥 가져가라"며 떠안기거나, 주말이나 야간에 의사 진료 없이 입원 수속을 밟게 해준다.
"보험 처리가 안 되는 공진단을 보험으로 처리해 주겠다"라는 말도 브로커들 단골 멘트다.
교통사고 환자는 반드시 의사와 대면 진료 후 처방받아야 한다. 환자 상태도 보지 않고 조제된 약을 주거나, 진료 없이 입원을 권유하는 곳은 보험사기에 연루된 병원일 가능성이 높다.
한방병원 원장과 보험설계사 메신저 대화(발췌·각색)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인데"…변명 안 통한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죄의식 없이 범죄에 가담한다는 것이다. "병원이 시키는 대로 했다", "남들도 다 한다더라"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통원치료로 충분한데도 허위로 입원하거나, 입원 기간 중 무단으로 외출해 생업에 종사하다 적발되면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에 따라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사례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상반기 자동차 보험사기 중 병원의 치료비 과장 청구액은 약 140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약 17억 원)보다 8배 넘게 늘었다.
브로커 제안은 단호히 거절해야 한다. 금감원 특별조사팀 박항신 팀장은 "통원치료가 가능한데도 허위 입원을 권유하거나, 실손보험으로 공진단 등을 처방해 주겠다는 제안은 명백한 보험사기 유인 행위"라고 강조했다.